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35)-극단으로 가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제 민주주의
상태바
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35)-극단으로 가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제 민주주의
  • 신희섭
  • 승인 2025.03.14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한국의 대통령제 민주주의는 정치 양극화를 향해 맹렬히 달리고 있다. 한국 혼자만이 질주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옆에는 미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하자 그를 지지한 이들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했다. 2024년 재선된 트럼프는 은혜를 갚듯이 이들을 사면해버렸다. 한국도 비상계엄을 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법원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민주주의 이론가 로버트 달은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에서 의미 있는 주장을 남겼다. 1950년대 이후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는 전세계에 22개뿐이다. 이중 대통령제 국가는 오직 미국뿐이다. 로버트 달의 주장은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첫째, 미국식 대통령제 민주주의는 오직 미국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 책이 나오던 2001년까지는 이 주장이 타당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장은 정치학에서 유명한 명제다. 귤이 회수를 지나면 탱자가 되듯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수입된 대통령제’는 미국처럼 작동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분석한 정치학자 중에서 가장 분석적인 설명은 사르토리가 제시했다. 그는 미국 정치의 3가지 특징 때문이라고 보았다.

첫째, 미국은 ‘이념’ 정치가 약하다, 이념이 약한 미국에서 지역구 의원이 야당 소속이어도 대통령이 제안한 법안을 지지할 수 있고, 정작 교차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도 다음 선거에서 “왜 다른 이념의 정당을 지지했냐”라고 유권자로부터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정당은 ‘정당 기율(party discipline)’이 약하다는 것이다. 정당 기율이란 정당이 공천권 등을 이용해 당원을 장악하는 힘을 의미한다. 미국은 유럽 정당처럼 상시적인 정당구조로 되어있지 않다. 또 교차투표를 했다고 해서 당적에서 축출하지도 않는다. 즉 지역구 야당 의원이 자신이 속한 정당을 배신하여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도 이 지역구 의원을 규제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 ‘지방분권 혹은 지역이권정치(pork-barrel politics)’가 작동한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 관련 이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해 특정 지역을 지원할 수 있다. 만약 이 지역이 야당 의원의 지역구라고 해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이 지역구 의원과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용주의가 강한 미국인들은 지역의 경제적 이익이 관념적인 이념과 정당의 색깔보다 중요하기에 대통령과 지역구 의원 간 경제적 이익을 보상해주는 타협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치는 한국이 따라갈 수 없었던 구조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르토리가 제시한 조건이 퇴색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정치에서 ‘이념’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라고 하는 정당 간 이념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두 당의 이념적 색깔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주마다 지지 정당이 정확해진 주들이 늘고 있다.

둘째, ‘정당의 규율’도 강화되고 있다. 정당 간 타협 가능성이 줄고 있다. 다만 미국의 ‘지역이권정치’는 여전히 강하다. 유권자들의 정당 선호가 빈번하게 바뀌는 경합 주(swing state)에서의 승패가 대통령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지지 확보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미국 민주주의도 과거 다른 대통령 국가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도도하고 지고지순한” 모델만은 아니다. 민중주의로 무장하고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다시 재선되는 미국을 보면 다른 대통령제 국가에 미국은 과거와 같이 “따라야 하는 ‘이상(ideal type)’”만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대통령제의 퇴행을 보면서 모방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니 대한민국에 위안이 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제라고 거대한 권력 게임은 미국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러니 이런 문제를 수정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대통령제를 버릴 생각이 없는 국가들에게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정히 대통령제를 포기하기 어렵다면, 의회와 정당과 선거라는 하부권력 구조를 개혁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말 많은 ‘1987년 체제’를 수정하려면 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