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감정평가사
어른이 된 자가 충정에서 젊은 세대를 향해 충고 한 마디를 던질 때 그 무게는 천 만 근(斤)이다. 경청하는 자에게 더없이 생생한 체험담이 된다. 겸허히 수용하는 자에게는 ‘당장’의 표지판이 될 것이고, 조언을 경시하는 자는 경청의 무게감을 후회의 쓰라림으로 느낄 때쯤 ‘뒤늦게나마’ 소중한 충고였음을 실감한다. 현제 솔로몬은 인생의 지혜를 담은 ‘전도서’에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고 후대에 조언했다. 공부 좀 해 봤다는 자부심도 은연 중 전해진다. 모든 사람이 세상 지식을 다 습득하는 것은 무리다. 어느 정도 습득하고 나머지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은 게 현명하다. 전공 분야와 동떨어진 영역이라면 전문성을 함양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감정평가의 영역이 다양한 만큼 감정평가사도 관련 분야에 대해 숙지할 기초지식의 양이 방대하다. 기초는 습득해 대강은 알아야 하지만 깊숙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대신 가치평가에만 골몰하면 된다. 기술용역보고서의 도움이 절대적인 ‘광업권 평가’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광산은 광물을 채굴, 판매해서 수익을 발생시킨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데 기여한 자산은 굴삭기 등의 장비와 ‘광업권’뿐이다. 채굴을 위해 타인의 토지를 빌려 쓸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는 광산의 구성 요소로 볼 수 없다. 시설과 권리의 단출한 조합이므로 광산의 가치를 평가해서 현존 시설물 가치 상당액을 빼 주면 광업권의 가치가 된다. 이런 이유로 광업권 평가 규정을 담고 있는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23조는 ‘광업재단의 감정평가액-광산 현존시설’을 광업권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시설물은 굴삭기, 천공기, 컴프레서, 덤프트럭 등의 채광시설과 사무실, 창고, 침전조 등의 부속 건물이 해당될 것이다. 현존 취득비용과 신축비용, 경과연수와 잔존 연수 등의 자료 확보가 되면 시설물 가치를 추계할 수 있다. 따라서 광산의 평가액에 광업권의 가치가 선형적으로 대등되는 구조다.
광산은 얼마쯤 할까. 매장된 값 나가는 광물 덕을 본다는 단순한 사실에 기초할 때 채굴과정을 통해 지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광물의 총량(이하 ‘가채랑’)과 판매단가, 채굴비용, 추가투자비용 등이 어우려져 특정값으로 수렴할 것이다. 수익에 기초하는 접근이라면 수익환원법의 모델이 적용되어야 한다. 수익환원법의 두 가지 모형, 환원과 할인 중 현재 중용하고 있는 것은 환원모형이다. ‘가치=순수익/환원율’의 산식을 적용하는 환원모형을 쉽게 풀면 적정한 가격으로 매입한 자산으로부터 일정한 요구수익률을 충족하는 순수익이 획득(가치*환원율=순수익)된다는 개념이다. 다만, 일반적인 환원모형과 다른 점은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는 ‘장래소요기업비’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수익가치에서 공제한다는 점이다. 시설물과 건축물은 주기적으로 교체하거나 보완해야 하므로 적정생산량을 종말연도까지 유지하기 위해 이들 자산에 지출하는 비용은 별도 차감해야 한다는 것.
광산의 순수익을 추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광물의 종류, 품위, 매장량을 확인해야 한다. 통상 기술용역보고서가 이런 조사를 대행한다. 이들은 일단 해당 광산의 지질계통부터 확인한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나 배웠을 법한 신생대, 고생대, 캄브리아기 등의 용어가 이 보고서에 등장하는 점이 신선하다. 광물의 종류를 결정한 이후에는 이들의 품위를 살펴본다. 시료의 채취, 분석과정을 통해 화학적, 입도 규격을 확정한다. 주성분의 함량에 따른 광물의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광물 매장량은 한국산업규격 광량계산기준(KSE 2001)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장량을 확정광량(‘적당한 광획’에 따라 부피 및 품위가 확인된 광량)과 추정광량(‘적당한 광획’에 따라 확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탐광의 결과 및 광상의 성질에 따라 부피 및 품위가 추정되는 부분의 광량)으로 나눠 추계한 후 합산하다. 이를 위해 샘플 채취를 하는데 지형을 참작하여 주향에 직교되는 방향의 50m 간격으로 총 7개의 단면선을 그어 단면적을 구한 후 인접한 양 단면적의 평균치에 단면간의 거리를 곱하여 체적을 산출한 후 매장량을 산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산출된 매장량에서 표토제거율, 제형 및 제도의 오차, 불순물 함유율과 맥석혼입률을 공제한 후 다시 여기에 가채율을 곱한다. 묻혀 있는 것 중 확정할 수 있는 양과 추정할 수 있는 양은 각각 채굴비율이 다르다. 이를 가채율이라 부르는데 일반광산의 경우 90%, 70%를, 석탄광산의 경우 70%, 42%를 적용하고 있다.
가채량이 확정된 후 월간생산량을 결정한다. 투자된 시설 규모, 광산물의 시장성, 광산개발여건에 따라 월간 채굴량은 달라질 수 있다. 생산계획을 적정하게 세워야 하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잡으면 시설 이용도를 낮춰 시설투자비가 사장되는 아쉬움이 있고 반대로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설투자를 확대하면 일시적인 투자비용과 생산비 중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다. 적정하게 결정된 월간생산량을 연 단위로 환산한 후 광물의 가격을 곱하면 사업수익 곧 매출액이 된다. 연중 가동하는 광산도 있지만 몇 달 쉬어야 되는 경우도 있어 가행월수는 광산마다 다르다. 광물의 가격은 정부고시가격을 적용하는 편이다. 광산물 수급현황에 따른 국내 기준가격이 광물마다 고시되므로 이를 고려한다. 매출액이 이렇게 확정되면 판매단계까지에 이르는 각종 비용을 빼 줘야 한다. 채광비, 선광제련비,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 운영자금 이자 상당액, 토지임대료 등이 세부 항목이다.
환원모형에 적용하는 환원율은 요구수익률 성격을 지닌다. 광산을 매입한 금액과 향후 시설투자비의 현재가치는 총 투자비용이다. 투자금 대비 어느 정도의 요구수익을 확보해야 하는가의 문제인데, 광산의 경우 적정이윤율 외에 회수율을 더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광산 운영 기간이 끝나면 투자금은 한 푼도 남지 않는다.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는 보유 기간 내 운영수익과 기간 말 자본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건물은 수명이 다해 철거해야 할 상태가 되지만 최소한 원재료인 토지는 그대로 회수할 수 있다. 반면, 토지를 구성 자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광산은 폐광의 시기에 현존 시설물 외에는 거둬 들일 수 있는 게 없다. Hoskold가 제안한 평가 방식은 광산 개발로 발생하는 연수익 중 일부는 투자비에 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잔여분을 안전한 이율로 적립하여 광산 운영 종료 시 원금이 보존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배당이율에 축적이율을 더한 값을 환원율로 적용한다.
배당이율은 광업관련 산업부문의 상장법인 시가배당률을 고려하되,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 이상으로 결정한다. 법인세 상당액을 공제한 후 적정 배당률이 되려면 배당이율은 세 공제 후 배당률을 세전 배당이율로 환산해야 한다. 축적이율은 투자금을 보존하는 명목으로 안전투자처에 적립할 경우의 이율이므로 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율에 상당하는 값을 적용하는 편이다. 광산개발이 한창일 때는 배당이율이 수 십 퍼센트에 달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시장이자율에 조금 더 가산하는 정도다.
이를 종합하여, 감정평가실무기준에서는 ‘수익환원법을 적용할 때에는 대상 광산의 생산규모와 생산시설을 전제로 한 가행연수(稼行年數)동안의 순수익을 환원한 금액에서 장래 소요될 기업비를 현가화한 총액을 공제하여 광산의 감정평가액을 산정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폐광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으로 카지노가 들어선 정선지역을 보더라도 광산호황기는 지난 것 같다. 광산 하면 으레 산간지역을 떠올리겠지만 얼마 전 ‘도시광산’이 부각되기도 했다. 폐가전제품, 산업폐기물 등에 축적된 금속자원 중 일련의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자원화할 수 있는 금속 또는 관련 산업을 지칭하는데 일본이 매장량 기준으로 귀금속의 경우 세계매장량의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어쨌든 광업권은 이런 식으로 감정평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