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수험생들 “최악의 결과”
정종섭(57·사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3일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행정고시(5급 공채) 수험생들은 “최악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내정자는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2011년에 로스쿨 졸업생의 직역 확대를 위해 ‘행시 폐지’를 주장했다는 것.
특히 현재 행정고시 주관부서인 안행부의 장이 된 만큼 행시 존치 여부와 선발인원 축소에 대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인사는 인사혁신처로 이관되겠지만 수험생들은 행시 선발인원 축소를 추진하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당시 정 내정자는 ‘로스쿨 졸업생 직역확대와 제도개선 방안’ 대한 기자회견 및 심포지엄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부 4년과 3년의 전문적 법학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가 배출됨에도 이들을 맞이할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각종 고시가 폐지되어야 하지만 여전하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비법률가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고시제도 폐지의 당위성을 폈다.
정 내정자는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로스쿨생들이 행정부 등 정부영역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이 옳다는 측면에서 보면 행정고시제도는 이제 폐지해야 한다. 진입 장벽을 없애 수시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맞다”며 행시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수험생들로부터 ‘편향된 밥그릇 탐욕’이라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일부 수험생들은 ‘정종섭 헌법교과서’ 화형식 퍼포먼스를 제안하는 등 비난이 거셌다.
수험생 A씨는 “로스쿨 교수(정 내정자)가 로스쿨생들이 인재라 행시를 폐지하고 곳곳에 눌러 앉혀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그럼 로스쿨을 안 다니면 인재가 아니란 말인가? 무슨 근거로 로스쿨을 다닌 이들에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더 보장해야 한다는 말인가? 비싼 로스쿨 학비를 갖다 바쳐야 행정직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인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B씨는 “로스쿨 졸업생들도 학력이 높다는 점을 빼면 기본적으로 여느 구직자들과 마찬가지인데 왜 저들만 국가가 나서서 법을 바꾸고 없던 정책을 만들어가며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는가?”라며 “국가유공자도 7,9급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공사 취업시 가산점 받는 게 전부인데 국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것도 아닌 로스쿨 졸업자들을 국가가 나서서 다른 이들의 정당한 기득권까지 없애가며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C씨는 “변호사자격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넓은 분야에 일할 수 있는데 하필 남의 밥그릇 뺏는 발상은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D씨 또한 “로스쿨 정원 확대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을 지르는 이런 허구적 주장을 해대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결국 로스쿨 정착을 빌미로 자리 보전을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E씨는 “고시제도를 유지하는 게 꽉 막힌 것이면 법률 공부 시켜서 행정업무 맡기는 게 뻥 뚫린 건가?”라며 “그런 논리라면 의사고시 붙은 의사 대신에 한의사를 고용하는 것이 뻥 뚫린 사고라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F씨는 “이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은 로스쿨 대학과 교수들이 자기의 밥그릇을 유지하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수요는 어찌되든 말든, 백수가 되든 말든 공급을 늘리자는 발상은 열악한 로스쿨 재정을 타개하고 자기들만 배불리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13일 정종섭 교수가 안행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수험생들은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행시 카페에 글을 올린 한 수험생은 “정종섭 안행부 장관 내정자는 일전에 행시폐지 하고 로스쿨 학생들을 정부관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라며 “내년에 대체 몇 명을 뽑을지 두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아이디 ‘구름속에이비’는 “로스쿨하고 고시는 상극인 제도인데 로스쿨교수가 안행부장관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푼 문제를 자기가 채점하는 꼴이네요. 한일전 축구에서 심판을 전부 일본인이 하는 꼴이네요.”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낙마했으면 좋겠다” “로스쿨의 아버지” “현 정부에 대한 지지철회” “법률가가 행정을 담당해야 된단 것에서 웃으면 되나요?”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