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2)-프랑스 총선이 던지는 메시지 : 결선투표제, 준대통령제, 파편화된 정당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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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2)-프랑스 총선이 던지는 메시지 : 결선투표제, 준대통령제, 파편화된 정당체계
  • 신희섭
  • 승인 2024.07.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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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2024년 7월 7일 2차 투표를 진행한 프랑스 결선투표제는 한국 유권자들에겐 충격적이다. 6월 30일 투표하고 7월 7일 또 투표하는 것도 낯설지만, 1차 투표 결과가 뒤집힌 것이 더 인상적이다. 지지율 33.2%로 1위를 차지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2차 투표에서는 3위로 전체 의석 577석에서 143석(24.7%)만 차지한 것이다. 1차에서 28.1%를 받은 좌파 신민중전선(NFP) 연합은 182석(31.5%)을, 1차에서 21%를 확보한 여당인 앙상블(ENS) 연합은 2차에서는 168석(29.1%)을 확보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 상황에서 3가지를 배워보고자 한다.

우리가 주목할 세 가지 중 첫 번째는 결선투표 제도가 가지는 기능이다. 결선투표제는 절대다수제의 한 유형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제도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용하는 ‘당선자결정방식’은 상대다수제다. 한 표라도 더 받으면 당선되는 것이다. 그런데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절대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2차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민의회 선거(총선)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과 당일 총투표의 50%를 넘어야 당선된다. 이번 선거에서 1차 투표 당선자는 총 81명(전체 14%)에 불과하다. 86%의 지역구에서는 2차 투표가 1주일 뒤 진행된다. 2차 투표는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 받은 후보나, 상위 2명의 후보가 경쟁한다. 6월 30일 1차 투표 후 7월 2일까지 후보들은 사퇴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도는 제도 특성이 명확하다. 1차 투표는 유권자 선호를 반영한 ‘진실한 투표’가 작동한다. 1차 투표가 86%의 확률로 부결될 것이 명확하고, 2차 투표 사이 정당별 지지율을 가지고 정당이 연합이나 정당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2차 투표는 전략투표의 전형이다. 2002년 대선처럼 극우정당의 부상을 막기 위한 정당들의 후보 사퇴와 후보 단일화가 작동한다. 이때 “누구를 당선시키자” 보다 “누구를 떨어뜨리자”가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

선거의 기능은 원하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여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2차 투표가 되면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해진다. 대표를 걸러내는 기능은 유권자의 투표에 대한 관심도 높인다. 이번 1차 투표의 투표율은 66.7%(위키피디아 기준. 무효표 포함)으로 1997년 총선 이후 가장 높게 나왔다. 그런데 2차 투표의 투표율도 66.3%(위키피디아 기준)나 된다. 2차 투표율이 1차 투표율보다 다소 낮지만, 투표행태 분석에서 두 가지 점의 의미가 있다. 첫째, 지난 2022년 총선의 투표율(1차 투표 47.51%. 2차 투표 46.23%)보다 투표율이 20% 가까이 올랐다. 둘째, 2차 투표에서는 선거구 중 81개는 이미 당선자가 나왔고, 유권자는 진실한 투표를 이미 한 번 한 뒤다. 마치 2002년 시라크(우파)와 장마리 르펜(극우)의 대선 때처럼 극우를 떨어뜨리기 위해 중도와 좌파 유권자가 함께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둘째, 이원정부제 혹은 준대통령제인 프랑스 정부형태는 한국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1958년 프랑스가 그토록 사랑하는 내각제의 단점을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제를 내각제에 덧입혔다. 대통령을 선출하지만, 행정부는 총리를 통해 운영한다. 의회가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에 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총리는 야당에서 나온다. 프랑스만의 독특한 ‘동거정부’가 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서 극우인 국민연합의 약진을 보고 화들짝 놀라 의회(5년 임기)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그런데 국민이 마크롱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아무도 다수당이 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된 것이다.

중도 연합인 여당은 제2당에 불과하고 제1당은 극좌다. 그렇다고 극우 국민연합과 손을 잡을 수도 없다. 총리 선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기 총선을 치른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게 된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을 국민이 감내할 수 있을까!

셋째, 정당의 양극화와 함께 파편화를 목격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정당은 공화당(중도 우파)과 사회당(중도 좌파)이었다. 양당은 실업문제와 난민문제를 해결 못 한다고 비판받아왔고, 2017년 대선과 이후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젠 군소정당이 되었다. 대신 극우정당과 극좌정당이 강화되고 있고, 군소정당들이 연합하고 있는 파편화된 다당제다. 정당체계 수준에서는 최악이다. 정당의 이념은 점점 멀어지는데 양당이 아닌 군소정당들끼리 타협해야 한다.

양극화와 파편화된 정당체계와 준대통령제의 만남. 1958년 헌법이 피하고자 했던 프랑스 4공화국의 과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국인 만큼이나 정치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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