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한국형 초능력자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강풀 작가의 ‘무빙’이라는 웹툰을 제목 그대로 드라마화한 작품인데, 그동안 강풀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 됐지만 원작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던 터라 무빙의 드라마화 소식을 듣고도 그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까지 쓴다고 하고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스타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까지 더해져 어느새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현재까지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럽다는 호평이 대부분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오징어게임의 성과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원작에 나오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나 스토리를 집어넣고 영상 매체의 특성을 살린 여러 변화들도 원작의 틀이나 메시지를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져 기자도 매우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번 기자의 눈에서는 원작에도 나왔지만 원작과는 다른 배경을 갖게 된 장주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장주원은 ‘다치지 않는’ 남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치기는 하지만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복을 하니 사실상 다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장주원은 총이나 칼에 맞아도, 머리가 깨지고 뼈가 으스러져도 몇 초만 있으면 원래대로 회복되는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엄청난 능력으로 장주원은 깡패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다치지 않는 몸으로 가장 앞에 나서서 조직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괴물’이라는 비난과 배신이었다. 죽음의 위기를 벗어난 장주원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 그저 살아 있기 위한 삶을 살았다.
허름한 여관에 장기 투숙하며 매일 무협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돈이 떨어지면 밖으로 나가 어두운 골목길에 누웠다. 그러다 그를 보지 못하고 달려온 차에 치이면 합의금으로 30만 원을 받고 다시 여관방에 틀어박힌다.
그날도 장주원은 추위 속에서 며칠 간의 생계를 유지해 줄 사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사고가 났다. 그런데 그를 친 차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뺑소니를 쳐버렸다. 허탈한 마음으로 여관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심각한 길치였던 그는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길을 물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설명에 더 쉬운 길을 찾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낯선 골목을 헤매는 그의 표정이 점점 울상으로 바뀐다. 한참이 지나 다시 길을 알려주었던 여자를 만난 장주원은 “길을 못 찾겠심더”라며 눈물을 쏟고야 만다. 그리고 “나는 늘 가장 쉬운 길을 택했었다”고 읊조린다.
이후 피비린내 물씬 나는 큰 사건들이 벌어지고 마무리된 후 장주원은 그녀를 찾아갔다. “또 길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잘 찾아왔네요”라고 말하는 그녀, 황지희에게 장주원은 여전히 길은 잘 못 찾는다고, 지희 씨 찾아온 거라고 답한다.
먼 길을 돌고 돌아 헤매다 마침내 도착해야 할 곳을 찾은 장주원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확고한 목표를 갖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목적지까지 이르는 길을 헤맬 수는 있다. 하지만 도달해야 할 곳이 어딘지를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곳에 이를 수 있다. 법률저널의 수험생 독자들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더라도 초심을, 목표를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아가 그 목표가 더욱 확장되기를 바란다. 합격이 아니라 합격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샘재단의 마중물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한 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가 되어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은 오탈제로 인해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길을 잃고 헤매도 괜찮다. 게다가 길은 하나가 아니다. 걷다가 막다른 길을 만나면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멈추지 않으면, 기어코 도달하고 싶은 곳이 어딘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