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참된 법조인의 길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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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수기] 참된 법조인의 길을 준비하며
  • 법률저널
  • 승인 2003.05.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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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서울대학교 졸업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외무고시에서 사법시험으로

1998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대학 다니던 때까지 여러 가지 계획과 시도가 있었습니다. 대학 2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후 외교관의 길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과 유학의 보장 같은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학에 복학하여 수강학점을 줄여가며 1년 정도 준비한 97년의 외무고시 1차 시험에 실패했을 때 상당한 허탈감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 뒤 명목상 외무고시를 공부하긴 했으나, 97년에 첫 입학생을 뽑았던 국제지역원 - 그때는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를 하고 다른 대학원보다 여러 가지 조건이 좋아서 인기가 있었습니다 - 에 비중을 두고 준비했습니다. 영어시험과 서류전형으로 치른 1차 시험을 합격하고 화려하게 조명을 받으며 국제지역원에 입학하는 것을 꿈꾸기도 했지만, 면접시험을 망치고 최종합격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1998년 외무고시 1차 시험을 보았으나 역시 실패했습니다.

98년에 대학을 졸업하던 때, 그 졸업식장은 정말 가기 싫은 곳이었습니다. 서울대를 보냈다고 자랑스러워하시던 부모님에게 계속된 실패와 이미 포기해버린 외무고시, 그리고 취직을 생각지도 못하고 대책 없이 지내는 저의 모습은 더 이상 자랑이 되지 못했습니다. 쓸쓸한 졸업식을 마친 그해 겨울부터 여름까지는 정말 무기력했습니다. 습관처럼 도서관에 나가기는 했으나 할 일이 없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카뮈의 소설 같은 책들을 읽어 보기도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 대책 없이 그렇게 소일하며 지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때, 같이 도서관에 다니던 박현석(그해 2차 시험에 합격, 현재 변호사)이라는 친구와 이승수(99년에 사법시험을 합격, 현재 변호사)라는 두 친구가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던 사법시험을 준비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먼저 시작한 자신들이 도와주면 빨리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 27세의 나이도 늦은 것은 아니라고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98년 6월에 민법책을 처음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한 달 정도 강의 테이프를 듣고 김준호 교수의 민법강의를 읽었는데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곁에서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의 권유와 저에 대한 염려에 대한 신뢰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두 번의 실패와 1차 시험 합격

98년 여름부터 그렇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민법이 워낙 어려웠고, 다른 법들도 전혀 맥을 잡지 못한 채 열심히 하긴 했으나 평균 10점정도의 차이로 처음 도전한 99년 사법시험에 떨어졌습니다. 당연한 낙방인데도 계속되는 실패로 인한 좌절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보습학원에 영어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잠깐 전환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습니다. 지루하게 계속해야 하는 공부, 갇혀 있는 듯한 생활,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같이 살고 있던 박현석이 사법연수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친구와 함께 주식투자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스터디를 매일 하고, 회독수도 상당히 쌓였다고 생각되었으나, 역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처음 실패했을 때보다는 정신적으로 잘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1년을 온전히 사법시험에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까지 감을 잡지 못하던 민법 교재를 김형배 교수의 책으로 바꾸고, 학원 서브노트에 의존하던 형법을 이재상 교수의 책으로 바꾸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그 교재에 맞는 학원 강의 테이프를 들으면서 공부했습니다. 2001년 사법시험을 볼 때에는 나이가 서른이 되었는데, 서른으로 넘어가던 그해 겨울에는 슬픔보다는 사법시험에 집중하고 다른 것들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2001년 사법시험에서는 불안함보다는 평안함을 느끼면서 1차 시험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던 후배나 법 공부를 늦게 시작한 후배에게 민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1차 시험을 치고 난 후 스스로 채점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위 내용은 고시합격보다, 변호사자격증보다 더 값진 '위로자격증'(사법연수원 신우회 편저, 땅에쓰신글씨)에 수록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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