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0)-젠지(Gen-Z)와 로펌, 로스쿨
상태바
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0)-젠지(Gen-Z)와 로펌, 로스쿨
  • 박준연
  • 승인 2024.05.10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최근 오피스에 주니어 변호사들이 입소하면서 어린 세대는 업무에 대한 시각과 태도가 그 시기의 나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직 모르는 것, 어려운 일도 많고 마음만은 주니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도 어느새 “요즘 어린애들” 같은 말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다만, 최소한 사람은 다 자기중심적이라는 점, 내가 옳다고 믿는 내용이 꼭 옳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만은 유념하려 한다. 마침 이곳 일본의 연휴로 길었던 지난 주말 미국의 200대 로펌에서 근무하는 주니어 변호사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읽었다. 몇 가지 인상적인 내용과 감상을 적어보았다.

젠지가 로스쿨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

흔히 로펌 입장에서 로스쿨 측이 학생에 대한 법조 실무 훈련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개진하곤 하는데 젠지 변호사들로부터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중 흥미로운 부분은 로스쿨 커리큘럼이 지나치게 송무 관련 내용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펌에서 근무하게 되면 송무 외에도 기업 법무, M&A, 부동산, 세법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하는데 로스쿨 커리큘럼은 이에 대해 충분한 트레이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2026년에 도입될 암기된 지식보다 법적 분석력 등 실용적 스킬에 대한 테스트에 중점을 둔 차세대 바 시험(NextGen Bar Exam)이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바 시험 응시 없이 일정 시간 변호사의 지도‧감독하에서 근무함으로써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문제의식에 발맞추어 로스쿨의 교육 내용,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워라밸의 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가?

극히 단순하게 말해서 로펌은 변호사들의 서비스를 시간당 차지로 판매하는 비즈니스이고, 로펌에서 근무하다 보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반 회사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근무할 때도 있다. 한편 로펌 경영진 측에서는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으로 연간 근무시간 최저한도를 설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젠지 주니어 변호사 중에서는 수입을 줄이더라도 지나치게 긴 업무시간은 피하고 싶다는 의견이 다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의견은 비단 어린 세대뿐 아니고, 내가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도 아마 그 이전에도 이러한 의견은 일정 수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최근의 젊은 세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근무 스타일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실제로 팬데믹 시절의 조용한 사직 등 근로에 대한 의식 변화를 바탕으로 로펌 근무 형태 역시 변화가 있었다. 현재 회사도 팬데믹 수습 때 도입된 60% 오피스 근무 원칙을 아직도 도쿄 오피스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근무 양식의 변화가 어디까지 도입될 것인지, 여기에 주니어 변호사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 지켜볼 부분이다.

조직의 문화에 관한 관심

또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0% 이상의 응답자가 현재 근무하는 로펌을 선택한 이유로 그 “문화”를 꼽았고, 이는 평판이나 보수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근무하는 로펌이 다양성, 특히 인종적 다양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고, 프로 보노를 비롯한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한 응답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기준으로 대형 로펌의 1년 차 변호사의 기본급은 일반에 거의 공개되어 있기도 하고, 이 조사 결과만으로 조직 문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젠지 변호사들이 실제 조직에서 일하면서 조직 문화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로펌 경영진은 단순한 말치레에 그치지 않고 문화 개선을 위한 눈에 보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