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3)-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로 보는 대통령제도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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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3)-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로 보는 대통령제도의 특징
  • 신희섭
  • 승인 2024.07.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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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2024년 7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끔찍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 암살이 실패한 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세계로 나간 이 드라마틱한 장면은 ‘연출설’과 트럼프 ‘필승설’을 불러왔다.

그런데 지도자 암살과 관련해 ‘제도’로 관심을 돌리면 우리는 흥미로운 가설을 하나 만들 수 있다. ‘대통령제가 내각제보다 암살시도가 더 많다’라는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트럼프 암살시도를 제외하고도 미국은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암살시도가 15번이나 있었다. 이 중 4명의 현직 대통령은 사망했다. 대통령 후보도 1명 사망했다.

내각제를 사용하는 일본에서도 2022년 아베 전 총리가 암살당했다. 현직 총리가 암살당한 것은 1932년 제국주의 시대 이누카이 쓰요시 총리 사례뿐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1931년 만주사태 이후 일본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군국주의가 강화되는 시기였다. 1945년 이후 민주주의가 도입된 시점과는 차이가 있다. 민주화 이후엔 아베 전 총리 암살이 전·현직 중 유일하다.

내각제를 만든 영국도 수상에 대한 암살이 흔치는 않다. 2017년에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를 암살하려고 했지만, 용의자들이 체포되면서 계획은 불발되었다.

물론 더 많은 대통령제 국가와 내각제 국가 사례들을 검토해봐야 ‘대통령제가 내각제보다 암살시도가 많다’라는 가설의 타당성이 검증될 것이다. 하지만 실증적 분석이 이번 칼럼의 목적은 아니니 잠시 보류하기로 하자. 이보다는 왜 그럴지 즉 제도의 특징을 살펴보려 한다.

대통령제도가 암살이 더 많은 이유를 제도의 특징 두 가지에서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 정책 수정이나 정책 단절이 대통령제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통령제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에 따라 권력은 대통령 ‘개인’에게 부여된다. 권력이 제도인 정당에 주어지는 의원내각제와 가장 큰 차이다. 대통령 개인에게 권력이 많이 주어지는 것 즉 ‘권력의 개인화’는 다음 논리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 개인=권력자’의 공식은 ‘대통령 제거 ⇨ 권력 제거 ⇨ 정책 단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란 지도자 개인이 제거되거나 유고사태가 발생하면 지도자가 추진했던 정책은 멈추게 된다.

정책 단절을 생각하게 사례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들 수 있다. 다행히 케네디가 추진하던 ‘뉴 프런티어’ 정책은 후에 부통령이었던 존슨에 의해 ‘위대한 사회’로 계승되긴 했지만 말이다. 레이건에 의한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소련에 대한 강력한 군비경쟁 정책도 레이건에 대한 암살이 성공했다면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내각제에서 수상이나 총리나 제거된다고 정책 단절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정당이 집단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내각이라는 집단이 정책에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만약 행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의회는 내각을 불신임한다. 이때 내각은 의회를 해산시켜서 권력 공백을 만든다. 이 권력 공백은 발 빠르게 의회 선거를 다시 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메운다.

둘째, 대통령제도가 인(personal)적인 속성이 강하다. 미국에서 대통령제도가 발명된 것도 독립전쟁과 연방 국가 형성기 반군 등장이란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조지 워싱턴이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지도자 개인에게 권력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양가적(ambivalent)이다. 하나는 권력을 위임하면서 지도자의 리더십 발휘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땐 믿음이 작동한다. 다른 하나는 지도자의 권력 남용에 대해 우려한다. 이땐 불신이 작동한다. 정리하면 지도자 개인에 대한 애정과 함께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유는 대통령제가 인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실정치로 가보자. 대통령제에선 팬덤 정치가 작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념을 넘어 지도자를 혐오하게도 만든다. 내각제의 정당에 대한 호오와 달리 걸러주는 것이 없다. 정치 양극화가 대통령이란 사람을 중심으로 배가된다.

대통령제가 가진 인적인 측면은 대통령 주변에 사람들을 모으게 한다. 그 사람 중에는 동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첨꾼과 모리배뿐 아니라 극단적이면 암살자도 모인다.

권력의 개인화는 한국에선 두 차례의 비극을 만들었다.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인한 고통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인적 통치를 당연시한다. 대통령제의 특징을 다양하게 이해하는 것! 이것이 한국의 말 많은 대통령제를 수정할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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