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합격 비결? 아침형 인간이 되라!
오현정/국가직·서울시 일반행정 7급, 국가직 일반행정 9급(2010년 합격)
3년(2007년 11월~2010년 7월)의 수험생활을 끝내고 무슨 말을 해 줘야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한 끝에 이 말 한 마디를 생각해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철저한 암기, 예습, 복습’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가장 하기 싫은 과목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공부하시고 딴 생각을 하지 마세요. 고민할 시간이 없는 어려운 시험입니다.
좋아하는 책, 만화책, 게임 다 접었습니다. 한 번 보면 자제할 인내심이 없어서 그냥 근처에도 안 갔어요. 영화만 가끔 한 편씩 봤습니다. 술은 참 기억력에 해로운 물질인 것 같으니 수험생들은 멀리하세요.
저는 스물여덟에 수험을 시작한 중간 정도 체력의 여학생이었습니다. 체력이 그리 좋지 못한 분들과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네요.
♣ 생활 습관
잠 : 저는 겨울이면 해를 보지 못하는 올빼미형 인간이었습니다. 밤 시간에 공부하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남들 자는 시간에 혼자만 깨어서 공부한다는 황홀감이 있지요. 하지만 체력이 점점 저하되고 피로감 때문에 어제 한 공부가 오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침형 인간으로 스스로를 바꿨습니다. 2008년 11월 종합반을 시작하면서 아침 8시에 매일 학원에 나왔습니다. 수업이 없을 때는 아는 사람들과 출석체크 모임을 가졌고 이재현 선생님의 새벽 강의를 3년 동안 전출했습니다.
일찍 일어나고 밤에 자니 점점 건강해지더군요.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늦어도 밤 11시에는 집에 가서 잠이 들었고 꾸준히 낮잠도 잤습니다. 항상 8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했고 그것보다 잠을 줄이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수험생들 중에 수면시간 줄이고 공부하다 중간에 쓰러지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수험공부하면서 수면시간 관리는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수면시간 확보가 얼마나 힘든지 아실 거예요. 제발 공부 외에 딴 일 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식사 : 저는 보통 하루 한두 끼니 먹는 소식녀였습니다(아무도 안 믿어 주더군요. 그래도 그랬었습니다). 그렇지만 공부하면서부터는 미친 듯이 배가 고프더군요. 하루에 4끼니씩 꼭 먹었습니다. 밥은 배가 빨리 꺼져서 육류를 먹을 수 있으면 꼭 섭취했습니다. 그렇다고 한 끼에 1인분 이상은 먹지 않았고요. 저에게 많은 고기를 제공해 주신 위계점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저는 몸이 건강해서 그런지 보약이나 건강식품의 효과를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는 식습관이 저를 건강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운동 : 처음 2년은 산책이 유일한 운동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바로 공부하지 않고 꼭 20~30분씩 산책했습니다. 물론 점심하고 저녁 먹은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가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몸에 긴장을 풀어주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부시작 2년째가 되니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더군요. 이명이 생겨서 고생 좀 했습니다. 3년째 공부 시작하면서는 노량진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요가를 50분씩 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해서 몸에 익숙해지니까 월·수·금 3일 운동했습니다. 시험 전날도 운동은 하고 갔답니다. 너무 격렬하지 않아서 수험생에게 좋은 운동인 것 같습니다.
♣ 공부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공부 방법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들으세요. 어떻게 공부하는지 방법은 모두 차이가 있겠지만 합격하려면 이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고 말한다면 기본서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저는 국어, 영어를 제외한 5과목의 기본서를 토씨 하나 안 빼고 끊임없이 정독했어요. 몇 회나 봤는지는 안 세어 봤으니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없게 만들고 그 후 부터는 암기될 때까지 보았습니다. 시험 전에는 목차만 보고 내용이 뭐가 될지 미리 생각해 봤고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은 재암기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모든 책은 1회독할 때까지가 제일 고통스럽습니다. 수업은 그것 때문에 듣는 것 같아요. 수업에서 강조한 부분 위주로 빨리 빨리 보면서 최대한 책과 친해지세요. 회독수가 쌓이다 보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실 것 같아요. 물론 모르는 부분은 꼭 질문을 통해 해결하고 가셔야 해요.
국어 :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독해에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실용언어랑 한자 위주로 하루에 30분 정도씩 보고 스터디를 꾸준히 했습니다. 시험 전엔 이재현 선생님의 문제풀이 강좌를 들으면서 문제 적응력을 높였습니다.
영어 : 토익 점수는 900점이 넘지만 7급 시험 영어는 토익점수와는 관계가 없더군요. 문법이 약해서 신성일 선생님 강의를 기반으로 매일 30분 이상씩 스터디했습니다. 수험용 단어를 외어 보았는데 효과가 별로더군요. 그냥 기본 단어 위주로 보고 시험에서 나오는 단어 문제는 찍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국사 : 저에게 엄청난 시련을 준 과목이었습니다. 가장 재미있지만 가장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이었습니다. 공무원 국사 시험문제는 정말 어렵더군요. 선생님을 믿지 마십시오. 아무도 그 문제를 찍어주지 못합니다. 단지 재미있는 강사를 골라 수업을 통해 흐름만 잡으시고 가장 정보량이 많은 책을 찾아 독학하십시오. 가장 범위가 넓은 과목입니다. 저는 윤승규 선생님의 강의와 김윤수 선생님의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행정법, 헌법 : 박준철 선생님과 김현석 선생님의 강의로 공부했습니다. 법은 반복과 암기의 미학입니다. 처음 강의를 들을 때에는 ‘한국어가 이렇게 어려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해진 범위 안의 공부이기 때문에 가장 깔끔한 과목인 것 같습니다.
행정학 : 누가 행정학을 밑도 끝도 없는 과목이라고 했습니까? 위계점 선생님의 기본강의를 소화하고 충분히 교과서를 공부했다면 흔들리지 않는 점수대를 유지할 수 있으실 겁니다. 처음 수업 들으시고 엄청난 수업량에 울고 나가시는 분들 많으신데 행정학 그게 답니다. 그거 다 이해하시고 암기하시면 행정학 끝납니다.
경제학 : 수학적 감각이 없으신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이론 수업 들으시고 수업 들은 부분을 꼭 문제로 연결해 보세요. 몇 개 안 되는 공식 좀 꼭 암기하시구요. 정병열 선생님 수업에서 제일 앞줄에 앉아 맞든 틀리든 열심히 대답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오전 3시간, 오후 4시간, 저녁 3시간 대강 하루 열 시간씩 공부한 것 같습니다. 첫 해에는 기본서 공부가 충실히 안 된 채로 문제풀이 강의 듣다가 망쳤고 두 번째 해는 9급을 합격하고 7급은 국사 과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7급에 꿈이 있어서 집에 말도 하지 않고 9급 임용포기하고 공부했습니다.
등줄기가 서늘하더군요. 7급 과락으로 떨어지고 책이랑 드라마를 좀 봤습니다. 시한부 인생, 대재앙 등 너무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래 나는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데 못 할게 뭐 있나’라는 생각으로 얼른 마음을 잡았습니다. 3년 째 국가직 9급, 7급, 서울시 7급 세 개의 시험을 보았고 모두 합격했습니다.
노량진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제가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셨던 선생님들을 통해 인생이 정말 살아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좋은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모두들 인생의 전환점을 향해 한번 제대로 달려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