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 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2018 무술(戊戌)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탄핵정국에서 시민의 힘에 의하여 법절차에 따라서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민주적 발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행 헌법 총강 마지막 조문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 라는 ‘문화국가주의’ 에 주목하여 그 실천을 강조하고 싶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이 ‘문화국가주의’ 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고 결국 모든 국민의 문화감성의 선진화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임은 췌언을 요하지 아니한다. 다시 말하면 예를 들어 지금 정치권의 개헌논의 중에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미국식 4년 1차 중임제냐 아니면 대통령과 총리로 권한을 나누는 프랑스식 이원정부제로 할 것이냐가 정파간 합의가 되지 않아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어떤 정부형태로 하든 장단점이 있어서 그 성패는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 정치권과 일반국민의 의식문화수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개헌이 되지 않더라도 현행 헌법으로도 5년 단임정신을 살리면서 정파간 멋진 협치를 할 수 있고 상당한 수준의 지방분권도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헌은 우리의 미래의 청사진이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루어 가되 개헌이 안 되서 뭐가 안 된다는 식의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개혁이고 그래서 국민전체의 문화감성의 선진화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프랑스를 세계 제일의 문화대국으로 만든 드골 대통령아래서 10년 문화상을 지낸 ‘인간의 조건’ 작가 앙드레 말로의 ‘문화민주주의’, ‘문화뉴딜’을 주창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창의성의 원천은 문화’ 라고 하면서 창의영국(Creative Britain) 강조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등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께서 1947년 발표한 ‘나의 소원’(백범일지 참조)에서 예견하였던 문화민족으로써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문화국가’ 완성을 이제 서서히 시작해야할 때가 된 것이다. 특히 선생께서 설파하신 문화가 행복의 원천이라는 ‘문화행복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복지정책도 문화복지의 방향이 정답이 아닌가 본다. 즉 물질적, 경제적으로 조금 부족하더라도 문화를 제대로 누리면서 그 만족감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몇몇 사람이 문화 정책을 세우고 구호를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의 문화감성을 높히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온 국민 시 한 수 외우기 운동’ 등으로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스스로 문화감성을 높이면서 행복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매월 마지막 ‘주’를(도종환 문화부장관이 전 정부의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서 확대) ‘문화가 있는 주’(가정의 주)로 운영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120만 공무원들이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족 친지와 함께 각자 좋아하는 장르에 문화행사에 참여한다면 우리의 문화계는 크게 진정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일을 하고나면 바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문화사업과 아울러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커서 경기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ㆍ로봇 등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일자리는 주로 ‘노는’ 감성적인 문화산업에서 나온다는 것이 거의 정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프랑스, 영국 등에서와 같이 초등학교 때 몇 편의 시를 외우게 하는 것을 참고하면서 우리도 윤동주의 ‘서시’ 나 이육사의 ‘광야’ 같은 애국시를 온 국민이 외우고 다니는 분위기가 된다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좌우이념의 불필요한 갈등대립도 지양ㆍ통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특히 공무원이 문화감각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문화는 우리 헌법의 최고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보장(제10조)을 구현하면서 문화적 존재인 인간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 때문에 공무원의 공직윤리 봉사정신에 실질적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리하여 공무원의 문화적 감각은 공직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고양시키고 수준이 올라가게 함은 물론 문화예술인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의 창조의욕을 높이고 고품격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에 비인간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정치권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