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 영리적 이용할 권리”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초상·성명·음성 등 자신을 특징짓는 요소(‘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즉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이 민법에 신설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이같은 권리를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2월 6일까지 국민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최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비디오 플랫폼으로 사람들 사이의 직접소통이 활성화됨에 따라,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그렇게 유명해진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대상으로 하는 분쟁도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
특히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한 경우 인격표지영리권이 상속인에게 상속되는지 여부나 상속된 경우 언제까지 존속하는지가 불분명해서 분쟁이 유발되거나 권리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것.
이에 법무부는 “기본법인 「민법」에 유명한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개인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하고 상속 여부, 상속 후 존속기간 및 침해 시 구제수단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분쟁을 예방하고자 한다”며 개정 추진의 배경을 밝혔다.
‘인격표지영리권’은 그동안 우리나라 판례와 학설에서 미국에서 사용하던 용어인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으로 지칭됐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외래어 대신 ‘인격표지영리권’이라는 우리말로 대체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인격표지영리권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인격표지의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해 인격표지의 영리적 활용 가능성을 확대했다.
다만, 인격표지가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격표지영리권자 본인의 신념에 반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용허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 중 일반 관중의 얼굴 등이 화면에 나온 경우, 혹은 언론에 시민의 인터뷰가 사용된 경우처럼 언론 취재 등 정당한 활동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타인의 인격표지를 활용하게 되는 경우(타인의 인격표지 이용에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인격표지영리권자의 허락 없이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인격표지영리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산권처럼 상속되고 상속 후 존속기간은 30년으로 설정했다.
30년이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으로서 어떤 사람의 명성이나 유명세가 희박해지고 그 인격표지에 대한 영리적 권리가 소멸하는데 통상적으로 충분한 시간임을 참작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이 침해된 경우 사후적 손해배상청구권만으로는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의 제거를 청구하거나 필요시 사전적으로 그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침해제거·예방청구권을 인정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시대적 변화를 법 제도에 반영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인격표지 자체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며, 인격표지영리권자 사망 시 법률관계에 대한 혼란과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 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등 개정 절차를 진행해 2023년 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법무부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인격권)과 이에 대한 침해제거 및 예방청구권을 신설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월 5일 입법예고했다. 현재 법제처 심사가 완료된 상황이다.
한편 인권표지영업권은 창작물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 구별된다.
법원은 90년대부터 ‘소설 이휘소’ 판결(서울지방법원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제임스 딘’(서울지방법원 1997. 8. 29. 선고 94가합13831)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판례에서 몇 차례 인격표지영리권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법률상으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1호 타목)은 ‘유명한 인물’(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인격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 등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36개 주에서 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고 독일은 연방재판소가 인격권의 일부로 인정하며 최근 중국도 인격권의 일부로 명문화하는 등 외국 일부 국가는 법률 또는 판례를 통해 인격표지영리권을 인정해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