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준의 행정학-실적주의제
상태바
백승준의 행정학-실적주의제
  • 법률저널
  • 승인 2012.03.1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승준 한림법학원

Ⅰ. 의의

1. 개념의 역사적 변천

실적주의제는 실적이 모든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근간이 된다는 뜻이다. 실적(merit)이라는 말은 인사행정 전반을 지배하는 기본적인 시각 내지 철학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포괄성과 깊이를 담다 보니 단순히 '실적'이라는 말 대신에 '실적주의(merit principles)'내지 '실적주의제(merit system)'라는 말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면 실적주의제는 무엇인가? 실적주의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드라마틱하게 도입되고 진화되어 온 미국의 경험을 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실적주의제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에는 인사제도의 대전환을 가져오고 현대 인사제도의 기틀을 제공한 펜들턴법(Pendleton Act,1883)이라는 유명한 인사법(人事法)이 있다. 이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엽관주의(spoils system)가 지배하고 있었다. 엽관주의란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의 모든 공직을 전리품(spoils systems)으로 획득하게 되고 그 전리품, 즉 공직을 선거에서의 충성도에 따라 정당원들에게 나누어 주는 제도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는 경질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엽관주의가 미국정치에서 이렇게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하나는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된다는 사고 때문이다. 상류계급의 엘리트들이 건국초기부터 관직을 지배하면서 그들의 이익만이 대변되고 있었고 관직이 이들에 의해 장기간 지배되면서 부패되어 가고 있었다. 따라서 공직을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한 독점이 아니라 일반 국민을 보다 잘 대표하고 그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시킴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한다고 본 것이다.

■ 참고 - 잭슨 대통령의 연두 교서
엽관주의가 본격화된 것은 잭슨 대통령(1829-1837)에 의해서이다. 그는 대중민주정치를 주창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으로 1829년의 첫 의회 연두교서에는 이에 대한 그의 소신이 잘 나타나 있다.
'공직에서 수행되는 모든 일은 평범하고 간단한 것들로서 기본적인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노력만 하면 그 일 을 수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본인은 한 사람이 공직에 오래 근무하면서 오는 폐해가 그 사람이 경험의 축적을 통해 공직에 기여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1800년대 중반에 엽관주의 현상은 미국 정부에 상당한 정도로 만연되어 있었고 정부개혁 운동가를 중심으로 서서히 그 병폐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선거공로에도 불구하고 공직(파리 총 영사)을 주지 않은 데 불만을 품은 한 엽관주의자(Charles Guiteau)가 1881년 Garfield 공화당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은 실적주의자가 탄생하는 데 촉매역활을 하게 되었다.
여론과 시민단체의 개혁요구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표류되어 오던 펜들턴 개혁입법안이 이 사건과 다음 해 있은 주지사 선거에서의 공화당 참패를 계기로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정략적 통과였음은 물론이다. 공화당으로서는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재집권의 기회를 높이고,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자신들이 임명한 동료들의 신분이 팬들턴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개혁입법이 그러하듯이 펜들턴법은 미래지향적이기보다 구악(舊惡)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에 더 큰 비중이 실려있었다. 우선 공직을 정치적으로 중립화시킴으로써 정치적 충성심이나 개인적 정실이 공직임명에 개입하는 것을 막도록 하였다.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현직자의 신분상에 불이익을 주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신분보장이 당시 영국이나 현대의 적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 의한 해고로부터 신분이 보장된다는 극히 소극적 의미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아직도 소수 엘리트에 의한 공직독점을 경계하고 있었고, 이점에서 개혁주의자들도 엽관주의가 지향했던 대중민주주의(egalitarianism)의 기본정신만은 지켜 나가려고 노력하였다. 즉 모든 시민에게 공직진출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공무원 선발은 경쟁시험에 의존하고  교육이나 연령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시험도 당시 영국에서 엘리트를 선발하기 위하여 채택하고 있었던 학교교육에 기초한 이론적 논술시험이 아니라 해당분야의 실질적인 직무지식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경쟁시험은 공무원의 신분보장과도 연결된다고 보았다. 자기 사람을 앉힐 확실한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존의 공무원을 해고하여 빈자리를 만들 유인이 그만큼 없어지기 때문이다. ??앞문만 제대로 단속하면 뒷문은 자동적으로 지켜지는 것이다??라고 엽관주의 개혁세력은 믿은 것이다.
실적주의는 점진적으로 진화되어 갔다. 개혁 초기에는 공무원의 90%정도가 아직도 정치적 ? 인간적 친분으로 임명되고 제고되었다. 개혁의 노력은 계속되어 20년이 안 돼 전공무원의 60% 이상이 실적주의에 의해 관리되었다. 그러나 개혁 캠페인은 아직도 엽관주의의 해악을 어떻게 하면 줄일 것인가의 소극적 측면에 머물러 있었다. 공무원 해고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인사기능을 정치적 기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즉 행정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공직은 개선될 수 있다고 믿었다. 행정을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립지역으로 보호하는 일이 중요한 문제였다.


실적주의 개념에 커다란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 과학적 관리론의 영향을 받으면서부터이다. 펜들턴법의 부족한 점이 비판대에 올랐다. 부정적?소극적 인사관리에서 적극적 인사관리로의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지금까지 채용과 해고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의 관심에서 채용 후의 승진, 교육훈련, 활용, 보수 등과 같은 인사활동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이제 인사활동의 전과정에 실적주의를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과학적 관리론이 제공하는 관리철학을 등에 업고, 일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그 일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적격자를 찾아 일과 사람을 매치(match)시키는 최선책을 찾아 나선 것이다.


실적주의를 적용해서 인사관리의 능률성을 높이는 데 가장 기초가 된 것이 바로 과학적 관리를 적용한 공직의 분류였다. 직무의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직위 분류제를 도입한 것이다. 직위분류제는 채용, 교육훈련, 근무성적평가, 보수 등 모든 인사관리활동에 기준을 제공해 줌으로써 실적주의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채용의 경우에도 단순히 공개경쟁을 허용하던 종전의 수준에서 각각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 그리고 보수수준을 분명하게 제시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실적주의가 과학적 관리정신과 합쳐지면서 공직에 들어오는 사람이 전문가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되는 전문가의 확산으로 인해 이들 전문가의 협소한 시각과 과학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적자원관리의 효율적 관리를 모토로 하는 실적주의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실적주의는 인종?성 차별 금지라는 인권의 문제와 결부되면서 다시 한번 변화를 맞게 된다. 공직채용에 있어 인종 성 지역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지고 오로지 직무수행에 대한 개인의 능력이 중시되자, 결과적으로 나타난 것이 소수민족과 여성의 공직진출이 전체 인구 구성비에서 볼 때 절대적으로 낮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로 채용에서 문제시되던 차별문제가 이제는 승진과 보수까지 범위가 확산되어 갔다. 나아가 차별의 개념에 있어서도 비록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결과가 차별적인 것으로 나타나면 그 기관은 법에 의해 불이익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실적주의는 공직의 국민대표성을 확보하는 대중민주정치를 유지하고자 했지만 그 대표성이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법적인 차원이 아니라 이론적 차원에서도 인종 성 지역 직업 등의 여러 기준에서 국민 전체 또는 지역주민전체(지방자치단체의 경우)의 인적 구성에 비례하도록 공무원을 구성함으로써 공직의 인적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위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의 주장도 제기되었다. 문제는 산술비례에 의한 대표성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채용이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적주의에 새로운 도전이었다.(유민봉?임도빈)

2. 실적주의제의 원칙

1978년 카터 대통령에 의해 주도되고 채택된 인사개혁법(Civil Service Reform Act)에는 실적주의의 원칙이 다음의 9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① 공무원의 임용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선발과 승진은 균등한 기회가 보장된 공정하고도 공개적인 경쟁을 거쳐 개인의 능력?지식 ?기술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② 모든 공무원과 공무원 응시자는 인사관리의 모든 측면에서 정치성, 지역성, 혈연성, 종교, 성별, 결혼, 연령 또는 신체적 장애상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③ 공무원에게는 민간부문의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수준과 형평을 고려하여 동일직무에는 동일보수가 제공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실적이 탁월한 공무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와 명예가 주어져야 한다.


④ 공무원은 개인의 품행이 올바르고, 공익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항상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


⑤ 정부의 인력은 능률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⑥ 공무원들은 그들의 실적에 근거하여 공직에 남아있을 수 있다. 실적수준이 미달하는 공무원은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관리되어져야 하며,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무능한 공무원은 공직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⑦ 교육훈련을 통해 조직이나 개인의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에게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


⑧ 공무원은 자의적인 행동, 개인적인 정실 또는 당파적인 정치압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또한 선거 또는 후보지명의 결과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직의 권위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⑨ 법규정의 위반, 관리상의 실책, 자원낭비, 권력남용, 또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합법적으로 공개한 공무원은 보복당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한다.

Ⅱ. 우리나라의 제도와 실태

1. 공직에의 기회균등

헌법 제25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국가공무원법 제28조 ① 공무원의 채용은 공개경쟁시험에 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35조 공개경쟁에 의한 채용시험은 동일한 자격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시험의 시간 및 장소는 응시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결정한다.


2. 정치적 중립성

헌법 제7조 ② 공무원의 …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국가공무원법 제 65조 ① 공무원은 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②공무원은 선거에 있어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하기 위하여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③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또는 정치적 행위의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


3. 신분보장

헌법 제7조 ② 공무원의 신분 … 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국가공무원법 제68조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 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국가공무원법 제74조 공무원의 직무의 종류별 및 계급별 정년은 다른 법률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0세로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75조 공무원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행할 때나 강임 휴직 직위를 해제 또는 면직처분할 때에는 그 처분권자 또는 처분 제청권자는 처분의 사유를 기재한 설명서를 교부(交付)하여야 한다.


4. 성적 . 능력주의

국가공무원법 제26조 공무원의 임용은 시험성적 근무성적 기타 능력의 실증에 의하여 행한다.
국가공무원법 제32조의 5 ② 소속공무원을 보직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무원의 전공분야 훈련 근무경력 전문성 및 적성 등을 고려하여 그 적격한 직위에 임명하여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40조 ① 계급 간 승진임용은 근무성적평정 ? 경력평정 기타 능력의 실증에 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0조 ④ 훈련성적은 인사관리면에 반영시켜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1조 ① 각 기관의 장은 정기 또는 수시로 소속 공무원의 근무성적을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평정하여 이를 인사관리면에 반영시켜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