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기자는 종종 법원 판결, 검찰 공소과정 등에 불만이 있다며 걸어오는 전화를 받곤 한다. “선생님,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상담을 해 드릴 수 없습니다”며 극구 전화를 끊으려하지만 대부분 “어디 사연을 말할 곳도 없고 하니 제발 좀 더 들어달라”며 매달리곤 한다. 하다못해 “변호사를 고용해 보심이...”라고 말하면 “변호사들도 이제 못 믿겠습니다”며 곧바로 대응해 온다. “여의치 않으시면 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사연을 말해보시지요”라고 말하면 “아무 의미가 없더군요”라며 계속해서 사연을 쏟아 낸다. 급기야 기자는 민변, 공익전문변호사단체 등에 문의해 보시라며 억지로 수화기를 내려놓곤 한다.
지난달 27일 오전 출근길에 오르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상징인 대법원 입구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화염병 테러를 당했다. 가해자는 70대 남성으로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한 화풀이로 김 대법원장의 차량에 서너가 든 페트병을 투척했다. 10년전 재판에 불만을 품고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쏜 한 대학교수의 ‘석궁 테러’를 연상케 하면서 국민을 놀라게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군사정권 시절의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눈물을 흘렸다. 문 총장은 “당시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후속조치도 이뤄졌을 것이지만 검찰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며 “깊이 사과드리며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행하지 않도록 검찰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날 발생한 사법·준사법기관 수장들의 수모를 두고, 법조계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터질 것이 터졌고 올 것이 왔다”며 우려반, 질타반, 사법기관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기자 역시 ‘과거의 잘 못으로 현 수장들이 매를 맞는구나. 하지만 어쩌리, 과거의 악업에 대한 부메랑인 것을...’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외 경찰, 국정원, 공정위 등의 준사법기관에 대한 대국민신뢰도 바닥에 떨어 질대로 떨어진 대한민국. 억울함을 다투기 위해 변호사에 의지하지만 이 마저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전관예우의 뒷거래가 횡횡하고 변호사법 위반 변호사가 속출하는 것 외에도 ‘유전무죄’의 악치가 만연한 변호사업계가 아니든가.
정부 눈치를 보기 바쁜, 조직과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날쌘, 국민의 인권과 이익에는 눈먼, 사법기관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여전히 인내하며 훗날을 기달 수밖에 없는 나약한 서민들. 법조계에 석궁, 포클레인, 화염병에 이어 언젠가 다이너마이트가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뭔 이렇게 과격한 표현이냐고 누군가 분명 꾸짖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보다 더 큰 핵폭탄이 사법기관을 겨냥할지도 모르니 일신우일신하라는 충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미 우리사회는 거대한 촛불광장을 경험했다. 사법부, 행정부, 입법부든, 모든 권력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결단코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민주적이고 할 말 다하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폭력을 동반한 의사표현은 절대 금물이다. 그럼에도 때론 ‘속 시원하다’는 국민들의 비아냥거림의 역설은 왜일까. 사법부가 올곧이 서 있다면 국민들은 사법부의 철저한 수호자가 될 것인데,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인 듯하다.
급증하는 사건 탓에 대법원이 못살겠다며 상고법원까지 추진하려했다. 1심부터 법원에 불신이 깔린 탓에 ‘대법원까지 끝까지 간다’는 국민적 정서를 읽지 못했고, 이제는 대법원마저 사법농단에 휩쓸려 그 불신이 하늘을 찌르니, 제4심의 또 다른 최고법원을 설립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코앞에 다가온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금태섭 국회의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에 접수된 법관 상대 진정·청원 건수가 사법농단 이후로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기관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를 갖지 못한 국민이 안타까운 것이다. 부디, 올곧게 다시 서는 사법기관이 되길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