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지난 1월 9일부터 13일까지 시행된 금년도 제13회 변호사시험은, 국가자격시험으로는 처음으로 논술형(사례형·기록형)을 컴퓨터 작성 방식(CBT, Computer Based Test)으로 시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
이번 시험 직후, 응시생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을 통해 “악필에 따른 채점상의 불이익 우려가 사라졌다” “수기작성 대비 시간을 절약하는 덕택에 논점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오기를 곧바로 삭제하면서도 빠른 시간에 깔끔하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 “장시간 수기에 따른 악력 피로감을 덜 수 있었다” 등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넘어 큰 호응도를 나타냈다.
법무부 역시 지난 16일 첫 컴퓨터 작성 방식으로 시행한 이번 시험을 안정적으로 종료했다며 홍보성 보도자료까지 내며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법무부는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오류는 전혀 없었다”며 “극히 일부 노트북에서 마우스 등 기계 오작동이나 응시생의 조작실수 등의 기능상 문제가 발생했으나 신속한 현장 대응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험을 마쳤다”고 했다. 특히 “응시생들은 기존의 수기 방식과 컴퓨터 작성 방식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응시생의 99.2%(총 3290명 중 3264명) 상당이 CBT로 시험을 치렀다”며 큰 호응도에 놀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이는 법무부가 2022년 7월 CBT 도입에 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로스쿨 재학생의 81.8%가 찬성한 것에 비해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셈이다. 법무부는 “전국 모의시험을 통해 제도의 장점에 만족한 응시생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본지 현장 취재에서도 응시생은 “기록형은 조항을 옮겨적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실력 평가와 무관한 힘든 부분이 해결됐다”, “훨씬 편하고 시간이 절약됐다”, “쓰다 지우고 다시 쓰는 불편이 없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줄었다”, “필속이 느려서 손해 보는 타입인데 답안 작성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검토에 충분히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 이미 뚜렷히 예견된 대목이다. 2022년 8월 10일 법무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공동주관한 ‘변호사시험 CBT 도입 관련 공개 토론회’에서더 CBT 도입 시기 및 수기 병행 여부, 노트북 제공 방식, 답안 제출 방식, 시험시간 조정, 추가비용, 선택형 시험과 법조윤리시험으로 확대 시행 여부 등을 두고 여러 논쟁이 펼쳐졌지만, CBT 시행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반대가 없었다. 그만큼 법조인을 선발하는 변호사시험에서의 CBT 도입은 시대적 대세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나아가, 이러한 호감도는 채점위원들의 채점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어느 시험에서든 “도대체 무슨 글자인지 인지조차 못할 악필이라, 해독하느라 진을 빼다 보면 알게 모르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채점위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고시 처음으로 변호사시험에서 CBT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범 답안의 핵심인 키워드 검색 통한 답안 채점의 통일성과 균일성도 담보할 수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 모 로스쿨 교수는 “채점자에게 응시생들의 답안지를 파일 형태로 제공하면 채점기준표상의 키워드로 주요 단어, 표현 등을 일차적으로 점검함으로써 응시자 전체의 답안채점에 균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위원 간 점수 차이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에겐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이라며 ‘채점에서의 균형 유지’를 위해 꼭 검토해 줄 것을 신신당부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러한 변호사시험에서의 첫 시행에 자극을 받은 영향인지, 입법고등고시가 올해부터 제2차시험을 CBT로 치른다. 또 국가공무원 5급 공채 2차시험에서 고무적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정부는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의 단답·서술형에도 2026년부터 CBT 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능력 외의 요인을 제거하고 오로지 실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평가에 마중물을 떠 올린 2024년 제13회 변호사시험은 대한민국 채용시험에서 분명 큰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