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외교관후보자시험 최연소 백경빈씨
대원외고 졸업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수험 시작 1년 반 만에 만 21세 나이로 거머쥔 쾌거
“수험생활은 나 자신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기간”
[법률저널=안혜성]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부터 이른 봄날, 이슬을 송송 머금고 있는 연둣빛 말간 새잎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싱그럽고 생생한 기운이 전해졌다. 올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최연소로 합격한 백경빈씨는 아직 만 21세. 그야말로 봄날의 새순처럼 파릇파릇하고 예쁜 나이다.
고시에서 최연소로 합격했다고 하면 그 성과에 대한 부러움과 갈채가 쏟아진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중차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저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한 ‘공부 기계’가 세상 밖에서 얼마나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들은 ‘나이 어린 공부 기계’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는 매우 달랐다. 넘치지 않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그의 수험 생활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봄날의 새잎을 달고 있는 나무줄기가 대지에 깊이 뿌리를 박고 튼튼히 솟아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앞으로 더욱 무럭무럭 자라날 역량이 느껴졌다.
백씨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던 그는 외국어를 활용할 수 있고 개인적인 적성이나 성향과 맞는다고 생각되는 외교관에 매력을 느꼈다.
지난해 3월 학교에 다니며 수험 공부를 시작했지만 학교 공부와 수험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7월부터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와 본격적인 수험 생활을 시작했다. 전체적인 수험기간은 고작 1년 반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PSAT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로인해 2차시험 준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다.
지난해 3월 치러진 PSAT에 처음으로 응시한 백씨는 3주에 걸쳐 PSAT 기출을 모두 풀어보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결과는 합격선을 훌쩍 뛰어넘는 좋은 점수가 나왔고 2차시험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감’을 잃지 않는 것을 목표로 잡고 시험 한 달 전부터 기출이나 모강을 조금씩 푸는 정도로 준비하는 등 1차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다만 올해는 처음 출제된 헌법을 철저하게 대비했다. 또 첫 응시에서 상황판단 점수가 가장 낮았다는 점을 고려해 상황판단 모강을 중점적으로 풀고 시중에서 파는 교재를 구매하기도 했다.
백씨는 “시험 진입 전에 영어, 제2외국어, 한국사 등 자격요건을 모두 갖춰 두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시험장에 들어가 자신이 PSAT을 어느 정도 하는지, 또 얼마만큼 투자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본격적으로 시험에 진입하기 전인 2016년에 PSAT에 응시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수험 과정에서 2차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PSAT을 무난하게 통과한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그 외의 시간을 오로지 2차 공부에 투자할 수 있다”며 “그렇기에 꼭 시험장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면 ‘미리’ 응시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2차시험 초반에는 학원 수업에 많이 의존했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독학할 자신이 없었다고. 그래서 일단 학원 수업을 들은 후 나머지 시간에는 해당 수업 내용을 철저히 예습, 복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학원 수업을 온전히 따라가는 방식은 백씨와 맞지 않았다.
백씨는 학원 수업을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고 또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빨리 파악해 자신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백씨는 기초가 조금 쌓인 후부터는 수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수업에서 쓰는 자료와 추천받은 단행본들을 혼자 읽고 요약하고 정리하며 단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즉, 배운 것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을 갖는데 보다 집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경제학은 수업이 잘 맞기도 했고 혼자 할 자신이 없어 수업을 계속 따라갔다.
2차시험에서 가장 애를 먹은 과목은 국제법이었다. 유명한 강사들의 수업을 모두 들었지만 잘 맞지 않았기에 대신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다. 백씨는 “혼자서 낑낑대는 것이 때로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시험장에서는 국제법을 가장 수월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고.
2차시험 합격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답안작성은 학원 모의고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익숙하지 않았던 경제학은 1순환에서부터 스터디를 하면서 매주 꾸준히 기출문제로 답안 작성 연습을 했다. 백씨는 “1순환에서 처음 답안지를 쓰고 좌절했지만 뭐든지 계속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꾸준한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답안작성에 있어서 백씨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그는 “사실 공부 기간이 길지 않고 이번 2차시험 문제도 국제정치학과 경제학의 경우 정말 생소한 문제가 나와 합격을 기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할 수 있었던 비법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
백씨는 “어떤 주제가 나와도 그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든 무언가를 매끄럽게 써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그리고 그것은 많이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쓰기 전에 ‘혼자’ 많이 생각해보고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앞서 언급한 PSAT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다는 점과 더불어 단기간 합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비법으로 언급한 것은 ‘흔들림 없는 목표’와 ‘꾸준함’이었다. 그는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2018년까지 어떻게든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다짐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또 어떻게든 자신의 리듬을 만들고 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됐다. 물론 그런 리듬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자신을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종합격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이자 최근 공무원시험의 전반적인 면접 강화로 점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3차 면접시험 준비는 스터디를 통해 했다. 2차 합격생이 모두 모여 자체적으로 조를 편성하고 집단토론, 개인PT를 준비했다. 여기에 백씨는 영어와 인성 면접을 추가적으로 준비했다.
백씨는 “3차 면접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2차 논술 시험과 3차 면접이 별개가 아니라 2차 논술 시험을 위해 공부한 것을 3차 면접에서 현실적인 시사와 외교부의 정책 방향과 연계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연계성이 있지만 2차와 면접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면접 준비는 2차시험 합격 후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백씨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면접에서 ‘진실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백씨는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왜 외교관을 하고 싶은지, 외교부는 어떤 곳인지, 내가 외교부에 어떤 점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게 되묻게 되는데 이런 것들은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에 진입하기 전에 ‘내가 이 시험을 왜 보려하는지’를 충분히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나 즐거웠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한 백씨의 대답에는 모두 ‘사람’이 있었다. 백씨는 “가족과도 처음 떨어져 살고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됐다. 물론 그렇게 했기에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지 않고 같은 방식을 선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준 것도 사람이었다. 그는 “스터디를 하고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안면을 트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인사하고 수업을 같이 듣고 모르는 것도 물어보면서 인간관계에서 허전했던 점을 채웠다”고 소회했다.
백씨가 수험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들은 같은 꿈을 꾸며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에도 반영됐다. 백씨는 “수험 생활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내 자신이 오롯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각자만의 고충이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수험생활은 정말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 좋은 결과가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응원했다.
아울러 “합격의 길은 정말 하나가 아니라 합격생 한 명 한 명마다 각자의 어려움이 있고 또 각자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남과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마음을 담은 조언을 전했다.
이제 미래의 외교관으로서 국립외교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백씨, 그는 “이 시험을 준비하며 스스로 많은 점에서 미숙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제게 여러 도움을 주신 감사한 분들을 생각하며 훌륭한 외교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까지 그를 지지하고 응원한 이들, 함께 달려온 동료들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저를 믿고 격려해주신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친지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또 연세대학교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과, 저를 지도해주신 여러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공부했던 수험생 분들, 이번 면접을 같이 준비한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