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의 국회 실무수습기-“국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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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의 국회 실무수습기-“국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비전을...”
  • 법률저널
  • 승인 2010.09.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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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의 2주간 실무수습을 마치고

기미진 충북대 로스쿨 2년

Ⅰ. 들어가며

2010년 여름은 로스쿨 1기생 모두가 실무수습으로 분주했던 것 같다. 2학년 1학기가 마무리되던 시점부터 법원, 검찰, 로펌 등지에서 로스쿨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실무수습공고가 뜨기 시작했고 필자를 비롯한 동기들은 순차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혹은 성적(?)에 맞는 수습지를 선택하여 실습을 나가기 시작했다.

비법학 출신으로 아직은 법적 지식이 너무나 부족한 탓에 많이 망설여 진 것도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기에 부족하나마 배워나가는 입장으로 임하기도 하였다.

검찰과 국회 사이에 고민했지만 미래의 법조인으로서 법원, 검찰의 경우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국회의 경우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구경(?)할 수 있을까 싶어 비교적 큰 고민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하게 되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Ⅱ. 국회실무수습 1주차

필자가 소속된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해 있다. 여름방학 기간 중에도 학생들은 계절학기네, 스터디네 하여 많은 수가 본가로 돌아가지 않고 잔류해 있는 실정이었고 필자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국회실무수습을 핑계로 2주간 서울 본가에 머무르게 된 것은 로스쿨 입학 이래 가장 오래 청주를 떠나 서울에 있게 된 것이었다.

부모님께서도 나의 상경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도착한 첫날부터 한방삼계탕을 비롯하여 각 종 영양식을 준비해 주셨고 적지 않은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고시생 흉내 내는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매 끼니마다 고봉밥을 담아 주셔서 2주간 한 3킬로그램은 살이 찌는 기분이었다.

국회실무수습은 전국 22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총 54명이 참가하였고 8월 16일부터 27일까지 2주간의 일정으로 되어 있었다.

이번 국회실무수습을 하며 느낀 것은 국회 측에서 우리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배려해 주시고 준비해 주셨다는 것이다.

첫날은 입교식 및 과정안내가 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각 좌석에 법서만한 크기의 교재(?)와 우리만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 관련 일정표와 명단이 담긴 소책자, 국회로고가 새겨진 볼펜기념품이 우리를 반겼다.<사진: 국회>

대충 살펴보니 1주차에는 각종 국회업무 관련 강의가 주를 이루고 2주차에는 각 상임위원회와 국회부서에서 실무수습을 하는 것으로 짜여있었다.

이 날은 국회사무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국회입법조사처 등의 조직과 기능에 관해 각 부서의 관리관께서 오셔서 설명을 해 주시고 오후에는 특별히 권오을 현 국회사무총장님의 특강이 있었는데 이 시간에는 국회방송에서 촬영을 나오기도 하였다.

같이 로스쿨을 다니는 동기들도 그렇지만 오전에 있었던 자기소개시간에 자신의 꿈이 국회의원이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친구들이 몇명 있어서 선배 정치가로서, 정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주실 것을 말씀드렸는데 국회방송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튿날부터는 강의의 연속이었다. 입법과정론, 법률안 심사사례, 예산안 및 기금 심사과정 등등. 솔직히 학기 때보다도 빡빡한 일정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주입식(?) 강의로 채워져 있었기에 앉아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마치 고등학교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국회에서 하는 업무와 강의 내용에 관해 전혀 무지했던 나에게 정말 신세계와 같이 혹은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오는 강의내용들이 아니었더라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포획법안이니 국회의 재정통제권이니 재정민주주의의 핵심은 조세법률주의 뿐 아니라 예산 법률주의의 도입에 있다느니, 재정헌법이 유신헌법 때 개정되었고 거기에는 세 가지 규정부재의 문제점이 있다는 등의 평소 관심 갖지 않아 모르던 혹은 학교에서나 바깥에서는 들을 수 없는 국회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배우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런 강의를, 실무를 담당하는 수석 전문위원분들께 직접 들을 수 있었고 매 시간 질의 응답시간이 있어서 학생들의 궁금증이나 국회근무의 장, 단점 등에 관해 기탄없이 말씀해주셨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장 힘든 수요일 마지막 시간에는 문화강좌로 재미있는 영화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어 센스있는 강의 짜임새가 눈에 띄었다.

힘든 일정 중에도 재미난 에피소드는 있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국회의사당 본관 의원식당에서 밥을 먹는데(비싸서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 테이블에서 이회창 총재와 함께 밥을 먹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서로 눈이 마주쳐서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전국에서 로스쿨생들이 국회로 실무수습을 왔으니 특강을 한 번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는 것을 망설이다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역시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 것이었다.

1주차 마지막 금요일에는 국회의원 보좌진과 만남의 자리도 있었는데 이때만 해도 그 다음 주에 있을 청문회에서 활약하시던 그 분(?)의 비서관을 만난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았더라면 더 큰 관심으로 그 다음 주에 벌어질(?) 일들에 관해 무차별적 질문을 했을 것이다.

Ⅲ. 국회실무수습 2주차

1주차에 모든 이론적 지식을 습득했다면 2주차에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각 상임위원회와 국회부서에서 수습할 차례였다.

국회에서는 각자 1지망 2지망 희망자에 따라 실습하고자 하는 위원회와 부서를 배정해 주었는데 필자의 경우, 신청했던 법제사법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안 되고 행정안전위원회에 배정되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첫날부터 경찰청장후보 청문회를 참관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행안위가 그와 관련하여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우리 3명은 종일 청문회장에 방치되어 있긴 했지만 그 덕분에 방송으로 잠깐 잠깐 보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돌아가는 긴박한 분위기를 여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둘째 날 또한 국무총리 후보의 청문회가 있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그 곳에서 나름대로 앞날을 점쳐보고 우리끼리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하는 것이 좋겠고 앞으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살자’ 하는, 어떻게 보면 먼 미래에 우리 중 누군가에게 해당될 수도 있는 자리에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먼저 예습하고 온 듯한 느낌을 갖기도 했다(어쩌면 역사적인 순간에 그 곳에 있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수일 후 뉴스를 보니 자진사퇴하셨다고 하여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후에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상임위에서는 레포트 등의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는데, 공부는 차치하더라도 역시 필자는 운이 좋았던 같다.

셋째, 넷째 날은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배정되어 실제 의원들의 입안 의뢰서를 가지고 조를 짜서 토의하고 법안을 제·개정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어찌나 열의가 가득한지 자료조사를 비롯해 정말 실제 법제실에서 의원님들에게 답변하는 수준의 훌륭한 법안을 만들어 오기도 하였다.

심지어 수습을 주관하시던 법제과장님께서는 당장 법제실에 입사하여 근무해도 되겠다는 극찬을 하시기도 했는데 같은 로스쿨생으로서 대단히 뿌듯함을 느꼈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입법조사처 등지에서 로스쿨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지대하고 또 우리들을 본인들이 찾는 인재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국회에 근무하고자 하는 로스쿨생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넷째날 수습을 마치고 다같이 본회의장등을 견학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수습생 기분을 만끽했는데 마지막 날에는 법사위원장님과의 대화시간을 갖고 로스쿨 관련 현안에 관해 건의드리기도 하는 등 로스쿨생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끝나고는 다같이 전날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케익을 앞에 두고 헤어지는데 그새 정이 들었는지 어찌나 아쉽던지, 실무수습을 한 3주는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Ⅳ. 나가며

2주간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국회실무수습기간이 끝나고 이제는 다시 청주다.

2주간의 이번 실무수습은 정말 많은 경험을 한 것 같고 어쩌면 나의 앞날에 대한 비전이 조금은 달라지고 구체화된 것도 같다.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나의 편견이 조금은 걷힌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어느 분이 강의 도중 말씀하신 것처럼 민주주의는 토론문화이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TV에 나오듯이 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방법에 있어서 개선되어야할 문제이지 그 자체를 본질로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서로 다투지 않고 의견 대립이 없는 국회가 과연 국민들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지지난 일요일 학교에서 두 개의 상을 받았다. 지난학기 차석한 우수상과 직전학기 대비 성적향상자에게 수여하는 상. 차석도 차석이지만 비법학도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힘이 되도록 성적향상자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간 승무원으로 비행기를 타다 내려서 잘 되지 않는 공부를 해보겠다고 로스쿨에 입학한지 1년 반 만에 상이라는 것을 받으니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께 학비를 받아가며 공부하는 모자란 딸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되어 기쁜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국회실무수습을 통해 전국에서 모인 현재와 미래에 이 시대의 필자의 동지인 로스쿨생들과 교류하게 되어 더욱 기쁘고 앞으로 남은 기간 더욱 정진하여 이런 큰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나아가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데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지면을 빌어 국회실무수습에 관여한 모든 분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해주신 선생님들과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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