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신림동 고시촌,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꾼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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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신림동 고시촌,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꾼다 ②
  • 법률저널
  • 승인 2008.11.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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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 동안 사법시험 등 각종 고등고시·자격시험의 메카로 군림해 온 것이 신림동 고시촌이다. 매년 가을 중턱에 접어들면 일년 동안의 공부 농사에 희비가 엇갈리며 누구는 떠나고 또 누구는 짐을 챙겨 이곳으로 큰 희망을 품고 입성한다.


이젠 이곳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정도이니 역사가 길긴 긴가 보다. 스쳐갔던 수만 아니 수십 여만 명의 옛날 수험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름 성공해 일부는 법조계로 일부는 정계로 일부는 공직으로 등등, 혹은 실패의 아련한 추억을 머금은 채 적재적소에서 이 사회를 움직이는 역군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 저 국회의원 예전에 고시촌에서 OO과목을 강의 했다던데...” “OO지원의 부장판사는 같은 고시원 옆방에서 공부해서 잘 알아...” “얼마 전 어느 세미나에 참여했는데 정부 대표로 나온 서기관이 왠지 낮이 익더라고... 알고 보니 10여 년 전 같은 학원에서 공부했던 분인 거 있지!” 등등.


하지만, 수년 전부터 고시제도들의 급변과 최근 국내경제의 불황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신규진입이 감소하고 기존 수험생들의 이탈마저 가시화되고 있다. 영어대체제, 법학과목이수제, PSAT, 로스쿨 등 무서우리만큼 급변했고 진보하고 있는 시험제도, 뛰어 오르는 물가·학습비용, 인터넷 등 IT기술의 발전에 따른 학습기반의 새로운 변화 등등.


무엇 때문이며 이대로 고시촌은 계속 사양길로 접어 들 것인가? 다만 연착륙(soft landing)만이라도 불가능할까? 그 원인과 대책, 발전방향과 기대를 짚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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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냐? 로스쿨이냐?
급변하는 시험제도 갈등하는 수험생들, 그러나 답은 있다

 

고뇌하는 법대 재학생 “사법시험 해? 말어?”
수험가 “주저 말라. 우선 사시, 다음 로스쿨”

 

“법대 4년 재학생인데, 로스쿨에 가는 것이 좋을 까요? 사법시험에 준비하는 것이 좋을 까요?” 내년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을 3개월 남겨놓고 또, 이미 로스쿨 전형이 시작된 마당에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고 혹자는 반문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5월 서울 모 로스쿨 입학설명회에서 한 학생이 입학전형 설명 담당교수들에게 공개적으로 질문한 상담 내용이다.
이같은 고민은 대학교 재학생이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에 이미 도전하고 있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법대 3년, 4년생들의 갈등은 더할 나위 없다. 지난 수개월동안 로스쿨 입시설명회장에는 상당수가 재학 4년생들로 붐볐고 이와 같은 고민들이 빠지지 않고 질의응답시간을 통해 거론됐다.


한 입시설명회장에서 만났던 대학생 김모(26)씨는 “법학과 4학년인데 진로를 두고 고민이 많아 참여했다”면서 “사법시험을 2년가량 준비를 해 왔고 졸업 후 2년까지 매진할 계획을 품고 있었는데 로스쿨 시행이 작년에 급작스레 결정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당장 2010년부터 사시 선발인원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실력 누적으로 합격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교수님들도 대학 고학년들은 사시에 매진할 것을 권하지만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수험생 이모(38)씨는 “사시 1차에 수도 없이 붙었지만 2차에 합격을 못해 현실적 애로가 첩첩산중”이라며 “고민 끝에 로스쿨에 응시원서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 중에도 유사한 고민들이 많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디 특별히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고 명료한 해답도 찾기 난감하다보니 자신의 신중한 결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듯하다”고 말했다.


법률저널에도 유사한 문의상담이 최근 수개월 급증했다. 모 여대 법대 3년의 딸을 둔 한 부모는 “사법시험을 계속해야 할지, 로스쿨을 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난감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물론 수험생 당사자도 예외가 아니다. 공대를 졸업함과 동시에 취업을 포기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한지 1년 6개월이 됐다는 한 사법시험 준비생은 “지난해 초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사법시험을 준비해 왔는데, 주변 사시생들의 실력에 기가 꺾인다”면서 “로스쿨에 입학해 법조인의 꿈을 실현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조언을 청했다.


한편, 더 나아가 이같은 숙고 끝에 어느 것을 택했든, 택하든 사시 준비생이나 로스쿨 준비생에겐 또 다른 고민이 가로막고 있다. 어떻게 하면 빨리 합격하느냐? 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 

 
이를 위해 수험의 메카인 신림동 고시촌의 학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틈새시장을 공략할 다각적인 모색을 취해 급변하는 제도에 부응키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가로 막아선 로스쿨


수천, 수만의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을 갈등 속으로 빠지게 하는 것은 결국 로스쿨의 영향이다.


그것도 지난 15여년동안 지루하게 연구·세미나 등만 거듭됐을 뿐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요원할 듯 했던 것이 갑작스레 국회를 통과, 내년부터 3월 개원하게 된다는 것.


개원과 동시에 매년 1천명을 선발하던 사법시험의 합격인원이 2010년 900명, 2011년 800명, 2012년 700명 이후 로스쿨 수료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대비해 점진적으로 감소하다가 2016년(2차시험 2017년까지)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법시험 70년의 역사가 끝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의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으로 완전히 개편된다.


사법시험에 주력하고 있고 또 주력하고자 했던 이들에겐 거대한 장애물이 가로서게 됐지만 새로운 형태의 법조인 양성과 선발을 희망해 왔던 또 다른 한편에선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됐다.


시대의 거대한 조류. 역행이 불허됐고 너무 급작스레 새로운 형태가 제도권으로 들어왔기에 기존 수험생들에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합격인원의 감소로 기존 수험생들의 초조와 시름은 깊어가고 있고, 현 제도를 신뢰하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현 법대 재학생들은 단순한 시름을 넘어 빠르고 정확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 기존 수험생, 사법시험 끝장 보기


기존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고민치 말고 사법시험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다짐으로 시험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험가의 조언이자 중론이다.


현재 학원가의 수험전문가들은 익히 사법시험을 준비해 왔던 수험생들은 흔들리지 말고 시험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에듀패스 이재열 교육사업본부장(합격의법학원)은 “신중한 고민은 필요하되 사법시험에 조금이라도 매진한 수험생들이라면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것을 권한다”면서 “3년이라는 기간과 비씬 학비 등 여려 조건을 감안할 때 사법시험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미래와 사람 교육사업사문 박주홍 이사장(한림법학원) 역시 “일단 법조인에 대한 포부가 있다면 일단 욕심을 내어 전력투구하되, 한계를 느낄 때 그때 로스쿨로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작한 사법시험,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나서 선택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학원장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아직 7년의 기간이 남았고, 그동안 합격을 못해 로스쿨로 전환하더라도 손해는 없다는 분석에서다. 노력하기 여하에 따라 조기에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점, 합격시 로스쿨보다 입지가 유리하다는 점, 특히 사법시험 1차시험 합격생들을 로스쿨에서도 결코 외면치는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 고뇌하는 법대 학부생들
혼란하기는 학부 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고학년인 3, 4학년은 일단 사법시험에 매진하라는 것이 대학가의 분위기다.


“내 자녀가 법대 고학년이면 무조건 사시준비 시키겠다”라는 모 법대 교수의 우스개 말처럼 로스쿨의 제도적 장점 여하를 떠나 사법시험의 지속적 도전엔 경제적·시간적·효율적·입지적 장점이 더 많기 때문에서다.


법대 3, 4학년이면 리걸마인드 형성과 학습능력의 습득이 충분히 이뤄졌고 아직 7년의 기간이 남았으며 학습교재 및 방법의 지속가능성의 효과와 사법시험 합격자에 대한 우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연세대 고시반의 한 관계자는 “고시반 입실자들 중에는 사시와 로스쿨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일반 재학생들 중에는 고심하는 이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학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고시반원 및 법대 고학년들은 사법시험에 매진하는 것이 역력하고 이것이 현명한 판단이지 않겠나”면서 “다만 법대 1, 2년 저학년생들은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도 일단 사시에 매진하고 그래도 안되면 졸업 즈음 그때 로스쿨을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많이 권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같은 조언들 역시 신림동 고시촌의 수험전문가들의 의견과 대동소이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중하되, 일단 사법시험에 매진하는 것이 유리”

 

이재열 (주)에듀패스(합격의법학원) 교육사업본부장

 

교육 사업에 큰 뜻을 두고 있다는 (주)에듀패스 이재열 교육사업본부장(합격의법학원)은 향후 사법시험의 선발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지만 이미 사법시험을 시작한 수험생들은 사법시험에 매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한다.


이 본부장은 “시간, 비용 등 효율적 측면에서 사법시험이 유리하고 설령 떨어지더라도 법적지식은 로스쿨에 들어가더라도 효용가치가 엄청 클 것”이라며 기존 사시생들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법대 3, 4년생들에게도 신중한 선택을 요구했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갈등이 심한 위치에 놓인 당사자들”이라며 “사법시험에 뛰어들면 리스크는 크겠지만 효율적인 면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대 저학년들에게도 유사한 조언이다. 이 본부장은 “2~3년 내에 사법시험에 승부를 건다면 불가능은 없을 것”이라며 “법조인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면 재학 중에 LEET 등 로스쿨 준비보다 일단 사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
그는 “어차피 로스쿨은 학부를 졸업해야만 입학할 수 있으므로 시간적 측면에서도 사시가 유리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다만, 그는 법조인을 희망하는 비법학 저학년들과 직장인들은 로스쿨을 고려해 볼 것을 피력했다.


이 역시 시간과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질 때 이들에겐 로스쿨에서 더 많은 장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 역시 기초 법률적 소양만은 평소 갖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법학 전공자 및 직장인들은 로스쿨에 진학하더라도 3년이라는 제한된 기간 내에서 로스쿨의 전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며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간다면 법학전공자들에게 상당히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조만간 로스쿨 준비생들을 위해 내실있는 틈새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 한다.


“로스쿨 개원 이후 각 대학에서도 교양과목 등을 통해 기초 법학과목이 개설될 수 있겠지만 십여 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경험과 기반을 살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서 “내년부터는 비법학 및 직장인 로스쿨 진학자들을 위해 유익한 강좌들을 더욱 다양하게 설정, 로스쿨 진입 전 교육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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