현행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이 되어 있어 14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책임무능력자로 인정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평소 친구들이 '왕따'를 시킨다고 불만을 갖고 있던 초등학생이 같은 반 친구를 흉기로 찌른 일, 성폭행 사건이 빈발하는 등 형사미성년자의 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마침내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춰 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일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집과 공원화장실에서 스무 차례가 넘게 성폭행을 당했다. 피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같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 8명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해자들이 모두 14살 미만이기 때문에 형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형사미성년자를 14세 미만으로 규정한 형법이 헌법상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의 부모는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처벌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피해자 보호나 사회보호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선도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회적인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성을 촉구하기 위해서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도 14살 미만인 미성년자가 가해자가 된 성폭행 사건의 비율이 26%를 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는 점에서 볼 때 50년 전에 만든 처벌 연령기준은 요즘 아동들의 발달 정도로 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 타당한 면이 적지 않다.
형사적 책임능력이 있다는 것은 자기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고 그 인식에 따라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능력은 오랜 기간의 학습과 훈련과정, 즉 사회화를 통해 서서히 습득되어진다. 누구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책임능력을 얻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의 평균적인 사회화 속도를 감안해서 언제 어느 정도의 책임능력을 습득하게 되는지를 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데 그것이 14세로 우리 형법은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의 정신 발달이 빨라지고 남학생의 2차 성징 역시 초등하교 고학년으로 많이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성범죄에 대해서 과거와 같이 일률적으로 14세라는 연령을 적용하기에는 이미 문화적·신체적 발달이 빨라지기 때문에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 시점에 와 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의 순회법원은 담임교사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13세 소년에게 2급살인 등의 죄를 적용, 징역 28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사 미성년자이지만 성인범 제도에 의해 재판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1급 살인을 포함해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경우에는 성인범으로 재판할 수 있다는 플로리다주 법에 따라 이를 받아들인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데 지나친 면이 있다면 14세 이상 20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해서 소년법 규정을 통해 특별취급을 하고 있듯 사형이나 무기에 해당되는 죄를 지었을 때는 형사 미성년자도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의제(擬制)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미성년 가해자의 선도와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