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진행된 공인중개사 원서접수에 지원자가 폭증해 시험장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때마침 공인중개사시험을 현행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개편하는 법안이 추진된다는 보도가 나오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관련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공인중개사가 과잉 배출되고 있으니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인중개사로서의 역량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에 실력이 아닌 숫자로 통제하는 상대평가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의 비중이 컸다.
특히 현행 부동산시장의 문제들은 공인중개사의 수와 과도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중개 수수료 등을 비롯한 여러 제도상의 문제들이고 공인중개사의 배출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들이 눈에 띄었다.
신규 배출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의 실력을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공인중개사시험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법률저널의 기자로서 매년 반복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에 관한 문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의 합격자 결정 방식은 과목별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한다고 분명하게 절대평가를 규정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변리사, 노무사, 세무사시험 등과는 다르다.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부분은 현행 변호사시험법의 합격자 결정 방식이 적절한가다.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합격자 결정에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 의견, 대법원, 대한변협, 법학대전문대학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세무사시험 등이 명확한 합격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기준이 모호하다. 문언만 놓고 보자면 합격자 결정의 방식이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여러 제반 상황을 반영해 수를 통제하는 형태의 상대평가를 전제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논의 과정에서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에서의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경우 합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행한다는 방향이 제시된 점을 고려하면 명백히 선발시험인 공무원시험이나 사기업의 입사시험과 달리 일정 수준의 역량이 검증되면 합격시키는 절대평가로 선발한다는 취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생각해보자. 변호사시험은 무엇인가. 변호사시험은 응시자가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험이다. 본질적으로 자격시험이다. 물론 이 같은 논의를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전문자격사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는 제한이 있고 검사, 판사 등의 공직에 임용되려면 변호사 자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변호사’시험이 변호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자격시험을 규정하는 법은 해당 자격에 합당한 역량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 기준을 넘기는 자는 모두 합격시키는 게 맞다.
만약 현행 시험이 변호사의 자격, 공인중개사의 자격을 검증하기에 부적절하다면 시험의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 등을 조절해 역량 검증에 적합하게 개선하면 된다. 공급이 많다면 실력과 보다 좋은 서비스로 경쟁을 하면 된다. 편법, 위법을 자행하는 이들에게는 강력한 제재와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 대처해야지 역량을 갖춘 이들의 진입을 막아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왜 항상 법을 만드는 이들은 기득권에게 친절한 것일까 새삼스런 의문이 든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이들의 길을 막아 당면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근시안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문제의 근원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한계가 올 것이고 그 후에는 문제의 해결에 더 큰 희생과 수고가 필요하게 된다는 것을 정부가, 입법자들이 항상 유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