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기록 ‘그대로’ 출제 의혹…공정성 논란
담당교수 및 관계자 징계회부 요구·고발 여부 검토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지난해 1학기 민사실무연습 시험에서 사법연수원 기록이 그대로 출제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법연수원 기록을 사전에 풀어본 학생은 좋은 점수를 받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저조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더욱이 일부 학생들이 연수원 소송 기록을 사전에 입수해 공부해왔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법조인협회(회장 김학무, 이하 대법협)는 8일 서울대 로스쿨에 지난해 1학기 민사실무연습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기록 및 시험을 치른 학생 수와 학점 분포 비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법협은 “민사실무연습의 부정출제 논란은 서울대 로스쿨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고 최근 이에 대한 제보를 입수했다”며 “서울대 로스쿨은 학생들의 재시험 요구에 대해 ‘시험문제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고 상당정도 일치한다’고 시인하면서도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서울대 로스쿨의 위신이 추락할 수 있음을 우려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철저히 함구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른 기관에서 이미 출제한 시험문제와 동일한 문제를 대한민국 최고의 로스쿨인 서울대 로스쿨에서 그대로 출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거니와 일부 학생들이 사법연수원 기록이 출제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상태에서 사법연수원 기록이 그대로 출제돼 학생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법협이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이미 중간고사 시험문제가 사법연수원 45기 기록과 일치함을 확인한 일부 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쉬쉬하며 외부에 누설하지 않은 채 사법연수원 45기의 다른 기록을 가지고 기말고사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대법협은 “무엇보다도 로스쿨의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에서 사법연수원 문제를 출제한다면 굳이 로스쿨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담당교수에게 사법연수원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게 된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부정출제 논란을 야기한 민사실무연습 담당교수는 지난 2014년까지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다 서울대 로스쿨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협은 “로스쿨 졸업 후 판·검사 임용이나 로펌 채용에서 로슼루 학점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다 보니 학생들간 경쟁이 치여래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성실하게 노력한 학생들보다 시험정보 획득에 더 치중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유리하도록 사법연수원 기록을 동일하게 베껴 문제를 출제했다면 과연 서울대 로스쿨이 학생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한 절차와 평가에 따라 시험을 실시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나아가 사법연수원 기록을 그대로 출제한다는 사실을 일부 학생들에게만 미리 알려 이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제공하려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드는 상황”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대법협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받은 자료를 검토해 법적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담당교수가 사법연수원 기록을 그대로 베껴서 시험문제를 출제한 것이 사실인 경우 서울대 측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문제 베끼기’는 위계로 국립대학인 서울대의 학사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점에서 형사고발까지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법협은 특히 사법연수원 기록을 출제한다는 사실을 일부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변호사협회와 교육부에 부정출제 사실을 정식으로 통지하고 서울대 로스쿨 측에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겠다는 뜻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