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소리]Snow horse kills th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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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소리]Snow horse kills the man
  • 법률저널
  • 승인 2004.01.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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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너는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었다. 겨울이 좋다고 대답했다. 왜냐고 물었다. "그녀가 좋아하니까"라고 대답했다. 아침부터 맛이 간다.

올 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는 기상청의 말대로 한동안 겨울 같지 않은 날씨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많았는데 지난주초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그러나 추우면 좋아할 사람보다 힘들어 할 많은 분들이 있기에 (특히 밖에서 일하시는) 그리 반갑지는 않다. 날씨가 추우니 군대시절 생각이 난다.

군대의 겨울이란 상상을 초월하게 춥다. 예비역들은 알겠지만 특히나 야간에 외곽초소근무를 나갈 때면 아무리 완전 무장을 해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옷을 그렇게 많이 입어도 왜 그렇게 춥던지 제대한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추운 날에는 그 시절이 떠오른다. 새벽 한시나 두시에 나가는 날에는 정말 죽음인데, 옷입던 순서가 하의는 내복, 전투복, 건빵바지내피, 건빵바지. 상의는 내복, 전투복, 깔깔이, 야전상의, 스키파카내피, 스키파카였고 장갑, 귀마개, 방한화 등 이 모든 것을 착용하고 나면 그 모습이 용맹한 군인이 아니라 우둔한 곰 같았다. 그래서 밖에 눈이라도 내려 길이라도 미끄러운 날에는 잘못하다가 넘어지면 혼자서는 못 일어나는 일도 있다. 옆 전우가 일으켜 주다가 같이 넘어지기 십상이고, 그런 날에 고약한 교대장이라도 만나면 초소까지 오리걸음으로 가야한다.

초소에 도착해서 몇 분만 지나면 평소에 원수같이 지내던 전우나 고참병이라도 하는 수 없이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 하면 서로의 체온으로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말로만 듣던 '살을 에는 듯한 뼈 속까지 추운 날씨'를 맛보았다. 그러나 더 견디기 힘들었던 기억은 눈 오는 날 맨발로 하는 태권도다. '겨울 얼차려의 꽃'인 것 같다. '전 장병의 유단자'가 부대 슬로건이었기 때문에 무단자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너무나도 우연히(?) 태권도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눈이 온다(눈 오는 날만 하는 것이겠지....). 숨 쉴 때 코도 얼 정도로 추운 날에 맨발에 도복 하나만 입으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내리는 눈이 헐렁한 도복 사이로 파고 들 때는 정말 오리타고 집에 가고 싶었다. 태권도의 자세 중 손날과 足의 모양이 중요한데 아무리 발끝에 힘을 주어도 얼어서 감각이 없는 발은 발차기 할 때 오리발처럼 발가락이 펴졌다. 그래서 군대에서 힘들게 딴 단증은 합이 3단이라고들 했던 기억이 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친구가 말했다. 군대에서야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어도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설마에 잡힌 사람들은 그 충격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 뼈 속이 아닌 마음속 깊이 베어진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라도 빨리 설마를 잡으러 가야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설마에 잡힌 아쉬운 분들이 내년엔 오늘의 이 아픔까지 한방에 치유될 수 있는 기쁜 일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시험장 가는 길 마지막 날 애꿎은 설마를 원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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