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앞에서 법조 3륜 '삐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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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앞에서 법조 3륜 '삐그덕'
  • 이상연
  • 승인 2006.09.2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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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변호사를 직설적 화법으로 비판한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이 검찰과 변협의 집단반발을 초래하는 등 '이용훈 설난(舌亂)'으로 이른바 '법조 3륜'의 갈등과 불신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19일 "검사들이 사무실에서,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술을 받아 놓은 조서가 어떻게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의에 설 수 있느냐.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재판 모습을 제대로 갖추려면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전날 대구고등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판사들이 깊은 생각없이 영장을 발부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가장이 구속되고 가정이 위기에 빠지는 등 구속 당하는 사람과 가족의 재앙과 같은 상황을 판사들도 인식해야 한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며칠뒤 석방될 것을, 또 한달뒤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을 왜 구속영장을 발부하느냐"며 법관을 질타했다.


나아가 13일 광주고등법원에서는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법조 3륜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사법부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보조하는 기관이지 무슨 같은 바퀴냐"며 검찰과 변호사 직역의 역할을 다소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대법원장이 검찰과 변호사단체에 대해 잇따라 '강성 발언'이 나오자 검찰과 대한변협도 발끈했다. 검찰총장은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강수로 대응했다. 대한변협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대법원장의 즉각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변협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사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대법원장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 전체의 불신을 초래해 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사법사상 대법원장이 각 법원을 초도순시할 때 했던 훈시 내용을 문제삼아 검찰과 변호사 단체가 유감 표명을 한 전례는 없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을 순시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쏟아낸 강성 발언은 법관들에게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법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대한 입장도 편의주의적인 법 운용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대법원장의 직설적인 훈시를 법원 내부에 대한 '경고'로 보면서 사법개혁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하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재판을 통해 인권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사법부의 수장이 사법개혁적 시각에서 미래지향적 말씀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법조계가 다소간의 긴장을 갖는 것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통한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판사들을 독려하고 열린 재판을 하라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변호사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돼 부메랑이 되고 있다. 취지가 그렇지 않았더라도 함께 보조하고 견제해야 할 법원, 검찰, 변호사 등 법조 3륜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사들을 보조기관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발언이다. 사법개혁의 중추인 사법부 수장의 일갈(一喝)을 놓고 법조계가 '감정戰'으로 치달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법률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갈등을 유발한 이 대법원장이 먼저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치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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