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6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추리논증 최고 득점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법학적성시험(LEET). 리트 성적이 좋으면 법학에 대한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높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법학과의 상관성은 없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선다.
하지만 어느 학문이든, 어릴 때부터 쌓아온 학습능력과 공부습관은 큰 성과를 이끈다. 리트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수험가의 정설이다. 소위 공부 귀재는 리트 성적 또한 높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리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머리를 가져야 할까, 아니면 머리도 타고나야 하고 후천적 노력도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후천적 노력만으로도 탁월한 고득점이 가능할까. 이를 두고 수험가는 설왕설래한다.
지난해 ‘2016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서 영역별 최고득점자를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물었다. 충실한 학부전공 학습이 크게 도움이 됐고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고 또 썼다는 것이 해답이었다.
작년 언어이해영역에서 원점수 만점자(8명) 중 한 명인 노형석(31) 씨. 그는 아주대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추리논증영역에서 최고 득점한 김정민(28) 씨. 그는 서울대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입학과 개강이 얼마 지나도 않았는데도 이들은 수업과 학업에 쫓겨 분주했다. 그래서 주중에는 인터뷰 시간을 얻지 못했다. 해서 12일(토) 저녁 8시 서울대 앞 고시촌 소재 ‘합격의 법학원’의 한 강의실에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 노형석
고려대 법대 2005학번이다. 2013년 졸업 후 5급공채 등을 준비하다 지난해 로스쿨 진학을 준비, 올해 아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지난해 리트에서 언어이해영역에서 원점수 35점(표준점수 73.0점, 백분위 99.9%)으로 (8명 공동)최고 득점했다. 추리논증영역은 원점수 28점(표준점수 69.5점, 백분위 98.2%)을 받았다. 표준점수 합계는 142.5점이다.
● 김정민
서울대 동양사학과 2007학번이다. 오래전부터 NGO나 국제 난민구호 같은 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로스쿨을 준비, 올해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작년 리트에서 추리논증영역에서 원점수 33점(표준점수 80.4점, 백분위 100%)으로 최고 득점했다. 언어이해영역은 원점수 29점(표준점수 61.3점, 백분위 87.4%)을 받았다. 표준점수 합계는 141.7점이다.
“넓게 읽고 많이 쓰되 학부전공에도 충실하라”
- 리트는 타고난 것인가, 후천적 인가?
노형석(이하 노): 선천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 태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잘 풀거나 못 푸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이 어릴 적부터의 공부학습이 누적된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배우는 일에 나름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 자부한다.
김정민(이하 김): PSAT도 제법 풀어봤다. 리트나 피셋이나 선천적인 면도 있지만 결국은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여기서 선천적이란 것은 어릴 적부터의 학습이 누적된 것을 말한다. 선천적인 면이 6, 직전 노력이 4 정도이지 않을까. 나 역시 어릴 적 최상위 그룹에 속하진 않았다. 다만 늘 노력해 왔을 뿐이다.
- 리트 문제는 많이 풀어 봤나?
노)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피셋을 접했다. 리트는 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최근 수년간 PSAT, MEET·DEET, 리트 등 기출문제를 모두 풀어 봤다. 이들 기출만 모아도 문제가 꽤 많다. 리트 기본서, 학원 강의, 모의고사에도 의지하지 않았다. 기출문제에 주력하자는 각오로 준비했다.
김) 지난해 7월부터 시험을 준비했다. 졸업논문에 욕심이 많았고 이에 전념을 하느라 리트 직전 50일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리트 기출문제를 3번씩 봤고 피셋 기출도 파고들었다. 딱히 리트 기본서를 보진 않았고 학원, 모의고사 등도 의지하지 않았다. 다만 논리, 증명 등을 다룬 논리책은 한권가량 봤다.
- 책을 많이 읽었나? 독서 방법은?
노) 많이 읽었다. 소설, 비문학 등 가리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 공부를 하다가도 잠시 짬을 내 장편소설을 읽기도 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신문을 많이 읽었다. 고교시절엔 수능을 준비하다 지문에 단편소설 등이 등장하면 소설 전문을 읽곤 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매년 사서 읽었다. (법학전공 성적은 별로였지만) 전공이 법학인 터라 무엇을 읽을 땐 쟁점, 사안 등을 눈 여겨 보는 편이었다. 그것이 크게 도움 됐다. 리트를 준비하면서도 특정 영역, 분야에 대한 분류 없이 포괄적으로 공부했다.
김) 나 역시 많이 읽었다. 삼국지, 수호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대하, 장편 소설 등 역사서를 많이 돌려가며 읽었다. 무엇보다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교수님들이 논문 작성, 발표 등을 많이 시켰다. 논문을 읽고서는 잘 정리해서 주장할 수 있어야 했고 글을 쓸 때도 마침표를 누르기 전까지는 비문이 없어야 한다고 늘 강조해 주셨다. 또 글은 논리가 선명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리트에서는 추리 논리게임 4~5문제를 빼고는 주장과 근거를 찾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이를 찾는데 중점을 뒀다. 전체 글이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작성해야했던 졸업논문 작성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언어이해 고득점 비결은?
노) 다른 시험도 마찬가지지만, 리트는 시험장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어떻게 문제를 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운이 좋아 만점을 맞은 듯하다. 다만 편하게 들어가서 시간배분에 주력했다. 큰 욕심이 없었다. 특히 평소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 리트는 특성상, 단시간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므로 정신적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실제 시험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데 주력하지만 나는 기출문제 필사(筆寫)를 많이 했다. 체계를 나누는 것도 모르지만 필사를 하고 그것을 요약했다. 그랬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읽는 능력이 생기더라. 1주일에 1회분, 1개월에 4회분을 필사할 수 있었다.
추리논증영역은 단순히 풀고 덮곤 했다. 오답 체크도 안했지만 과거 독서력과 학습방법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다. 3년 전 제5회 리트에서도 이번과 같은 점수를 취득한 바 있다. 그 이후, 지인들에게 리트를 지도했었는데 이 것 역시 매우 유익했던 것 같다.
- 추리논증 고득점의 비결은?
김) 앞서 말했듯, 학부 전공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자들도 전공과정을 충실히 보낸다면 리트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전공논문, 전공교재 등에서는 자신의 주장이 있고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근거를 대기 위해 예시를 나열하고 그 다음에 세부적으로 분석을 하고 유형화 하곤 한다.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학습하다 보면 추리, 논증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추리논증영역도 주장 근거, 도식화 등을 생각하면서 풀었다.
언어이해의 경우도 유형을 분석했다. 교양, 전공서들로 좋아해서 과학, 인문·사회 등 다른 계열의 전반적인 서적을 많이 접했다. 그래서 실제 시험에서도 익숙한 지문, 내용들이 많았다. 언어이해는 논리, 주장을 넘어서 생소한 이론 등을 소개하는 문제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키워드와 그 설명에 집중해서 살펴보는 등 접근 방식을 달리해서 문제를 풀었다.
- 언어와 추리의 상관관계는?
노) 언어를 잘하면 추리도 잘하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결과다. 체계를 분류하고 주요 내용을 찾는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언어와 논리는 단지 지문 길이만 다를 뿐 같은 성격이다. 풀어가는 해법은 똑 같다고 본다.
김) 같은 생각이다. 피셋의 경우 언어논리에 나오는 유형이 리트에서는 추리논증에, 피셋의 경우 상황판단에 나오는 유형이 리트에서는 언어이해에 등장하는 등 문제들을 언어나 추리로 정확히 유형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핵심을 뽑아내는 능력을 필요로 하고 또 주장 근거 등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어느 한 영역을 잘하면 다른 영역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럼, 논술도 연관이 있는가?
노) 별도로 특히 준비한 것은 없다. 시험 직전에 기출문제를 2~3번 풀면서 시간 내에 분량을 맞춰보는 형태였다. 논술은 법학을 전공했던 것이 특히 유익했다. 목차를 잡고 세부항목을 분류하는데 유리했던 것 같다. 논술 준비를 많이 하면 언어이해 성적 향상에 매우 유리할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언어영역 기출문제 실사를 많이 했던 터라 실제 논술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논술을 잘 쓰는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사람을 골라내는 듯하다.
김) 논술 기출문제를 시간에 맞춰 몇 번 써 봤다. 대입 논술보다 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큰 부담이 없었던 편이었다. 리트 논술은 제시문 속에 답이 있고 쟁점과 논점들을 친절히 제시해 준다. 주장, 근거를 담은 글을 써 보라는 것이므로, 그 중에서 주장을 뽑고 근거를 뽑아서 근거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펴면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 면접은 어떻게 준비했나?
노) 지성면접은 신문, 뉴스 등이 도움이 됐다. 시사적인 사회문제에 법적 쟁점을 많이 물어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성면접은 한 때 취업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써 봤던 것이 도움이 컸다. 함께 스터디를 하는 것을 권한다.
김) 심층면접에서는 지식보다는 자신이 주장하는 것을 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긴장하지 않고 표현을 잘 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혼자서 준비하는 것보다 여러 명과 함께 준비한다면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모의고사 응시, 학원 수강의 필요성은?
노) 로스쿨 입시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준비생들에게 학원은 꽤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열심히 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시험이 리트라고 생각한다. 막막한 준비생들에게 학원이 어느 정도 방향성은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모의고사도 시험장을 미리 경험해본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임한다면 본 시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리트 준비의 핵심은 꾸준히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 것과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 생활과 독서 습관에 도움을 받았지만,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좀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모의고사 응시나 학원 수강을 통해 일정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로스쿨에 진학한 계기는?
노) 꿈이 검사가 되는 것이었다. 다만 사법시험 폐지 예고에 따라 사시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5급공채를 준비하던 중, 법학을 전공한 여동생이 서울대 로스쿨에 4기로 입학했고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법조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래서 로스쿨 진학을 준비했다.
김) 난민 구호 등에 관심이 많았고 졸업 논문 역시 난민과 관련된 주제였다. 하지만 관심사를 전공과 관련지어 진로를 설정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로스쿨을 진학하면 이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공지식에 법학을 얹으면 나름 꿈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 로스쿨 준비에서 어려웠던 점은?
노) 딱히 없었다. 단지 열심히 해서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일념이 강했다.
김) 리트 보기 전까지는 영어, 학점이 높지 않아서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심적 부담이 컸고 정보도 별로 없었던 것이 힘들었다.
- 로스쿨 준비생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노) 현실을 너무 막막해 하거나 속상해 하지 말고 조금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준비는 열심히 하되, 그 하루도 목표를 이룬 후의 하루와 가치적으로 다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심적 여유를 갖고 집중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운동도 했으면 좋겠다.
김) 전공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나 또한 외적 스펙도 전무했고 그래서 첨부서류에 쓸 자랑거리도 없었다. 다만 전공 수업을 들으며 보고서와 논문을 작성하면서 논리력을 키웠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전공을 토대로 로스쿨 진학을 꿈 꿨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기소개서에서도 쓸 말이 많을 것이다.
인터뷰·사진 이성진 기자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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