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이 본 괘도에 올랐다. 정부가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하자 이승만 대통령의 며느리는 물론 전직 대통령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의 아들들까지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심지어 이승만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던 4.19 주역들까지 뜻을 모았고 유명한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은 강동구 고덕동 땅을 희사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한 일이다.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해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건국 대통령의 기념관 하나가 없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도 참 부끄러운 일이다.
이승만은 글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875년(고종 12년) 조선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나 1965년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심지어 한 때 사형수였다. 박영효의 황제퇴위 음모에 가담하였다가 사형선고를 받았다. 비록 감형은 됐지만 무려 5년 7개월간 한성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죽을 만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훗날 이 공부는 미국에서 독립운동하는 데 큰 뒷받침이 되었다.
이승만은 을사늑약(을사조약) 후 그 국제법적 부당함을 주장하는 민영환의 밀사로 미국에 파견돼 활동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역임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광복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정부 수립을 주도하고 총 12년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한민국 국제 승인, 농지개혁, 초등학교 의무교육,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의 현대사에 굵직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독립운동 외 단연 빛나는 그의 업적은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낸 일이다. 또 그에 못지않게 대단하고 중요한 일은 구시대에 잠들어 있던 국민을 깨워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국민에게 자유를 알려 주고 확보해 주었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분명히 알려 주었다. 그는 권리만 알고 자유의 한계를 모르는 이들은 자유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 사람이나 한 나라가 자기가 제 일을 하는 것을 ‘자주’라 이르고, 따로 서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은 것을 ‘독립’이라 이르는데, 이는 인류로 태어난 자에게 부여된 천품이라고 역설했다. 이승만은 자신의 저서 <독립정신>에서 자주와 독립을 이렇게 역설했다.
“선원들이 술에 취해있거나, 잠들어 있거나, 눈이 멀고 팔이 부러져서 배를 움직일수록 위태롭게 만들어 물이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이 배의 선객들은 구조하는 일을 남에게 미뤄두고 무심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하겠는가. 선객들은 남이 건져주기를 바라지 말고 선원들에게 버려두지도 말고 각자 자기 일로 생각하고 자기 힘을 다해야 한다. 우리 대한 삼천리강산은 곧 2천만 생명을 싣고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이 몰아치는 큰 바다를 외로이 나가는 배와 같다. 우리는 지금 당장 물에 빠져가는 배 안에 앉아 있으니 정신을 차리고 보아야 한다.”
이승만은 모든 정치제도의 성패는 항상 그 나라 백성들의 수준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선진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여러 가지를 모두 배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는 데 그치지 말고 실행하고 옮겨야 한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그는 남들이 흉보고 욕하는 것을 상관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그저 형식적으로 하는 체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승만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 누구나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이를 남이 빼앗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국민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승만은 죽는 날까지 나라와 국민을 걱정했다. 그리고 서거 전 이렇게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이제 저의 천명이 다하여 감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명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 버겁습니다. 바라옵건대 우리 민족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옵소서. 우리 민족을 오직 주님께 맡기고 가겠습니다.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가 어찌 이런 사람을 기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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