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산책 200 / 공동주택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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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의 감정평가 산책 200 / 공동주택의 역습
  • 이용훈
  • 승인 2021.04.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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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이용훈 감정평가사

4.7 재보선 각 당 후보의 선거활동을 보며 선거의 속성을 되씹어보게 된다. 이제, ‘제가 적임자입니다’ 자기 홍보는 힘을 잃었다. ‘쟤가 이런 나쁜 놈입니다’만 외치고 있다. 최선과 차선을 저울질하는데서 최악과 차악을 달아 보는 것으로 이렇게 질이 나빠졌다. 정보화 시대의 폐해면 폐해다. 미담 기사는 지나쳐 버리지만 ‘누가 이런 사고쳤대’ 전하는 기사에는 클릭한다. 언론전도 얼마나 재미진가. 누구의 제보를 단독보도로 내보내면, 궁지에 몰린 쪽은 제보한 자의 신상털이로 반격한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보면 제보는 이유 없습니다.’ 주장하지 않고 ‘제보한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그 말 믿을 만 하겠어요?’로 몰아간다. 온통 이런 식이다.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빈 공간들을 대면한다. 이런 규정이 왜 없을까 생각도 들고 그 공백만 메우면 앞으로의 혼란과 불만이 잠재워질 것이 기대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재건축단지 초과이익환수와 관련해, 상가조합원이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때 초과이익이 과대평가된다. 현재 규정은 ‘신축 주택가액’에서 ‘멸실된 주택가액’과 개발비용, 정상적인 주택가액 상승분까지 빼서 초과이익을 산정한다. 그런데 상가조합원이 아파트로 갈아타면, 기존 상가가액은 멸실 주택가액에서 빠지지만 그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신축 주택가액에 포함된다. 제대로 된 일대일 대응이 아니다. 서둘러 공백을 메워야 한다.

요즘의 이슈는 LH 보상투기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전환된 듯하다. 특히 몇몇 지자체가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공격하면서 확전되고 있다. 특정 언론은 이 때다 싶어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증세’의 문제를 집중 타격한다. 재보선 출마 후보도 당장의 표만 보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 혼란만 부추긴다. 몇 억 이하 주택은 공시가격 상승을 제한하거나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으로 부과되는 보유세를 경감시키겠다고 한다. 상대적 불균형 심화를 어쩌려고 그러는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걸핏하면 먹잇감이 된다. 소설 『태백산맥』의 공간적 배경인 ‘벌교’는 꼬막세상으로 묘사돼 있다. 꼬막 껍질이 고샅길을 뒤덮고 있을 정도다. 주민 누구라도 꼬막 하면 한 마디 거들 수밖에. 지금 공동주택이 그 모양이다. 아파트가격 보고 한 마디 못할 사람 없다. 옆 단지와 비교해서 위아래 층과 비교해서 그리고 옆 호와 비교해서 내 집이 더 비싸다느니 작년 대비 더 올랐다느니 한 마디씩 거든다. 갈수록 눈초리가 더해지고 매질도 강해진다. 그 결정판은, 정부를 믿지 못해서 지자체가 공시가격 결정권한을 갖겠다는 도발이다.

몇몇 지자체가 지적한 공시가격의 불균형 문제는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오해다. 공시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아 현실화율 100% 초과한다는 공격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인다. 내부자 거래 등 정상적 거래가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세금 탈루를 위한 저가거래신고를 파악해야 한다. 반면, 지역별, 단지별, 세대별 형평성이 헝클어졌다는 지적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 정부가 가격수준별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를 차등 설정했다. 그 목표를 따르려면 시세가 비슷하게 올랐어도 공시가격 인상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만약, 작년과 올해까지 가격수준이 비슷했던 단지의 상승률이 꽤나 편차를 보이면, 그건 작년 불균형 산정의 자기 고백과 다름없다. 작년에 키를 맞추지 못하고 올해 수정한 것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수난이 계속될 듯싶다. 모든 국민이 한 마디 거들 수 있어서다. 정보 접근성은 여느 자산보다 높다. 공시가격에 주렁주렁 매달린 보유세와 준조세 열매는 얼마나 많은지. 지자체의 요구는 마냥 묵살할 일만도 아니다. 공시가격의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는 지역 주민이 떠안고 그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중한 유권자다.

앞서 말한 약간의 법령 공백도 있어 보인다.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 3조 5항에서 표준지공시지가의 조사·평가는 둘 이상의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정평가법인등에게 의뢰한다고 했는데, 동 법률 16조와 18조에서는 표준주택과 공동주택의 산정 주체를 한국부동산원으로 한정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상 정당보상액의 결정에도 최소 2곳, 최대 3곳의 감정평가법인등이 참여하고, 그들은 공공을 포함한 사업시행자, 소유자, 시·도지사의 추천을 각각 받는다. 이해당사자에게 추천권을 줬다. 정당한 보상액과 조세에 적용될 정당한 재산 가치의 경중을 둘 마땅한 근거도 없다. 차라리 지자체에게 추천권을 부여함이 어떨지.

한국부동산원이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라면 그들은 정부의 추천 몫으로 하고 지자체가 민간 평가법인을 복수의 산정기관으로 추천할 수 있게 해 주면, 공시가격 산정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라는 요구도 어느 정도 수용된 것이다. 지자체만 산정 권한을 독점하게 되면, 단체장의 선거철마다 공시가격 동결조치 또는 하향조치를 현직 프리미엄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호 견제 측면에서 복수 산정의 장점이 크다. 예산 몇 백 억 원 증액되겠지만, 전 국민적 불평등 불만 해소에 이 정도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것은 감수할 만한 일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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