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쓸데없이 고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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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쓸데없이 고퀄?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7.04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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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최근 자주 쓰이는 말 중 ‘가성비’라는 말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란 뜻으로 가성비가 좋은 물건, 가성비가 좋은 음식점 등이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가성비가 좋다 못해, 즉 쳐주는 값에 비해 퀄리티가 너무 높은 경우 ‘쓸데없이 고퀄(高Quality)’이란 말도 종종 쓰이곤 한다.

혹자는 어차피 값을 쳐주지도,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에 비해 너무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 퀄리티를 높인 것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쓸데없이 고퀄’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퀄’의 결과를 냈는데도 ‘쓸데없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효용, ‘가성비’로만 재단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로 고퀄인 것을 과연 쓸데없다고 칭하거나 조롱할 수 있는 것인가.

효용의 관점에서 보면 공무원 수험의 경우, 돈과 시간을 적게 들여 합격하는 것만이 가성비가 좋고, 오랜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더 들여 합격한 것은 더 좋은 성적과 실력을 갖췄다 할지라도 ‘쓸데없이 고퀄’이라며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단순히 공무원 시험의 “합격”에만 초점을 맞춘 경우에 그렇다.

그런데 공무원으로 입직한 이후 평생 공무원으로서 실무를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까지 봤을 때 과연 ‘쓸데없나’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보통 합격생들보다 1, 2년 더 공부하고 합격한 경우 더 절실하게 원했던 것을 이룬 것이라 성취감도 크고 ‘공무원’으로서 더 자부심을 가지고 만족해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심지어 가성비 좋게 단기간에 합격한 합격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대적인 기간만 짧았지 실제 공부한 시간과 노력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가성비가 좋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열심히 했는데도 떨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열심히 안했는데 붙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상대적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가성비 좋게 공부한 것처럼 여겨지는 합격생들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쓸데없을 정도로’ 넘치게 공부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성비 좋게 정량만큼만 노력하고 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남들보다 조금 더 하려 애쓰고, 제한된 시간내 집중하고 몰입하려 애쓰며 그게 잘 안되더라도 포기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 조금 더 하려 애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무원 수험생들도 효율적으로 영리하게 공부하는 경우보다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더 우직하게 넘치는 공부를 한 수험생들이, 쓸데없어 보이는 것까지 더 많이 공부한 수험생들이 결국 합격도 하고 실력을 기반으로 합격 이후에도 더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매년 더 늘고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변별력을 위해 전체적인 난이도도 높아지고 고난도의 문제들도 종종 출제되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 불의타에 대비하기 위한 공부를 한답시고 당연히 득점해야 할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수험가의 정론이다.

그런데 결국 모두가 소화해야 하는 공부를 먼저 해놓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합격수준’의 실력을 갖춘 이후 실제 ‘합격’을 하기 위해서는 변별력있는 공부 또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다소 지엽적이거나 까다로워 보일 수 있는 부분들도 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다소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넘치는 공부로 만반의 준비를 하며 실력을 쌓는 노력이 ‘합격’도, 합격이후 직무와 삶의 높은 ‘퀄리티’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쓸데없이 고퀄’은 결코, 절대 쓸데없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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