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에서 흔히들 ‘강화/약화’문제라고 부르는 출제요소의 정확한 명칭은 논증평가입니다. 주로, 강화(약화)로 출제되지만, 때로는 지지한다(지지하지 않는다), 설득력을 얻는다(얻지 못한다) 등으로 출제되기도 하므로, 이 모든 것이 평가문제임을 숙지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강화/약화’ 중에서 가장 빈출되는 부분인 ‘과학적 가설’의 평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대표문제
아래 문제는 2014학년도 추리논증 29번 문제입니다.
<가설>을 강화하는 것은?
<그림 1>에서 수직으로 그어진 두 선분의 길이는 서로 같다. 그러나 (A)의 선분이 (B)의 선분보다 길어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을 ‘뮐러-라이어(Müller-Lyer) 착시’라고 부른다.
<가설>
뮐러-라이어 착시는 입체적 시각 경험이 배경 지식으로 작용하여 평면적 형태의 지각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림 1>의 (A)는 <그림 2>의 벽면에서 안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모서리에 해당하고, (B)는 벽면에서 앞으로 볼록하게 나온 모서리에 해당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입체적 모서리를 자주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우리의 인지체계는 <그림 1>의 두 선분을 볼 때에 볼록한 모서리를 닮은 (B)가 오목한 모서리를 닮은 (A)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망막에 맺힌 두 선분의 상의 길이는 같다. 그래서 우리의 인지체계는 더 멀리 있는 (A)의 선분 길이가 실제로는 더 길다고 판단하게 되며, 그 영향 때문에 우리는 같은 길이의 두 선분을 다른 길이의 선분으로 경험한다.
①3차원 형태를 지각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른 꿀벌에게도 뮐러-라이어 착시가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②선분의 양 끝에 있는 화살표 모양을 둥근 곡선 모양으로 대체하여도 뮐러-라이어 착시는 똑같이 나타난다.
③자로 두 선분의 길이를 재서 서로 같음을 확인하고 난 뒤에도 뮐러-라이어 착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④모서리를 가진 직선형 건물이나 사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원주민 부족은 뮐러-라이어 착시를 거의 경험하지 않는다.
⑤비슷한 크기의 두 정육면체가 서로 다른 거리에 놓여 있는 경우 우리는 두 입체의 실제 크기를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가설>의 강화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기 위해서, ‘기호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즉 <가설>을 p→q로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p→q에 있어서 경우의 수는 p(◯)&q(◯), p(×)&q(◯), p(×)&q(◯), p(×)&q(×)의 4가지로 존재하게 됩니다. 강화는 이 중에서 첫 번째와 네 번째에 해당합니다(두 번째는 약화, 세 번째는 무관으로 보면 됩니다.).
주어진 가설은 “우리는 일상에서 입체적 모서리를 자주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우리의 인지체계는 <그림 1>의 두 선분을 볼 때에 볼록한 모서리를 닮은 (B)가 오목한 모서리를 닮은 (A)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망막에 맺힌 두 선분의 상의 길이는 같다. 그래서 우리의 인지체계는 더 멀리 있는 (A)의 선분 길이가 실제로는 더 길다고 판단하게 되며, 그 영향 때문에 우리는 같은 길이의 두 선분을 다른 길이의 선분으로 경험한다.”입니다. 매우 길지만 ‘경험→착시’로 기호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④모서리를 가진 직선형 건물이나 사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원주민 부족은 뮐러-라이어 착시를 거의 경험하지 않는다. 는 ‘경험×&착시×’로 볼 수 있어, 바로 네 번째 즉, p(×)&q(×)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가설>을 강화하는 것이 되어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는 2018학년도 추리논증 34번 문제입니다.
㉠을 평가한 것으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18-34]
종양억제유전자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한다. 대표적인 종양억제유전자인 p53 유전자는 평상시에는 소량 발현되지만, DNA 손상 등의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발현량이 증가한다. p53 유전자의 발현에 의해 생성되는 p53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세포자살 유도, 세포분열 정지, 물질대사 억제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발현량이 증가된 p53 단백질의 물질대사 억제 기능이 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려 한다.
<실험>
A, B, C 형태의 p53 돌연변이 단백질을 각각 발현하는 생쥐 실험군 a, b, c와 함께, 대조군으로 정상 생쥐와 p53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 x를 준비하였다. 모든 실험 대상 생쥐에 대해 DNA를 손상시키는 조작을 가하였고 실험 대상 생쥐에서 p53 단백질의 발현량을 측정하고, 발현된 p53 단백질의 세포 내 기능을 확인하였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의 암 발생률을 확인하였다.
<실험 결과>
◦DNA를 손상시키는 자극에 반응하여 정상 생쥐의 p53 단백질과 생쥐 실험군 a, b의 A, B 돌연변이 p53 단백질의 발현량은 증가한 반면, 생쥐 실험군 c의 C 돌연변이 p53 단백질의 발현량은 변화가 없었다.
◦생쥐 실험군 a는 암 발생률이 정상 생쥐와 동일하였고, 생쥐 실험군 b, c와 x는 정상 생쥐에 비해 암 발생률이 높았다.
<보 기>
ㄱ.실험군 a의 p53 단백질에서 세포자살 유도 기능은 사라졌지만 세포분열 정지, 물질대사 억제 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 가설은 약화된다.
ㄴ.실험군 b의 p53 단백질에서 물질대사 억제 기능은 사라졌지만 세포자살 유도, 세포분열 정지 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 가설은 강화된다.
ㄷ.실험군 c의 p53 단백질에서 세포자살 유도, 물질대사 억제 기능은 사라졌지만 세포분열 정지 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 가설은 강화된다.
① ㄱ ② ㄴ ③ ㄱ, ㄷ
④ ㄴ, ㄷ ⑤ ㄱ, ㄴ, ㄷ
문제에 주어진 ㉠이 곧 가설의 내용이며, ‘(발현량↑&물질대사 억제 기능)→암 억제’ 정도로 기호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에서 “실험군 c의 C 돌연변이 p53 단백질의 발현량은 변화가 없었다.”는 내용을 통해 ㄷ 보기에 제시된 실험군 c는 가설을 강화할 수 없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기 ㄷ이 포함된 ③④⑤번을 일단 소거하고, 그 다음으로 보기 ㄱ 또는 ㄴ을 파악하면 됩니다. 보기 ㄱ의 경우 실험군 a에 대한 <실험 결과>를 확인하면 ‘(발현량↑&물질대사 억제 기능)→암 억제’라는 가설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며 결국 ②번이 정답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문제는 가장 최신 기출문제인 2024학년도 추리논증 27번 문제입니다.
다음 글에 대한 평가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24-27]
배심원들이 확률적 증거에 기초하여 피고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죄나 원고 승소 평결을 내리기 주저하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이 있다.
<가설>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증거는 그 자체로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더라도 정보로서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는 배심원의 평결에 영향을 덜 미치게 된다.
즉 “피고에 책임이 있을 확률이 80%이다.”라는 증언과 “맞을 확률이 80%인 증거에 근거할 때 피고에 책임이 있다.”라는 증언은 배심원들이 받아들이는 데에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모의 배심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건 개요를 읽게 한다.
“갑은 같이 산책 중이던 자신의 개를 친 혐의로 버스 회사 B를 고소했다. 갑이 사는 도시에는 파란색 버스만 운행하는 회사 B와 회색 버스만 운행하는 회사 G, 2개만 있는데, 갑은 색맹이어서 사고를 낸 버스의 색을 확인할 수 없었다.”
모의 배심원을 무작위로 둘로 나눈 뒤, 집단 1에게는 조사관의 증언 X만을, 집단 2에게는 조사관의 증언 X와 Y 모두를 제시한다.
X: 타이어 매칭 기술을 적용한 결과 B의 전체 버스 10대 중 8대와 G의 전체 버스 10대 중 2대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타이어 자국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Y: 나는 타이어 자국 증거에 근거해서 B의 버스가 원고의 개를 쳤다고 본다.
모의 배심원들로 하여금 B의 버스가 실제로 개를 쳤을 확률을 제시하고 B에 대한 평결을 내리도록 했다. 실험 결과, 모의 배심원이 B에 책임이 있을 확률로 제시한 값인 ‘주관적 확률’은 두 집단이 같았고, 각 집단에서 B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모의 배심원의 비율인 ‘원고 승소 평결률’은 두 집단 모두에서 주관적 확률보다 낮았다.
<보 기>
ㄱ.집단 1의 원고 승소 평결률이 집단 2보다 유의미하게 낮다면, <가설>은 약화된다.
ㄴ. 주관적 확률과 원고 승소 평결률 사이의 차이가 집단 2보다 집단 1에서 유의미하게 크다면, <가설>은 강화된다.
ㄷ. 만약 회색 버스가 갑의 개를 쳤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두 집단에게 추가로 제공되었을 때, 집단 1보다 집단 2에서 원고 승소 평결률이 유의미하게 더 낮아졌다면, <가설>은 약화된다.
①ㄱ ②ㄴ ③ㄱ, ㄷ
④ㄴ, ㄷ ⑤ㄱ, ㄴ, ㄷ
주어진 <가설>이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증거는 그 자체로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더라도 정보로서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는 배심원의 평결에 영향을 덜 미치게 된다.”라고 되어 있어서 다소 길고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확률적 증거→영향↓’로 간단하게 기호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단 1에게는 조사관의 증언 X만(확률적 증거)을, 집단 2에게는 조사관의 증언 X와 Y(명시적으로 책임을 제시한 증거) 모두를 제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기 ㄱ의 경우 ‘확률적 증거→영향↓’이라는 가설에 정확하게 부합하기 때문에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어 틀린 선지가 됩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②번 또는 ④번이 되어, 보기 ㄷ만 살펴보면 되는데, ㄷ의 경우 두 집단에게 추가적으로 제공된 ‘회색 버스가 갑의 개를 쳤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증거’라고 볼 수 있으므로, ‘확률적 증거→영향↓’ 즉 ‘p→q’라는 가설에 대해 p(×)&q(×)가 되는 것이어서 가설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합니다. 그러므로 정답은 ②번입니다.
3. 마치며
이상의 내용을 통해 가설의 강화 및 약화를 풀기 위해 가설을 기호화하고 각 보기(선지) 또한 간단하게 기호화하여 정오를 따져보는 것이 매우 명쾌하고 편리한 풀이법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쟁점을 포착하여 최단 시간에 집중적으로 정리하는 최종정리강의인 ‘대박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래 QR코드를 통해 실시간 줌 강의 또는 녹화강의를 신청할 수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여성곤 법률저널 LEET적성시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