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5)-나의 주관적 공부 방법론 편력
상태바
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5)-나의 주관적 공부 방법론 편력
  • 박준연
  • 승인 2024.07.19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지금은 없어진 시험이지만 외무고시 2차 논술 시험을 준비하면서 난생처음 공부 방법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해보았던 것 같다.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랬다. 과목별로 주된 내용은 충분히 이해, 숙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 과목의 모든 세부 이론을 전부 완벽하게 익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시험 준비를 하는 데 있어서 잘 모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백지가 아니고 어느 정도 내용을 갖춘 답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러고 보니 고시계의 소문이 있었더랬는데, 1차 시험에 갓 합격해서 아무 준비 없이 첫 2차시험을 치르게 된 수험생이, 어떻게 답안을 작성할지 몰라 답안 대신 정성을 들여 토끼 세 마리를 그렸더니 12점을 받았단 이야기이다.

하여튼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공부가 잘되든 딴생각으로 진도가 안 나가든, 매일, 주말과 공휴일도 신림동 독서실 책상머리에서 답안 작성 연습을 하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그것만 해도 굉장히 힘들고 멘탈이 소모되는 일이었고, 주변에서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시험 준비를 그만두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한편, 나와 함께 1주일에 몇 번씩 답안 연습을 같이하던 선배는 나와 함께 외교부 입부 동기가 되었다.

이런 성공체험이 기억에 생생한 상태에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한 첫 학기에는, 로스쿨 공부 방법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마치 고시 공부하듯 로스쿨 공부에 임했던 것 같다. 수업 중에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샅샅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다. 내가 한국에서 여러 시험을 거쳐온 사람인데 로스쿨 시험쯤이야 하는 오만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1학년 2학기에 1학기 성적을 받아보았을 때는 완전 바닥까지는 아니지만, 그때까지 받아본 적 없는 나쁜 성적을 받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로스쿨 졸업 후 취업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비로소 공부 방법을 점검해 보게 되었다. 제일 처음 한 것은 1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들을 찾아가 내가 유학을 왔는데 공부가 좀 힘드니 내 시험 성적과 채점 기준에 관해 설명을 듣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중 한 교수님은 내 답안에서 빠진 이슈를 지적해 주시면서 내가 유학생인지도 몰랐다고 하셨다. 내가 유학생 신분을, 어떤 변명이라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깨달았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수업을 듣고 있던 교수님들도 찾아가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서 그러니 오직 내가 들을 목적으로 수업을 녹음해도 되는지 여쭤보았다. 다들 흔쾌하게 허락을 해주셨다. 그 이후 매일 수업을 마치고 그 내용을 로스쿨 도서관에서 들으면서, 수업 내용을 한 단어 한 단어 노트로 정리하였다. 미련한 공부 방법이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이런 방식을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수업 중에 제대로 이해한 부분, 어중간하게 이해한 부분, 그리고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을 확실히 구분하기에 좋았다. 모르는 부분에 관해선 교과서와 참고서를 다시 읽고, 그래도 모르면 교수님을 찾아가서 질문을 했다.

그렇게 해서 2학기 성적은 클래스 탑까지는 아니었으나 1학기보다 훨씬 좋아졌다. 게다가 그 과정의 고민은 이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반복하여서 하고 있다. 이 지면의 독자분들 중에는 수험생이 많고, 나 자신도 고시생 시절에 법률저널을 처음 접했다. 독자분들이 지금 하는 공부 방법 고민은 학업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쭉 함께해야 하는 고민이지만, 특히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는 수험생의 고민은 더 절실한 부분이 있다. 수험생 독자 여러분의 건투를 바라며.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