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영어능력시험 '의지도 주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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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인 영어능력시험 '의지도 주체도 없어'
  • 법률저널
  • 승인 2002.11.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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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토플 등 시험비용 연간 약 35억 국외 유출

 

2004년부터 사시, 외무고시로부터 어학 과목이 영어시험으로 통일되고 토익, 토플 등으로 대체돼 연간 약 40억원 이상이 국외로 유출되지만 이에 대해 국가공인 영어능력시험을 개발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 없다.

 

지난해 토익, 토플 등으로 영어시험이 대체되기로 결정되자 일부에서 국가시험을 보면서 국외로 돈이 유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실제 이를 위한 국가공인 영어능력시험을 만들 주체도, 이를 행할 의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록 국내에서 개발한 텝스(TEPS)가 존재하지만, 텝스를 지원하던 조선일보가 관심을 줄이고 있고 문제 출제와 연구를 담당하던 연구원들이 자리 이동을 하면서 문제 신뢰도면에서 대중들에게서 많이 멀어진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왕 보는 시험, 나중에 취직이나 유학 갈 것을 대비해 일반적인 토익이나 토플로 보려는 것이 수험생들의 생각이다.

 

2002년 시험접수인원을 봤을 때 사시 31,631명, 행·외시 11,453명, 공인회계사 15,460명이 앞으로 토익이나 토플 등에 최소 연 2회만 응시해도 토익 기준(현재 30,000원) 35억원, 토플 기준(현재 110달러, 13만원 가량) 152억원의 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격이 된다. 보통 시험들이 한달에 한번 꼴로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액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2004년에 영어시험으로 어학 시험을 단일화하고 토익, 토플 등으로 대체한 것은 세계화 조류에 맞춰 국제무대에 설 수 있는 인력을 뽑자는 취지에 의한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험이어야 하며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이 중요해 토익, 토플, 텝스 등으로 대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를 만족시킬만한 영어시험을 국가 기관에서 개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구용역비가 만만치 않게 들고 외국 공인 기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문제 은행을 구성하는 것이 몇 년 안에는 불가능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한다.

 

행자부 관계자도 "이미 국내에서 개발된 TEPS가 있는 데 굳이 국가에서 따로 영어능력시험을 만든다는 것은 투자 효과가 떨어진다"며 "응시생들의 선택에 맡길 문제지만 만약 민간 차원에서 이를 만족할만한 시험이 나오면 적극 수용할 의사는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어능력시험은 각 부처별로 준비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되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관계 법령상 주무부처의 협조 요청이 있지 않는 한 이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간 기관의 입장은 더욱 어렵다. 한국영어학회의 박승윤 교수(성균관대)는 "국가 자격시험을 보면서 해외로 돈이 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공인 영어능력시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연구와 문제 은행을 구축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공인 영어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시험에 적용될 수 있는 어학시험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해외로 유출되는 돈을 국내에서 재투자, 영어 교육에 이바지할 수 있고 국가시험의 공신력을 높이는데도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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