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영 한국중부발전 사내변호사
연수원 38기, 2016년 미국 캘바 합격
육군사관학교 중퇴, 성균관대 법학사
신한캐피탈 자산관리부 대리 (2000~2005)
법무법인 조율 및 대세 (2009~2011)
조달청·한국수자원공사 사내변 (2011~2013)
한국중부발전 사내변호사 (2013~ 현재)
[편집자 주] 미국에서 유학도 한 적 없는 한국변호사가 미국 변호사시험(Bar)을 합격하고 법률저널 독자들을 위해 합격수기를 기고했다. 장기영 변호사가 합격한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은 미국 전역의 바 시험 중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보내온 합격수기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1. 머리말
캘바시험을 합격하고 나서, 주위 분들로부터 시험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느냐, 어느 정도 공부하면 되느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제 수험수기가 캘바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든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으시면 저처럼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 들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캘바가 아니라 다른 주의 변호사시험을 보시는 분에게도 이 글이 무용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공부할 내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미국변호사는 미국유학을 가서나 딸 수 있는 자격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대형로펌이나 공직에 계시는 분들께 주어지는 미국 유학기회는 제게도 대단히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물론 몇 년 전에 미국에서 JD나 LLM 학위과정을 밟지 않아도 한국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미국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기는 했지만, 미국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특별히 먹고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는데다가 생업과 시험공부를 병행할 엄두도 나지 않아 감히 시작할 생각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점점 바뀌고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나도 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캘바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2. 캘바를 선택한 이유
제가 알기로는, 미국에서 학위를 따지 않고 외국변호사 자격만으로 시험기회를 부여하는 곳은 3군데입니다. (제가 모르는 곳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워싱턴디씨인데, 일리노이주의 경우는 외국변호사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제가 굳이 위 3군데 중 미국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캘바를 선택한 계기는 의외로 매우 어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워싱턴디씨에서 외국변호사 자격만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아예 알지도 못했으니 이는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남은 것은 일리노이주인데, 일리노이주의 경우 시험을 보기도 전에 변호사, 판사, 교수 등 무려 13명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 등 시험보기 전의 절차가 보통 번잡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인데, 워싱턴디씨바는 법조인일 필요는 없고 지인 5명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다만 이 내용에 관한 정확성은 장담하지 못 하니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 낯으로는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에 추천서를 써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더군요. 여기에 더해 이왕 미국변호사자격을 따려면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의 자격을 가져야 유용하다는 말을 어느 변호사님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이 싫어하실지도 몰라 실명은 말씀 드리지 않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계속 활동할 변호사에게 캘리포니아주냐, 뉴욕주냐 혹은 워싱턴디씨의 변호사냐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Practice할 것도 아닌데, 어느 Jurisdiction인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3. 필요한 영어수준
캘바시험에 관해 제일 먼저 묻는 항목 중 하나가 어느 정도 영어수준이 필요한지입니다. 여기에 대해 뭐라 콕 집어 말씀 드리기는 어려우나, 시험에 합격한 저 역시 영어실력이 탁월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람이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학력고사 세대이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도 없으며, 사회생활 하면서 제대로 된 영어작문을 해본 적조차 없습니다. 제게 있어 영작경험은 대학 1학년 때의 교양영어수업을 위해 작문을 한 것이 (거의) 전부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시험을 본 제 생각으로는, 아마도 성문기본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 연수원의 같은 조원은 워싱턴디씨바를 합격했는데, 성문기본영어 수준은 차고 넘치며 맨투맨 기본영어 수준이면 된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나 두 책의 수준 차이가 대단한 것은 아니므로 큰 의미를 두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하간 그리 높은 수준의 영어능력이 필요하지는 않고, Interview를 하지 않으니 Listening & Speaking 능력은 필요 없으며, Reading & Writing만 할 줄 아시면 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영어 실력이 달려 상당히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at no times”를 보고 “in no times”와 같은 뜻일 거라고 짐작하고 문제를 풀었는데, 전혀 다른 의미라서 틀렸고, 이로 인해 매우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at no times”는 “never”의 의미였습니다. 이런 경우가 MBE의 경우에 생긴다면 그냥 객관식 문제 하나 틀리면 그만이지만, Essay나 Performance Test에서 생긴다면 문장 전체를 엉뚱하게 이해하게 되므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는 합니다. 제가 시험 볼 때에는 운 좋게도 이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Writing에 관해서는 아래 '시험과목별 공부방법'란에 좀 더 써 놓았으니 그 부분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4. 공부기간과 공부시간
제가 미국변호사시험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은 2015년 10월 중순경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나마 조금 접근이 쉽다는 일리노이바 시험을 보려고 했었는데, 막상 13명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을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혀서 공부를 시작하지도 못했었습니다. 물론 부탁하면 지인들이 추천서야 써주시겠지만, 시험을 합격하기도 전에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도 저는 매우 싫었습니다. (워싱턴디씨바 시험의 경우에는 어떤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 후 그냥 그만둬버릴까 아니면 남들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캘바를 볼까 하고 상당한 시간을 고민했었습니다. 결국에 공부를 시작한 시점은 어느 변호사님의 조언을 듣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을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2015년 11월 말경입니다. 사실 캘바를 본다고 하니, 어려운 시험이라고 주위에서 많이 말리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추천서를 13장이나 받는 일이 어려운 시험을 보는 것보다 제겐 더 못할 일 같았고, 3~4%만 합격하는 사법시험도 합격한 내가 그걸 못 하겠느냐는 오기도 생겨 캘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공부한 기간은 2015년 11월 말경부터 시험을 본 2016년 7월말까지를 합산하여 약 8개월이 됩니다. 이 기간 중 약 6개월 반을 MBE에 사용하고, 약 1주일을 PT에, 나머지 약 5주를 Essay 준비에 썼습니다.
공부시간은 하루에 4시간 내지 5시간 이상 확보한다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거절하지 못할 술자리도 피지 못하게 생기게 마련이고, 갑자기 문상을 가야 한다거나 회사에 긴박한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이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주말 시간 역시 빠지기 어려운 집안행사와 결혼식 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 신림동에서의 수험생활에서처럼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들 역시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나마 저 같은 경우에는, 공기업(한국중부발전) 사내변호사라서 시간확보가 좀더 용이한 편이고, 집에서 직장과의 거리가 약 3킬로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보령이라는 지방소도시이다 보니 교통체증이라는 것도 없어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시간확보에 유리하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도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와 별로 좋지 못한 체력이라는 한계로 인해 모두 살리지는 못 하였습니다. 어떨 때는 저녁 먹고 잠깐 눕는다는 것이 일어나보면 아침 7시이고, 주말에 공부를 많이 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후에 등산 갔다 와서 잠깐만 자야지 하고서는 3~4시간을 잔 후에 멍하니 앉아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였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저녁 먹고 앉아 새벽 2시까지는 공부하려고 하였고, 마지막 3개월간은 새벽 3시에서 4시까지 공부하려고 하였습니다. 물론 상당히 힘들었고, 몸무게가 75 내지 76킬로그램에서 57킬로그램까지 빠지는 등 몸에 무리가 간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시험보기 직전 2~3개월 동안엔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셔야 할 것입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