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사랑하는 자, 땅으로 돌아가리라.
상태바
땅을 사랑하는 자, 땅으로 돌아가리라.
  • 법률저널
  • 승인 2009.01.19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학의 숲에서 거닐다
 
사기열전을 읽고 있다. 마땅한 완역본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읽고 있다. 사기열전 중 예비관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요즘 관료사회가 부정부패로 떠들썩하기에 이를 보고 개탄스러운 마음에 사기열전에서 뽑아 본다. 민음사『사기열전』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노나라에 공의휴(公儀休)라는 박사가 있었다. 노나라 재상이었다. 법을 준수하고 이치를 따르며 바꾸는 일이 없으므로 모든 관리가 스스로 올바르게 되었다. 남의 녹을 먹는 자는 일반 백성과 이익을 다투지 못하게 하였다. 많은 봉록을 받는 자는 사소한 것도 받지 못하게 했다. 자기 집 채소밭의 야채를 먹어 보니 맛이 좋자 그 채소밭의 채소를 뽑아 버렸다. 자기 집에서 짜는 베가 좋은 것을 보자 당장 베 짜는 여자를 돌려보내고 그 베틀을 불살라 버리고는 말했다.
 
“농부와 장인과 베 짜는 여자가 그들이 만든 물건을 어디에 팔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관료들은 들판의 하이에나처럼 돈 되는 물건에는 모두 손을 댄다. 땅을 사랑한다며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땅투기를 한다. 건물을 사랑한다며 건물을 구입한다. 여자를 사랑한다며 불륜을 저지른다. 그런데 왜 국민을 사랑하지 않을까?
 
이리(李離)는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옥관이었다. 그는 판결을 잘못하여 사람을 죽이게 되었으므로 스스로 옥에 갇혀 처형되려고 했다. 문공이 말했다.
 
“벼슬에는 귀하고 천함이 있고, 벌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소. 하급 관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그대의 죄는 아니오.”
  이리가 말했다.
 
“저는 장으로서 관직에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하급 관리에게 자리를 양보한 일도 없고, 또 많은 봉록을 받았지만 하급 관리에게 그 이익을 나누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판결을 잘못 내려서 사람을 죽이고 그 죄를 하급 관리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리는 사퇴하고 문공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문공이 말했다. “그대는 스스로 죄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인에게도 죄가 있는 것이오.” 이리가 말했다.
 
“옥관에게는 지켜야 할 법이 있습니다. 형벌을 잘못 내렸으면 자기가 형벌을 받아야 하며, 사형을 잘못 내렸으면 자기가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군공(君公)께서는 신이 가리워진 부분까지 심리하여 어려운 안건을 판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 법관으로 임명하셨던 것입니다. 지금 잘못 들어서 사람을 죽였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이리는 결국 문공의 명령을 듣지 않고 칼에 엎드려 죽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독재시절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 때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아직도 생존해 있으며,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 용서를 구한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이리처럼 칼에 엎드려 죽는 수고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용기라는 것은 이럴 때 필요하다.    손숙오는 초나라의 처사였다. 재상 우구는 초나라 장왕에게 손숙오를 자기 대신 재상으로 삼도록 추천했다. 그가 백성을 가르치고 선도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합하게 만들자 세상의 풍속은 대단히 아름다워지고 정치는 느슨하게 시행되었지만, 금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관리 중 간사한 자가 없으며 도둑도 생기지 않았다. 가을과 겨울에는 백성에게 산에서 사냥하고 나무를 베게 하였고, 봄과 여름에는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도록 했다.
 
장왕은 화폐가 가볍다 생각하고 작은 것을 크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백성은 그것이 불편하여 모두 자신들의 생업에서 쓰지 않았다. 시령(시장을 관리하는 자)이 이 일을 재상에게 보고하였다.
 
재상은 조정으로 나아가 왕에게 말했다. “전날 화폐를 바꾼 것은 이전 화폐가 가볍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령이 와서 시장이 혼란해져 백성이 편안히 있을 곳이 없고 장사를 계속할지 안 할지 결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대로 회복시켜 주십시오.”
왕이 이것을 허락했다. 명령을 내린지 사흘 만에 시장은 예전처럼 회복되었다.
 
법을 자주 바꾸면 혼란이 생긴다. 이전 정권이 만든 법이라고 모조리 없애버리면 국민이나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다. 
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기다리라. 곧 땅으로 돌아갈 테니. 왜 그리 서두르나?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