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외교관후보자시험 외교전문 합격 엄승표씨
양정고등학교 졸업/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 전공
“종합상사 근무 경력 활용해 한일관계·통상에 역량 발휘하고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공부를 한다는 뜻으로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 어렵게 공부를 하는 사례를 흔히 수식하는 말이다. 물론 생업에 종사하며 공부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지간한 정신력이나 체력으로는 작심삼일을 넘기기도 쉽지 않은 게 주경야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생업을 포기하고 공부에 올인하는 선택은 어떨까. 솔직히 주경야독 이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배수의진(背水陣), 물러설 곳이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8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외교전문 합격자 엄승표씨는 이렇게 어려운 주경야독과 배수의 진을 모두 경험했다. 올해 만 41세인 엄승표씨는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해 한국철학을 전공했다. 이후 일본계 종합상사에 취업, 무역 등 해외 사업에 13년간 종사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다가 선발인원도 적고 수험 부담도 큰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엄씨는 “해외 시장 개척 등 통상 업무 경력을 국익의 증진에 활용하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 특히 북한을 연구한 석박사 경력을 활용하기에는 민간보다 공직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대답했다.
뚜렷한 목표를 갖고 도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불안은 있었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엄씨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올바른 방향인지의 확신이 흔들릴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외교의 수험생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걱정이 많았다. 회사를 퇴직하고 공부에 집중했는데 합격해서 다행”이라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과감한 선택과 도전을 통해 꿈을 이뤄냈지만 처음부터 직장을 그만두는 초강수를 뒀던 것은 아니었단다. 엄씨는 “처음에는 회사생활과 병행했지만 계속 탈락해 퇴직하고 작년 말부터 수험 준비에 전념했다”고 설명했다. 또 무역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을 살려 외교관의 업무와 유사한 분야가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민간경력 5급 채용에도 지원하는 등 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도전했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은 1차 PSAT, 2차 논술시험, 3차 면접시험으로 치러진다.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엄씨에게 가장 부담스러웠던 관문은 2차 논술 시험이었다고 했다. 특히 기초지식이 전무했던 경제학이 가장 부담스러웠는데 학원에서 실제로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개념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외교전문 분야는 일반외교와 달리 통합논술로만 2차시험이 진행된다. ‘통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교관에게 요구되는 여러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과 응용·융합능력을 요하는 시험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전공과목 공부보다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게 더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엄씨는 “우수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통합논술 점수가 저조해 안타깝게 탈락한 분들이 주변에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통합논술은 출제자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제시문에서 경제학, 국제정치학, 국제법적으로 무엇이 논점이 되는지를 분석해내는 통찰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물론 득점을 위해서는 각 전공 과목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엄씨는 외교 업무를 하고 싶었기에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과 민간경력 5급 채용을 모두 준비했다. 하지만 PAST(공직적격성시험) 외에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별도의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민간경력채용 방식에는 우려를 보였다.
그는 “내년부터는 외교전문 분야가 민간경력 5급 채용으로 흡수된다고 알고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인재를 채용한다면 면접관의 주관이 개입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과잉 경쟁 시대에 탈락자도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선발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주경야독의 시간과 배수의 진을 넘어 이제 국립외교원에서 1년간의 교육을 마치면 그토록 바라던 외교관의 꿈을 실현하게 된다. 엄씨는 “우선 일본계 종합상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활용해 한일 관계와 통상 분야에서 실무적인 역량을 발위하고 싶다”고 했다.
더 커다란 목표도 이미 세워뒀다. 그는 “우리 나라의 통일이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장래 외교관으로서의 목표”라며 원대한 포부를 펼쳐보였다.
마지막으로 그와 같이 커다란 꿈을 품고 있는 만학도들과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최고령 합격이 자랑은 아니지만 제 이야기가 만학도들에게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외교관을 준비하는 분들도 신념과 의지, 그리고 노력이 있다면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직장 다니는 사회 중년이 그냥 마이너급도 시간 제법 걸리고 더해서 미들급 국가 전문 자격증 시험도 붙기 보통 쉬운게 아닌데
그냥 시험도 아니고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이면 정말 대단한겁니다. 운도 있다고 해도 그 운이 따라줄 때 갖춰진 실력 또한 있었기에 더해서 오랜 시간의 노력도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합격수기 꼭 좀 써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