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몸싸움 등 충돌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사 주최 측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간의 충돌이나 이들과 경찰과의 충돌이 있었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보도 내용을 보니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 간의 충돌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축제가 열리는 날 오전부터 대구시청, 중구청 직원 500여명이 주최 측이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대집행을 위해 현장에 나와 있었고,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 1500여명은 교통 통제와 주최 측과 반대 집회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배치되어 있었다.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 사이의 충돌은 행사 물품 등을 실은 차량의 진입을 공무원들이 막아서자 경찰이 차량 통로 확보를 위해 공무원들을 밀어내면서 발생했다. 30분여 이어진 경찰과 공무원들 간의 대치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마무리되었고, 행사도 큰 차질없이 치러졌다. 현장에서의 충돌은 끝났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찰청장의 문책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경찰을 모욕하지 말라”며 반박하는 등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충돌은 적법하게 신고 수리된 집회에 대해 대구시가 별도의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행정대행집 절차에 나서면서 비롯되었다. 도로법 제61조는 ‘공작물 등을 설치하거나 그 밖의 사유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4조는 ‘반복적, 상습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있어 ‘계고’ 등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일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대집행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러한 도로법 규정을 근거로 행정대집행에 나선 것으로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로 집회는 당연히 일정 장소의 점용과 공중의 일반사용에 불편을 끼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집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적법하게 신고 수리되었다면 별도로 ‘도로법’상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봐야 한다. 거의 매일 수많은 집회가 열리지만 그때마다 도로점용허가를 별도로 받지 않는 이유다. 또한, 집회를 하는데 필요한 시설물, 물건 등은 집시법상 집회용품에 해당하고, 집회 후 철거 및 회수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도로법상 도로점용허가를 요하는 공작물 등으로 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집시법에 따른 신고 외에 별도로 도로법에 따른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집회의 자유와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대법원도 “헌법이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고 집시법이 집회 신고 시 따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참가자들이 점용할 것으로 예정된 장소에서 집회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으로 인정될 경우 규제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대구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누구든지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집회 주최자로부터 집회 또는 시위가 방해받을 염려가 있어 보호 요청을 받은 경찰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적법하게 신고, 수리되었고, 일부 기독교단체와 상인회 등이 제기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 또한 기각되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퀴어문화축제를 막고 나선 것은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기 보다는 적법한 집회를 위력으로 방해한 위법행위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구시는 퀴어문화축제로 인한 대다수 시민들의 불편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아니 되며,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되어야 한다는 것을 헌법 스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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