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감정평가사
비결이 뭐죠? 소문난 맛 집을 찾아가서 그 유명하다는 메뉴를 접해 본 이는 카운터에서 결제하는 동시에 주인집에 이런 식으로 슬쩍 물어보곤 한다. 대답해 줄 리 만무하다. 그 비결 하나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아무한테나 그 비법을 발설하지 않을 터. 맛 집을 탐방하는 방송 제작진이 한창 음식 준비 중인 주방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때도 최후 ‘비기’만은 공개하지 않는다. 맛의 비결인 양념장 등을 만드는 대목에서는 제작진도 알아서 주방 구석으로 카메라 앵글을 돌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해 준다. 방송이라고 살짝 공개했다가는 이를 익혀 써 먹는 전국의 수많은 경쟁 음식점을 배출할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점에 제 발로 찾아오는 충성 고객 외에 다른 부류의 사람이 들른단다. 돈 뭉치를 들고 그 비법을 전수받겠다고 찾아온 예비 후계자들이다. 이들은 대학등록금 이상 나가는 수업료 외에 몇 달 간 주방 일손 역할도 마다하지 하겠다고 자청한다. 물론, 순수 노동력만 제공하고 일체의 임금을 받지 않는 조건이다. 이 때 조리비법을 전수받는 대가로 넘긴 수 백 만 원에서 수 천만 원 투자금의 성격은 뭘까. 영업권의 실체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출발한다.
맛 집의 노하우는 분명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이 음식점의 자산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음식점을 국내 굴지의 요식업체가 인수한다면 매매 협상 테이블에 이 보이지 않는 자산 역시 흥정의 테이블 위로 놓여진다. 토지나 건물가치, 음식점 내 집기와 시설비용과 같은 유형 자산의 몸값은 쉽게 합의에 이르는데, 의외로 이 무형자산을 놓고는 한동안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한 쪽이 ‘핵심 경영 노하우’로 인식하고, 양도하는 쪽은 ‘음식점 인생의 응집체’로 보는 시각도 대비된다. 어쨌든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무형자산의 실체가 회계와 감정평가에서는 ‘영업권’으로 식별된다.
영업권의 공식적인 정의는 이렇다. ‘대상 기업의 경영상의 유리한 관계 등의 배타적 영리기회를 보유해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들에 비하여 초과수익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권리’. 영업권으로 인정받으려면 배타적인 영리기회를 제공할 정도의 탁월한 노하우여야 한다. 소문난 칼국수 집 주방장에게 시원한 육수 국물을 내는 비법을 배우는 조건으로 건네는 5백만 원은 최소한 다른 칼국수 집의 천편일률적인 육수 국물 맛을 뛰어넘게 해 줘야 한다. 그럴 때 맛 집의 ‘칼국수 조리 비법’이 하나의 영업권으로 인식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현지 철강회사를 인수하려 할 때 현지 실사를 참여한 적이 있다. 현지 기업의 자산을 일일이 실사하고 토지, 건물, 기계기구, 집기비품 등 모든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완료했다. 이 결과에 현지 기업의 매출채권 등의 여타 자산을 더하고 외상 매입금 등을 차감하면 순자산의 가치가 추계된다. 그러나 M&A로 지불한 매매대금은 이를 초과한다. 인수합병을 주관하는 회계법인 담당자는 이 차액을 영업권으로 인식했다. 이 차액이 능력 있는 경영진, 이 기업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 업계 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생산기법, 기업 고유의 상표, 영업상의 노하우 등 숨어 있는 이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인수합병 시 순자산가치를 초과해서 지불하는 매매대금에는 영업권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매입(매수)영업권이라 부르는데, 객관적인 거래 대가로 인식한 것이므로 무형자산으로 식별된다. 그러나 기업 내부에서 자기창설영업권은 K-IFRS에서는 기간비용이 될 뿐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거래가 존재하지 않아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고 식별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의 원칙에서 보면 그렇다.
비단, 기업과 기업 간 사업결합 또는 인수합병 시에만 이 영업권 가치 평가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사업체가 법인으로 전환할 때 영업권 평가를 통해 기존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신설되는 법인 모두에게 유리한 점이 많아 빈번하게 평가 의뢰를 받는다. 이렇게 영업권 가치가 결정되면, 기간 비용으로 처리되는 자기창설영업권과 달리, 매 결산기에 회수가능 액으로 평가하여 회수가능 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한 경우 영업권손상차손으로 인식된다. 물론 이 손상차손은 후속기간에 환입될 수 없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23조 3항은 영업권을 비롯한 무형자산을 평가할 때 수익환원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를 구체화시킨 실무기준은 원칙적으로 수익환원법을 적용하되, 이의 적용이 곤란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경우 거래사례비교법이나 원가법에 의해 감정평가 하도록 했다. 수익환원법으로 평가할 때는 ‘대상 기업의 순수익을 같은 업종 다른 기업의 정상 수익률로 환원한 수익가치에서 영업권을 제외한 순자산의 가치를 차감하는 방법’과 ‘대상 기업이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속가능기간의 초과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거나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전자는 통상 인수합병 시 인식하는 영업권의 가치이며, 후자는 합병의 경제적 분석을 하거나 자기창설영업권의 가치를 내부적으로 추계해 볼 때 적용하는 편이다.
수익환원법 적용이 여의치 않아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 시 3가지 방법이 가능한데, 첫째는 ‘영업권이 다른 자산과 독립하여 거래되는 관행이 있는 경우에는 같거나 비슷한 업종의 영업권만의 거래사례를 이용하여 대상 영업권과 비교하는 방법’, 둘째는 ‘같거나 비슷한 업종의 기업 전체 거래가격에서 영업권을 제외한 순자산 가치를 차감한 가치를 영업권의 거래사례 가격으로 보아 대상 영업권과 비교하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은 ‘대상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발행주식수에 주당가격을 곱한 가치에서 영업권을 제외한 순자산가치를 차감하는 방법’이 있다. 원가법을 적용할 때도 ‘기준시점에서 새로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예상 비용에서 감가요인을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하는 방법’이나 ‘대상 무형자산의 취득에 든 비용을 물가변동률 등에 의해 기준시점으로 수정하는 방법’으로 세분할 있는데, 타 방법에 비해 신뢰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무형의 자산인 영업권은 이렇듯 공식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고 있고, 적정한 가치로 평가된다. 유형자산과 같이 외견 상 밝히 드러나지 않지만 숨어 있는 ‘실세’ 역할을 할 때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협상의 핵심이 이 숨어 있는 가치에 집중할 때라면 더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