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4] 공공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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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4] 공공기여
  • 이용훈
  • 승인 2024.06.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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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큰 딸에게 구박받고 있다. 머리가 크다는 이유에서. 어릴 때는 불만사항 없다가, 성인이 돼 한참 꾸미면서 비율 문제를 들고 나온다. 8-90년대만 해도, 머리 작은 친구는 ‘새대가리’라고 놀림을 받곤 했다. 정말 그랬다. 30년 만에 격변이다. 소두전성시대가 도래해서다. 다른 건 다 성형돼도, 머리 크기는 어찌할 수 없단다. 얼굴을 다 갈아엎고 턱도 광대도 깎을 수 있지만, 머리 크기는 줄일 방도가 없다니. 대두를 물려받은 딸의 원망이 쉬이 수그러들지 않을 듯싶다. 아내가 간혹 옆에서 거드는데 그건 딸이 없을 때다. 머리 커서 지능도 따라온 걸 모른다고 혀를 차지만, 남편 앞에서만 그렇다. 당사자가 예민해 하니 본인도 몸을 사리는 건지.

머리 크기 그리고 지능. 아빠로서 딸에게 어떤 식으로든 기여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는 딴판인 대륙기여의 사건도 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에서 선교사 바울의 행보가 틀어진 계기가 된. 이때까지는 지금의 터키 지역이 주 무대였고 좀 더 위쪽으로 갈 생각이 많았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꿈인지 환상인지 ‘마케도니아’ 사람이 등장해서는 ‘와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한다. 신의 분명한 인도로 판단한 바울이 소아시아를 떠나 마케도니아 지역으로 행보를 튼다. 그리스와 로마로 나갈 발판이 마련됐다. 이후 서양역사는 기독교와 함께 융성과 쇠퇴를 맞이한다. 꿈에 나타난 그 인물이 유럽 역사의 물꼬를 텄다. 분명한 기여다.

공공기여. 용도지역 변경과 규제완화 등 공공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으로 발생하는 민간의 계획이득 또는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제도를 가리킨다. 민간이 이득을 취하는데 공공이 기여했으니, 그 만큼의 반대급부를 달라는 정당한 요구다. 공공기여와 관련한 큰 물줄기는 2021년 1월 국토계획법 52조의 2를 신설한 것. 24년 2월 개정까지 된 이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되어 용적률이 높아지거나 건축제한이 완화되는 경우 또는 행위제한이 완화되는 경우에는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가 용도지역의 변경 또는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의 변경 등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의 범위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에 공공시설등을 설치하여 제공해야 한다”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의 공공시설등이 충분한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 밖의 관할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 또는 군에 지구단위계획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공시설등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납부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공공기여를 확정하기까지 ‘사전협상’제도를 활용하는데, 민간이 시장에게 개발계획안 검토신청서를 제출한 다음에는, 협상대상지 선정, 사업제안서제출, 협상의제선정, 기본구성안 공모, 협상, 의회의 의견청취, 감정평가시행, 지구단위계획도서 제출, 도시관리계획결정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공기여가 명확해진다. 공공의 기여로서 토지가치의 상승분 중 50% 전후를 회수하는데, 핵심은 공공기여를 확정하기 위한 감정평가다. 토지가치의 상승분을 확인하려면 공공기여가 있기 전·후의 토지가치를 각각 추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조례와 하위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24년 4월 현재 18개 지자체에서 공공기여와 관련된 별도의 기준 또는 지침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가. 계획이득을 얻은 당사자에게 그 반대급부로 공공 전체를 위한 강제기부를 받는 것이니.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계획단계이므로 한 두 페이지에 불과한 ‘탁상감정평가’로 대체할 수 있다손 쳐도, 이후 실시설계단계에서 정식 감정평가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실시설계단계에서의 정식 감정평가 결과를 보고 공공기여의 적정성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핵심적인 과정이 아무 이유 없이 생략되고 있다. 감정평가 없이 공공기여를 정하는 것과 같다. 정식 담보평가 등이 없이 대충 시세보고 대출해주는 방만한 금융기관보다도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와 유사한 일도 경험했다. 한 사업자가 지방에 체육시설(골프장)조성사업을 주민제안 지구단위계획으로 입안하려고 하는데, 필자에게 연락이 와서는, 농림지역, 관리지역인 현 토지가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얼마의 토지가치 증분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구두로 얘기하긴 그러니, 한 페이지로 정리해 달란다. 이유를 물으니, 공공기여를 협의하기 위함이고, 지자체 담당자가 그 정도 자료로도 충분하다고 했단다. 세상에! 이 곳 역시 공공기여의 적정성을 검증할 제대로 된 감정평가 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아직 공공기여 산정을 위한 운영지침조차 없는 지자체도 상당수다. 지침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공공기여 감정평가 규정이 정치하지 않아 손 볼 곳이 적잖다. 물론 지침 공백인 지자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공공기여를 대충 계산하자고 달려드는 이 직무유기 행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개하게 된다.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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