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지난 28일 서울지방변호사 회관에서 법률저널·한국여성변호사회가 주최한 ‘법과 오늘’ 강연회가 있었다. 이 모임에서 법률저널 김주미 기자가 인터뷰하여 출간한 저서 <이 시대 법조인 36인이 말하는 법과 오늘>에 나온 5명의 법조인이 강사로 나왔다. 필자 역시 ‘로스쿨과 오늘’ 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요청받고, 로스쿨이 출범하기까지의 우리 법조인 양성제도의 변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1962년 「국립학교설치령」은 서울대학교에 사법대학원을 설치하여 고시에 합격한 자들을 입학시켜 판사, 검사, 군법무관 또는 변호사를 양성했다. 사법대학원은 그 당시 서울대학교 법대 유기천 교수가 미국의 로스쿨을 모델로 하여 그 설립을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법대학원 학생은 장차 판사, 검사 또는 군법무관이 되려는 자는 국비로 하고, 변호사가 되려는 자는 사비로 했다. 실제로는 대학원 학비를 사비로 내면서 다니는 자는 없었을 것이다. 사법대학원을 수료하면 석사학위를 부여하는데,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자가 고시에 합격한 경우도 있어 석사학위 수여자격이 되는지 여부도 문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비로 사법대학원을 다닌 자는 판사, 검사 또는 군법무관으로서 3년간 복무할 의무가 있었다.
그 후 1970년 「법원조직법」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자들의 연수기관인 사법연수원이 신설된다. 사법대학원이 개원한지 10년도 되지 않아 폐지된 이유는 판사, 검사의 실무교육이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법연수생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3급 상당의 공무원으로 했다. 모든 연수생이 공무원 신분이라서 국비로 연수를 받았다. 사법연수생의 수습기간은 2년으로 하고, 수료 후 판사 또는 검사로서 5년 이상 근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사법대학원 출신은 3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했지만,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자는 5년 이상 복무하도록 그 기간을 연장했다. 이는 사법대학원과 달리 사법연수생은 급여를 지급받았던 점을 고려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 붙기는 어려웠겠지만, 합격 후 연수원 생활은 여유로웠을 것이다. 이와 같이 사법시험은 판사, 검사 임용시험으로 출발했다. 다만, 사법연수원 수료 후에 곧바로 로펌으로 가거나, 집시법위반 전력이 있다고 임관을 거부하기도 하고, 1년 만에 판사 사직하고 변호사 개업한 사례 등을 보면, 사법연수생의 5년간 의무복무 규정은 엄격히 시행된 것 같지는 않다. 훈시규정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1981년 개정된 「법원조직법」은 5년간 의무 복무 규정을 삭제했다. 이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300명 시대로 접어든 여파이다. 그 결과 사법연수원은 판사, 검사와 변호사를 거의 절반씩 배출하는 기관으로 변화된다. 성적에 따라 판사, 검사를 임용함에 따라 사법연수원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된다. 필자 역시 288명 사법시험 합격자 안에 이름을 올려 사법연수원에 입소했다. 머리도 탁월하면서 열심히 하는 동기들을 보면, 평범한 노력파는 낄 곳이 없음을 금방 알게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법시험 합격자 인원은 증가되어 1천명 시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은 변호사 선발과 양성기관의 성격이 짙어졌다. 그럼에도 사법연수원은 여전히 소수의 판사, 검사임용을 위한 연수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여전히 유지하는 문제점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변호사 양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로스쿨이 도입된다. 그리고 2009년 제정된 「변호사시험법」에서는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있다. 2018년 새해는 70년간 법조인 선발과 양성역할을 해왔던 사법시험이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고 로스쿨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2011년 「변호사법」에 신설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에 대한 6개월 법률사무종사 또는 의무연수 제도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정착에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이 제도는 로스쿨생들이 변호사시험에 합격되어 법조계에 진출하여 실무능력을 검증받기도 전에 생겨났다. 로스쿨 1기들이 3학년 1학기 재학 중인 2011년 5월 17일에 로스쿨 실무교육이 부실할 것이라는 대 전제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실무능력 향상보다는 6개월 간 개업을 저지하는 변호사업계의 진입장벽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했지만(헌재 2012헌마480), 본래의 입법취지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과거 고시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실무교육이 부실했다는 평가도 있었던 사법대학원의 전례를 돌이켜 볼 때, 로스쿨 학생의 대부분은 입학한 후부터 비로소 법을 배우기 시작하므로 실무교육까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변호사시험은 사법연수원 1년 차 수준의 실력을 기준으로 합격시키는 점을 고려할 때, 로스쿨의 실무교육 수준을 한없이 높일 수도 없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개업을 위한 등록까지 변협이 허용한 상태에서, 정작 변호사의 고유한 직무수행은 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차별이며 횡포와 다름없다. 해를 거듭할수록 6개월 간 의무적으로 법률사무에 종사해야만 하는 상황을 악용하여 노동력 착취의 기회로 삼는 사례들이 늘어가고 있다. 심야근무까지 요구하면서도 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풍조가 일반화 되어 있어, 기성 법조인에 대한 불신과 화합을 저해하는 갈등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변협도 의무연수를 담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사법연수원에서 이를 주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의무연수가 변시 합격과 동시에 개업하지 못하도록 함에 그 목적이 있었기에, 날이 갈수록 이 제도의 운영이 버거워지고 형해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무연수의 담당주체를 논할 것이 아니라, 그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로스쿨에서도 출범 10년을 맞이하면서 근본적으로 학문연구를 본령으로 삼는 대학이라는 장소에서 어떻게 유능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법관(로클럭)·검사 임용제도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현재 대법원과 법무부가 시행하는 로클럭, 검사, 경력법관의 임용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가 없다. 로스쿨은 출범 초기에 미흡했던 점이 노정됨에 따라 공정한 입시와 엄정한 학사관리를 위한 교육부, 대한변협, 국회 등의 지속적인 감시와 감독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이와 달리 로클럭, 검사임용대상자 선발과정은 제3기관의 감시와 통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절차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과연 이들 기관이 사법연수원에서와 같이 공정한 기준으로 내, 외부의 부당한 개입 없이 정의롭게 이런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