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70 / 매도청구소송평가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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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70 / 매도청구소송평가 이모저모
  • 이용훈
  • 승인 2014.12.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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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기업이 세법 개정안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법인세 인상 논의다. 자영업자 역시 부가세 납부시즌이 되면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한다. 기업은 법정 세 부담 외에 실질적인 부담의 장본인을 준조세(準租稅)로 돌리곤 한다. 법정 부담금, 협회비나 조합비, 수수료, 기부금 따위처럼 사실상 강제적인 세금의 성격을 띤 부담금을 일컫는 준조세는 납부하는 자 입장에서는 관행세나 다름없다. 재산권자도 ‘수용’이란 용어에 굉장히 민감해 한다. 때되면 강제로 뺐겠다는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 수용권은 아니라면서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준수용권(準收用權)의 성격인 ‘매도청구’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부담 백배다.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사업이 분명한 ‘재건축사업’에 매도청구로 재산권의 강제 취득이 이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는 구분소유권 등의 매도청구를 규정하고 있다. 내용인즉 ‘재건축의 결의가 있으면 집회를 소집한 자는 지체 없이 그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한 구분소유자(그의 승계인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그 결의 내용에 따른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하고, 촉구를 받은 구분소유자는 2개월 이내에 회답해야 하는데,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하거나 정한 기간 내 무응답으로 일관했으면 불참으로 간주해서 이들의 재산인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조합에 시가로 매도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도청구의 권리가 조합 일방에만 부여된 것은 아니다. 재건축 결의일부터 2년 이내에 건물 철거공사가 착수되지 않으면 종전에 청구를 당했던 자가 ‘환매권’과 유사한 재매도청구를 할 수 있으니 조합설립 반대자 등도 예외적으로 매도청구 권한을 갖는다.

주택재건축 사업 초창기에 이뤄지는 매도청구소송은「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8조를 준용하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제 39조에 근거한다. 해당 규정은 ‘사업시행자는 주택재건축사업 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조합설립 미동의자, 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등의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를 하지 아니한 자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재건축결의는 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제3호의 경우에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대한 동의를 말한다)로 보며,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은 사업시행구역의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로 본다.’고 명시했다.

재건축사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 분양신청 등의 절차가 진행될 때면, 분양 신청을 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조합 자진 탈퇴자가 속속 등장한다. 이들 청산 희망자의 재산을 현금과 교환하는 것도 매도청구소송을 통한다. 그런데, 이 때는 현금청산이라고 달리 부른다. 굳이 이 둘을 구분하자면 사업초기 매도청구와 사업 중후반기 현금청산자는 각각 ‘선 볼 때 한 번에 퇴짜 놓은 이’, ‘사귀기로 했다가 이별을 통보한 이’에 비유할 수 있다. 돈 받고 재산 넘기고 떠나는 건 일반이다.

수용권이 발동하는 주택재개발사업에서는 매도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청산’이라는 통일된 표현을 쓰는데 용어의 차이도 있지만, 진행 절차도 판이하다. 재개발 현금청산은 청산평가를 통해 협의를 거치고,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수용재결평가, 여기에도 불복하면 이의재결평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상금증감청구소송으로 다툰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는 성실한 협의를 거치고는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진다. 만일, 소송평가자의 평가금액이 큰 무리가 없다고 재판부가 인정하면 이 금액에 확정력이 발생한다. 청산자의 법률대리인이 사력 다해 재감정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소송평가 결과로 통보된 불만족스러운 ‘시가’가 또 한 번의 감정평가를 통해 증액되도록 절차 한 번을 더 밟겠다는 것이다.

매도청구소송 감정평가는 법원의 평가명령을 통해 제시된 날이 기준일자다. 이 날의 ‘시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시가’라 하였으니 기준시점의 적정가격일텐데 대법원은 이 ‘시가’의 성격을 ‘노후하여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하거나 재건축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현황을 전제로 한 거래 가격이 아니라, 그 토지나 건물에 대하여 재건축 사업이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토지나 건물을 평가한 가격, 즉 재건축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상술했다. 그런데 감정평가 실무기준은 ‘기준시점 현재 현실화, 구체화되지 아니한 개발이익이나 조합원의 비용부담을 전제로 한 개발이익은 배제하여 평가’한다고 해서 마치 양자가 배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대법원은 재건축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현재 시점의 가격을 말하고 있고, 감정평가실무기준은 기준시점 현재 미실현된 개발이이익을 뺀 실현 개발이익만 포함시키도록 한 것이다. 제과점의 생일케익 중 마무리가 크림 상태인 것과 초콜릿 등 장식이 된 것은 조합원이 부담한 초콜릿 장식비용 상당액만큼 시가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가.

매도청구소송의 당사자 모두 소송감정인의 ‘시가’ 결정결과에 희비가 교차한다. 원소유자는 늘 금액의 부족함을 느낀다. 특히나 사업성이 있는 구역이라면, 조합이 매도청구소송을 건 시기 즈음, 사업의 초창기에 아직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저렴하게 넘기고 떠나야 한다면 억울할 수 있다. 다만, 몇 년의 기다림이 싫었고 두 번 이주해야 하는 불편함, 추가분담금 마련이 골아파서 나가기로 한 것이라면 아쉬움은 묻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면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감정을 줄기차게 주장해 인용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합의 입장은 더 민감할 수 있다. 미동의자의 재산가치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온 경우, 잔류를 결정했던 조합원들의 이탈을 우려해야 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그냥 현금 잔치로 끝내도 불만이 없다고 느낀 조합원의 탈출시도가 이어질 게 뻔하다. 현금청산금 증가와 분양신청률 저조로 전체사업성은 먹구름이 낀다. 시공사의 대여금에 대한 이자가 불어나 사업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것보다 시공사의 사업 참가 기피 현상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근저에는 매도청구소송평가액이 조합원의 종전자산 평가액의 기준 잣대가 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주택재개발에서 기반시설의 교환과 관련된 ‘무상양수도 평가’의 결과가 재개발 종전자산의 개략추정치로 받아들여지는 시장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매도청구대상이 몇 개 안 되더라도 잔류한 조합원과 떠나는 비조합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매도청구소송 평가는 늘 조심스럽다. 기준시점까지 현실화된 개발이익이 어느정도며, 사업이 완료되면 얼마큼 더 늘어나는지 계량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 적정한 선을 다소 부족한 자료로 분석하려니 성이 안 찰 때도 많다. 감정평가보고서가 관련 규정 어느 하나 위배하지 않았더라도 평가서에 녹아 든 평가자의 전문적 판단 사항은 법정 다툼이 된다. 누군가는 정말 평가 제대로 했다고 칭찬하고, 그 반대편은 법정에 소환·출두시켜 틈만 보이면 탄핵하려 하니, 매도청구소송 담당자는 평가서의 미흡함 뒤에 언제든 날아오는 비수를 의식하며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터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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