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난 지 어느새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시험 문제 유출, 법전 밑줄 허용, 선택형 시험 조기 종료 등 시험 운영상의 공정성·형평성 등에 대한 다툼은 잠시 소강상태이지만 당장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합격자 연수가 문제다.
대한변협은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부터 변협에서 실시하는 합격자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연수를 위한 비용 등과 관련해 국가의 지원이 중단됐고 충실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관리 인력 등 물적·인적 여건이 부족해 연수 인원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한변협의 주장이다.
특히 연수 수용 인원 문제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와도 연계돼 의견 대립이 있었다. 대한변협은 협회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 2백 명과 법조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1천 명을 합해 1천 2백 명 이하로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수험생 등은 완전자격시험화를 주장하며 대한변협이 연수 인원 제한을 통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신규 변호사 배출을 통제함으로써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고 맞섰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그만이지 연수가 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6개월간 법률사무종사기관이나 대한변협 등에서 실무연수를 받아야 법률사무소 개설이나 법무조합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연수를 마치지 않으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셈이다.
가능하다면 모든 합격자가 취업을 통해 월급을 받으면서 연수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취업을 통한 연수가 가능한 인원은 합격자 수에 턱없이 모자라 매년 수백 명의 합격자가 연수비용을 스스로 부담해가면서 대한변협의 연수를 통해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연수 인원을 갑작스럽게 제한한다고 하니 수백 명의 합격자가 연수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한변협은 회원들에게 법률사무종사기관 등록을 독려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연수 위탁을 제안하는 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당장의 연수처가 급한 합격자들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실무역량을 높이려는 변호사법의 취지에도 공감하고 법의 취지에 맞게 충실한 실무연수를 시행하기 위해 인적·물적 여건에 맞게 연수 인원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대한변협의 입장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기적인 부분이 아쉽다. 대한변협의 연수를 대체할 수 있는 연수처를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이 합격자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연수 인원 제한을 선언한 것은 ‘충실한 실무연수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무엇보다 연수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연수처를 발굴하고 선배 법조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합격자들이 신속하게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보다 본질적인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의무 연수에 대해서는 한참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취지야 좋지만 교육·감독 등의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운영되다 보니 열정페이, 부실연수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고 때문에 효과는 별로 없고 합격자들에게는 부담만 되는 연수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이제 방치돼 있던 문제들을 해결할 때가 됐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연수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보완책을 모색하고 나아가 모든 합격자들이 균일하게 양질의 연수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대승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