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심 “침입 이후 절도 고의시 주거침입과 절도 경합범 가능”
야간에 주거 침입해 저지른 절도죄를 가중처벌하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적용하려면 다른 사람의 주거에 침입할 때 물건을 훔칠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2022도5573)이 나왔다.
즉, 애초 남의 주거에 침입할 때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는데 들어가고 난 뒤에 물건을 훔칠 고의가 생긴 것이라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안 되지만 주거침입과 절도죄의 경합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9일 야간주거침입절도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각각 징역 3개월씩, 모두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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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5월 16일 밤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에 몰래 들어가 포스기 속 현금 190만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해 3월 도봉구의 한 호텔에서 소란을 피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도 별도 기소됐다.
1심은 야간주거침입절도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4개월과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심신미약 주장과 함께 “주점 내부 침입 당시에는 절취 의사가 없었고, 금고를 본 이후에 절취 의사가 생겼다”면서 자신에게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로 항소했다.
2심은 A씨의 심신미약 주장만 받아들여 야간주거침입절도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3개월로 감형했다.
하지만 A씨의 야간주거침입절도 불성립 주장에 대해서는 “야간에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모두 기수에 이른 경우 절도 의사가 주거침입 당시부터 있었는지, 주거침입 이후에 생겼는지를 불문하고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에 대해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시간적으로 주거침입행위가 선행되는 것이므로 주거침입이 이뤄질 때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주거침입 이후 비로소 절도의 고의가 생겼다면 경합범은 될 수 있을지언정 야간주거침입절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A씨는 주거침입 당시부터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증거에 의해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법리 오해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