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제2회 외교관후보자시험 수석•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국립외교원 시험에 합격한 김미연입니다. 아직 저도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이지만 지금도 열심히 책상 앞에서 공부하고 계실 많은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바라며 다소 부족하나마 합격수기를 쓰고자 합니다.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수험기간 동안 제가 공부하며 생각했던 바를 털어놓는다는 것이 자칫 경솔하게 비춰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분명 누군가 에게는 합격으로 가는 길에 놓여진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상세하게 저의 과목별 공부 방법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Ⅱ. 자격요건(영어,한국사,제2외국어)준비
1. 제2외국어
저는 2013년 1월에 다니고 있던 직장을 퇴사하고 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당장 시급한 것이 2014년 외교관시험을 치기 위한 자격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제2외국어 기반이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하고자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불어는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불어는 시험에 붙고 나서 차근차근히 배우자고 다짐하고 전략적으로 중국어를 선택해서 7~8개월 이내로 HSK를 취득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1월부터 사설학원에 등록하여 매일 6시간 가량을 중국어 공부에 투자하였습니다. 3월부터는 예비순환과 병행해야 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일정량의 단어 암기와 주제별 짧은 글쓰기를 매일 진행하였기 때문에 8월 HSK시험에서 점수를 획득했고 이후에는 2차 과목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 영어와 한국사
영어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토익 성적이 유효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사는 제2외국어와 마찬가지로 1월부터 시작하였고 EBS 국사 선생님의 무료 인강으로 공부하여 5월에 취득하였습니다.
제가 위에서 쓴 것처럼 2013년의 상반기는 자격요건을 취득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3월부터 시작된 예비순환을 제대로 복습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특히 수험 공부에 있어서는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2014년 원서 접수 기간에 기준이 상승된 제2외국어 자격을 미처 획득하지 못하여 응시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는 아깝게 공부해온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이 되므로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장 필요한 요건부터 꼼꼼히 챙기실 것을 권합니다.
Ⅲ. 1차 PSAT
저는 PSAT을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실제로 시험을 앞두고 제일 막막함을 느꼈던 분야가 PSAT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지문을 읽고 답을 고르는 스타일의 시험에는 원래부터 취약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특히 외교관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언어논리영역이 취약했고 실제 2014년 1차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자료해석영역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가시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인강으로 기본강의를 수강하면서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배워나갔습니다. 자료해석은 발상의 전환에 따라 풀이시간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점수가 잘 안 나오시는 분들은 학원강의나 스터디를 통해 다양한 방법을 접하고 고민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상황판단영역 또한 되도록 다양한 문제를 구해 풀면서 제 특성을 파악했고 저에게 어려웠던 퀴즈나 추리형 문제 대신 법조문 관련이나 단순 독해형 문제의 정답률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외교관시험은 행정고시보다 PSAT 합격 컷이 낮고, 개인적으로 처음 응시하는 시험이니만큼 1차 시험에 긴장하며 대비하기 보다는 발상을 바꿔서 부담없이 치르자고 다짐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즉, 2014년의 1차 경쟁률이 예년보다 낮아 합격 컷이 상당 부분 하락한 점이 저에게 유리하게 적용했고, 1차 시험이 임박한 2월까지도 2차 공부 비중을 5:5 수준으로 유지하며 기본기를 다졌기 때문에 오히려 1차 시험 이후 곧바로 2차 공부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주변을 살펴보면 혼자서 시간을 재면서 PSAT 모의고사를 푸는 경우보다는 학원강의나 스터디를 조직하여 여럿이 모인 긴장된 분위기에서 실전연습을 하고 부족한 영역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1차 공부에 효율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꼭 학원강의에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혼자서 단순반복적으로 푸는 PSAT 습관은 시험 당일과 같이 긴장하는 실전 상황에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Ⅳ. 2차 논문과목
1. 공부 일정 전반
저는 학교를 졸업한지 5년 가까이 되고, 주변에 비슷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학원 순환 강의를 열심히 따라가고 혼자서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했습니다.예비순환과 1순환은 국제정치학,국제법,경제학,국제경제학 4과목을 모두 들었고, 2순환 기간에는 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 공부하였으며, 3순환은 국제정치학과 국제법을 수강하였습니다.
저는 시간표를 짜듯이 모든 과목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하는 스타일입니다. 학원 순환 강의는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시스템이므로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많이 잊어버리기 때문에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복습하는 저의 공부 습관이 효율적인 보완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오후1시부터 6시까지 경제학이 진행되는 시즌이라면, 오전에는 국제정치학 서브 노트 정리를 하고, 경제학 수업을 듣고 와서 복습을 한 뒤, 저녁에 국제법을 챕터별로 읽으며 논점을 정리하는 등 하루를 제 나름의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저는 하루에 제가 정한 양은 그날 공부를 마쳐야만 하는 성격이어서, 이런 식으로 스케줄을 짜놓으면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매일매일 밥을 먹듯이 혹은 초등학교 시절에 포도 알을 모으듯이 공부 진도를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가 있었고, 작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든 과목을 결과적으로 5번 이상씩은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러한 공부방법이 수험공부를 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계단식 향상을 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학원강의가 없을 때는 내공을 다지듯이 스스로 노트정리와 교과서 읽기를 꾸준히 하며 기초를 다지고, 학원강의가 시작되면 그렇게 다진 기반이 효과를 발휘하게 되므로 수업에 대한 이해도나 답안의 질이 이전 순환보다 순간적으로 점프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곤 했습니다.
2.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은 저만의 서브노트가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신희섭 선생님의 1순환을 듣기 직전에 ‘변환의 세계정치’와 ‘왈츠 이후’의 모든 챕터를 요약하여 노트 1권에 압축하였고,혼자 공부하였던 11월~2월에 ‘국제정치 패러다임’, ‘현대국제관계이론과 한국’, 그리고 논문 20여편을 추려서 다른 노트 1권에 압축하여 정리하였습니다. 그 결과 3순환 때에는 별도의 교재 없이 수업에 제 노트 2권만을 들고 가서 추가로 배우는 내용을 그 자리에서 정리하는 식으로 최종 보완을 했습니다.
외교사 또한 혼자 공부했던 기간에 ‘세계외교사’를 발췌해서 읽으며 연표 식으로 A4 7장 분량의 사건을 정리해두고 맥락을 떠올리면서 이후 잊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꺼내서 암기했습니다. 이 연표는 특히 2차 시험 당일 아침에 한 번 훑어보기에 적합해서 첫 시간 국제정치학 답안 작성에 있어서 정확한 외교사 사건 및 연도를 언급하기에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안보, 국제정치경제, 국제제도, 환경 등 이슈 분야는 수험 기간 내내 부지런히 찾아서 업데이트해가며 공부했습니다.이슈 분야가 잘 정리된 ‘변환의 세계정치’ 서브노트를 기본으로 하되 최근 이슈는 신문 기사에서 찾아서 해당 부분에 추가해서 정리해두고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제정치학 답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되고 논리적인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근래의 시험은 구체적인 이론이나 학자를 서술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답안에 쓰기로 채택한 이론과 팩트를 단순히 외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소화한 바대로 얼마나 논리정연하게 ‘구사’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실제 이번 2차 시험장에서 지정학자 서술이나 청중비용 등 생소한 문제가 나와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2문의 지정학자는 알프레드 마한 1명만 언급하되, 이 학자의 이론이 중국의 향후 행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3문의 억지이론에서의 청중비용 개념이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 개입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연결해서 생각하며 답안을 작성한 것이 나름의 일관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3. 국제법
국제법은 제 개인적으로 공부량이 가장 많았던 과목입니다. 국제정치학과 마찬가지로 처음 접하는데다가 양이 방대하였기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 이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성주 선생님의 예비순환 강의가 매우 상세했기 때문에 기초개념이 없는 상황에서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1순환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답안 작성 연습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그저 막막했던 생각이 납니다. 따라서, 전략을 바꿔서 미리 문제를 하루 전에 받아본 뒤 상세하게 해당 문제를 미리 공부하고 문제의 소재, 사안의 해결까지 암기하다시피 해서 답안을 써서 제출하곤 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는데 우선 답안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줄여주었고, 다른 학생들보다 답안이 풍부해져서 자신감이 상승했으며, 달달 공부한 내용을 답안에 다시 한 번 표현해내니 기억에 훨씬 잘 남았습니다.
또한 필수적으로 외워야 하는 조문은 정인섭 교수님의 핸드북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암기하였고 겨울 즈음에 다른 한 친구와 일주일에 2회씩 조문 암기 스터디를 했습니다.
3순환 기간에는 안진우 선생님의 답안지 특강도 같이 수강하였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일주일 내내 각종 교과서와 자료를 뒤져가며 완성도 있는 답안을 써가고자 노력하고 이에 대해 첨삭을 받았던 것이 매우 유용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제법 답안을 쓸 때 항상 문제의 소재 부문에서 제가 다룰 내용의 핵심 키워드를 언급하고 바로 사안의 해결로 들어가서 직접 문제에서 물어본 바를 풀어내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A국의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타당한가?’라는 질문이라면 그 부분에 해당하는 조문과 학설, 판례를 죽 쓰고 사안의 해결을 몇 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첫째, A국은 X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은 틀렸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둘째, A국은 Y라는 이유로 자신의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도 틀렸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런 식으로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저는 국제법이 조문과 판례를 잘 외웠음을 보여주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국제법적인 명확한 해결책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논리에 의한 결론’을 내줄 것을 바라신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은 그 결론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근거일 뿐이기 때문에 세부 목차나 조문, 판례 언급에 치우쳐서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한 나만의 분석과 나름의 결론을 제시하는 것을 빠뜨리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경제학
저는 학부 전공이 경제학이었지만 경제학을 그리 잘하는 학생이 아니어서 예비순환부터 착실히 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경제학의 경우, 학부 때부터 보았던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학과 정운찬-김영식 교수님의 거시경제론을 기본서 삼고 학원 수업 때에는 선생님들의 설명을 빠지지 않고 필기해가며 어렴풋이 기억나는 개념들을 확실히 다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는 기본 교과서 정독 횟수가 조금 부족했으나 4년 동안 금융권에서 일하면서 얻은 실물 경제 금융 지식을 수험 경제학과 연결시키고자 했습니다.
국제경제학은 김인준 교수님의 교과서와 김진욱 선생님의 1순환 강의노트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학 공부 비중 때문에 국제경제학은 교과서에 나와있는 이론을 상세하게 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기초 모형과 내용을 숙지하고 시험장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경제학 2문에 리카도 모형 도출 문제가 나와서 시험장에서 1순환 노트에서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며 기본에 충실한 답안 작성과 문제 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근래의 경제학 출제는 특히 외교원의 경우, 기본 모형과 이론에 충실한지, 정확한 계산을 통해 답을 도출해내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경제학은 문제 3개 모두 직접적인 계산을 통한 답을 도출하는 문제였고, 이러한 경우 모형의 선택이나 서술보다 우선은 실수하지 않고 정답을 맞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경제학은 수험생별 점수 분포가 가장 큰 과목이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두 번 세 번 계산하여 큰 점수를 잃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저는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학 문제 풀이를 일주일에 2번 100점씩 하는 것보다 30점씩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은 3순환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저는 행,외,입시 2006년~2013년 기출문제를 하루에 한 두 개씩 시간을 재서 실제 답안을 작성하듯이 풀었습니다.즉, 100점 배점의 답안은 한 번도 작성해보지 않았지만 매일 한 두 문제씩 푸는 훈련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시험장에서 계산 실수를 없게 하였습니다. 더불어, 1문과 같이 익숙한 유형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답안을 써 내려갈 수 있게 하여 3문과 같이 생소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해 준 효과도 있었습니다.
5. 통합논술
이번 해 시험에서 통합논술이 작년보다 까다롭게 나와서 저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고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2차 논문과목과 통합논술 대비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우선은 논문과목 대비에도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따로 통합논술 대비 특강을 듣거나 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통합논술에 나올 수 있는 3과목의 공통 주제인 FTA, 보조금, 공공재, 환경, 덤핑 등의 주제의 경우 3가지 과목의 각기 다른 접근 아이디어를 시험 대비차원에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통합논술은 수험생들이 예상했던 주제와는 조금 다른 플라자협정의 해석 및 국가별 대응, 사이버안보 등이 출제되었고 따라서 순발력과 논리력이 학생들의 점수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영어 제시문이 2~3개씩 섞인 5개의 제시문을 빨리 읽고, 세부적으로 따지면 10개의 소문항이 넘는 문제를 대답하려면 축적된 공부량과 답안 목차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핵심 개념과 아이디어를 빨리 생각해내서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저는 다른 논문과목들과 달리 서론과 결론을 쓰지 않았고 바로 문제에서 물어보는 바에 직접적으로 답을 제시하였습니다. 즉, ‘이 소문항은 이 개념으로’, ‘이 문제는 이 아이디어로’ 라는 식의 글의 줄기만 잡아서 제시문의 힌트를 활용, 언급해가며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제 통합논술 1의 점수는 그렇게 높지 않아 이러한 답안 작성이 효과적이었다고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통합논술을 대비하는 입장에서는 논문과목처럼 정교하고 근거가 충분히 갖춰진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글의 방향을 잡아서 물어보는 바를 빠뜨리지 않고 담아내는 것이 앞으로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Ⅴ. 3차 면접 대비
외교원 2차 합격자들의 경우 모두 같이 모여 조인트 스터디를 한달간 진행하기 때문에 면접 대비에 대한 막연함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과 압박감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저는 면접을 준비하는 한 달 동안 심하게 아프기도 했고,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이나 가치관을 다른 사람들에게 시종일관 의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에는 같이 면접을 준비하는 동기들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말이 빠르고 아이컨택이 잘 안 되는 등 말하는 태도상의 약점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해서 8번의 조인트 스터디 이외에 개인 컨설팅을 4회 정도 받았습니다. 또한, 영어로 말을 한지가 오래되어 토론에서 쓰이는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학교 내 언어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영어토론 수업에도 2주 가량 참석했습니다.
면접 당일의 긴장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면접관님들께서 하루 종일 저희를 관찰하시고 종합적으로 평가를 내리시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잘하기 보다는 어느 한 부분에서도 실수하거나 과장함이 없이 ‘진솔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영어토론은 유창하게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짧은 문장이라도 또박또박 확실히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면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만, 오후에 진행되는 개별 프리젠테이션과 인성면접은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인성 면접에서는 절대 자신의 경험을 포장하거나 부풀리지 않아야 합니다.
Ⅵ. 기타 : 마음가짐에 관해
저의 합격수기를 읽으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분야가 단기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합격에 이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저는 시험 당일의 컨디션이나 문제 운이 좋았기 때문에 저의 공부량이나 실력만으로 시험에 붙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이번 합격자들 가운데에도 공부 기간이 1년~1년 반인 친구들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초시 응시생들도 충분히 합격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 저는 일단 이 시험을 치기로 결심했다면,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정신력이 1년 내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갓 진입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의욕이 넘칩니다. 하지만 점점 순환이 진행될수록 모의고사 답안 제출도 안 하고, 인강은 밀리고, 학원 교재에 의존하고, 공부 이외의 것에 빠지곤 합니다. 저도 물론, 공부하기 싫은 날도 있고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을 느낄 때마다 오히려 친구들과 만나는 등 즉각 해소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의욕 부진이 하루를 넘기지 않고 원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고시공부는 여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한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증명해 보이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한때는 ‘나중에 합격하면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어떻게 바꿀까’까지 그려보며 긍정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을 끊임없이 계속 했습니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으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짧은 수험기간이었지만 스스로 슬럼프 없이 이 시간을 견딘 것만으로도 저는 제 자신이 기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떠먹여주는 공부보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합격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원 종합반 커리큘럼이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여러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때로는 저만의 공부 시간을 많이 확보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성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주변에 휩쓸려서 떠밀리듯이 공부하기 보다 스스로 논문과 신문을 찾아서 읽고, 교과서 요약 정리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고, 모의고사 답안 채점 점수로 등수만 확인하지 말고 내 답안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동일한 주제가 다시 나온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하고 보완하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최고답안으로 채택되면 의욕과 자신감이 커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매 순환마다 최고답안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든지 하는 동기 유발 요소를 수험기간에 배치하는 것도 공부 습관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Ⅶ. 나가며
합격수기를 쓰면서 고군분투하며 공부하고 계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조언이 되고픈 마음이 컸습니다. 저 또한 앞선 선배님들의 수기를 보면서 저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공부 방법에 반영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분명 어렵고 고된 길이지만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더불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염두에 두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다독이다 보면 생각보다는 가까이에 합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지금이 공부의 끝이 아니고 내년에 시작될 국립외교원에서의 연수생활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저 자신을 담금질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면접 당일 딸이 신을 구두를 직접 만들어주신 아빠와, 매 시험 때마다 대전에서 올라오셔서 따뜻한 도시락을 싸주시며 응원해주신 엄마와, 오는 12월에 결혼을 앞둔 든든한 남동생과 새롭게 가족이 된 올케, 힘들 때마다 술 한잔씩 사준 친구들과 삼성생명 동료들, 그리고 저의 단점까지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남자친구에게 정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성실하고 믿음직한 외교관이 되어 이 모든 분들과 더불어 저를 뽑아주신 사랑하는 대한민국에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