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과 성실함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공직자 되겠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여풍(女風)’의 강세가 도드라지고 있는 가운데 입법부의 엘리트 공무원을 뽑는 올해 입법고시에서도 여풍의 열기가 이어졌다.
2019년도 제35회 입법고시 최종합격자 17명 중 여성이 9명으로 전체의 52.9%를 차지했다. 입법고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이는 50%로 최고였던 2013년도의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최근 여성 합격자 비율을 보면 2015년 43.7%로 강세를 보이다 2016년 23.5%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2017년부터 35%로 다시 반등했으며 지난해도 46.7%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올해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최고치에 달했다.
일반행정 수석도 여성이 차지하며 여풍의 강세를 뒷받침했다. 입법부에도 여풍이 불면서 공고한 ‘유리천장’에 조금씩 금이 갈지 주목된다.
입법고시 일반행정 수석의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은 문정원 씨다. 6명을 선발하는 올해 입법고시 일반행정에는 2055명이 지원했다. 343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뚫고 수석의 영예를 안은 문 씨는 제주중앙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재원이다.
일반행정 수석을 차지한 그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부족한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로 먼저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문 씨는 “저는 원래 교육행정 직렬을 준비하고 있었고, 다른 분들보다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합격만으로도 감사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그에게 입법고시를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회 소외계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국회공무원으로서 국가의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답을 내놨다.
2차 시험에서 평균 66.22점으로 수석을 꿰찬 그의 수석 합격의 비결은 ‘성실함’과 ‘루틴’이 키워드였다. 그는 거의 매일 아침 7시 도서관에 와서 11시까지 자리를 지킬 정도로 일정한 공부패턴을 유지했다.
특히 그는 교육행정 과목과 다른 정보체계론과 정치학을 새로 공부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여 최선을 다한 끝에 수석의 영예까지 거머쥐었다.
PSAT 주된 공부방법은 많은 양의 문제를 푸는 소위 ‘양치기’였다. 기출에 있는 모든 유형을 숙지한 후에 많은 양의 문제를 풀어본 것. 특히 1~2월에는 집중적으로 최소 하루에 4회, 최대 5회의 문제 풀이를 했다. 또한 시험장에서 어떠한 상황이 와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극한의 상황에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할 정도였다.
입법고시 PSAT은 5급 공채(행정고시)와 조금 다른 면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문정원 씨는 “언어논리의 경우 행시와 달리 지문을 빠르게 읽는 법이 중요한 것 같다”며 “행시가 지문의 내용을 꼼꼼히 읽으면서 추론하는 유형이 많다면, 입시는 꼼꼼히 보다는 ‘빨리’ 선지에 있는 내용을 지문에서 찾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법고시 PSAT만의 특징 때문에 그도 입시 언어논리를 풀 때는 최대한 빠르게 지문의 내용을 스캔하고 선지의 키워드와 연결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는 “자료해석의 경우 계산의 양이 좀 더 많고, 상황판단은 풀 수 있는 문제와 없는 문제를 골라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라며 입법고시 PSAT의 특징으로 꼽았다.
문 씨는 PSAT의 경우 이미지 트레이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실전과 같은 장소에서 전국모의고사를 응시했다. 전국모의고사를 통해 그는 “실전과 같은 장소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며 “실전과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중간에 먹을 간식과 김밥도 챙겨 와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률저널 전국모의고사가 다양한 학교에서, 많은 수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PSAT 전국모의고사 중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모의고사라고 말했다.
헌법 공부는 인터넷 강의로 기본내용을 숙지한 후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다. 기출문제는 국회 8급, 7급, 사법시험 헌법 객관식까지 풀 정도로 헌법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차 공부는 주로 경제학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을 친한 친구와 암기스터디를 했다고 했다. 문 씨는 “서로 두문자를 만들어오고, 만나서는 두문자를 공유하면서 암기한 것을 백지 복습하는 형태로 진행했다”면서 “판례연습과 행정학 서브 노트를 2차 시험 전까지 3번 정도 백지 암기를 했다”고 말했다.
판례는 최대한 원래의 문구와 동일하게 외우려고 노력했다. 그는 “전년도에는 답안을 많이 쓰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였는데, 답안을 많이 쓰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올해는 암기와 답안을 70대 30 정도로 배분하여 진행했다”고 밝혔다.
2차에서 중요한 과목으로는 ‘경제학’을 꼽았다. 게다가 경제학이 취약과목인 탓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경제학은 우선 개념 및 그래프를 완벽히 암기한 후에, 다른 과목과 달리 문제 풀이와 답안작성 위주로 공부했다는 것.
2차에서 답안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채점자가 잘 이해하고 평가하기 쉽게 써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답안을 작성하거나 지나치게 복잡하고 산만하게 답을 쓸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문 씨는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쓰자’는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시험에 임할 정도로 답안작성에 힘을 쏟았다. 그는 “제 생각이 온전히 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문항마다 주장하는 내용을 집중력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서론-본론-결론까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입법고시 면접은 첫째 날에 집단토론 및 인성검사가 이루어지고 둘째 날은 개별 PT, 자기기술서 작성 및 개별면접으로 진행된다. 개별면접에서는 PT와 자기기술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과 답변을 하게 된다.
문 씨의 면접 준비는 면접스터디였다. 2차 합격자 전원이 면접스터디를 구성해서 대비했다는 것. 면접스터디에서 집단토론과 개별PT, 자기소개서 및 자기기술서 질문을 돌아가면서 질문하고 피드백을 하는 방식이었다.
면접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며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더라도 면접관과 소통한다는 느낌으로 성실하게 답변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의 수험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휴학을 하며 공부를 시작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수험기간이 길어지며 지치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중에 도서관 사물함에 이마가 크게 찢어져서 혼자 응급실에 가서 이마를 9바늘가량 꿰맨 적도 있었다. 그는 “공부하느라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제가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공부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공부하는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풀었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만은 매우 즐겁게 에너지를 보충했던 것. 가끔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마치고 코인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고진감래 끝에 수석 합격의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항상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며 겸손함과 성실함을 잃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공무원이 되겠다.”
수험기간이 길었던 만큼 누구보다도 수험생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그에게 수험생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부탁에 “저도 고시 생활을 하는 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에서 혼자 남겨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지만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잊지 않는다면 분명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외로이 책상 앞에서 묵묵히 공부하고 있을 시간, 걱정에 잠 못 드는 시간, 여러분의 모든 시간을 늘 응원하겠다”며 격려의 말을 덧붙였다.
오랜 수험기간 마침표를 찍기까지 함께 했던 많은 사람에게도 그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부족한 저를 항상 응원해주신 부모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못난 언니를 옆에서 응원해준 동생 지영이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수험생활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과 입법고시 면접 스터디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