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교착’이라는 용어는 낯설다. 입법이 교착되었다? 뭔 말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입법부의 입법하는 과정이 교착 즉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한다는 의미일 듯하다. 실제 입법 교착의 정치학적 정의도 그렇다.이상적인 민주주의국가라면 다음 가정들이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정치적 쟁점 사안이 의회에서 국민의 대표들에 의해서 토의된다. 다음 합의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반영하면서 법안이 수립되고 통과된다. 그런데 입법 교착은 이상적인 상황과 달리 정치적 쟁점이 의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입법 표류(immobilism)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2명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므로(제67조) 최 대행은 지체없이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했지만, 최 대행은 아직까지도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위헌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지난해 말 마 후보자

가만히 중심을 잡고 있기도 힘들 만큼 어지러운 변화가 우리나라뿐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옛날(?)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미국 로스쿨에 처음 진학해서 로스쿨 공부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얘기, 지금에 와서 돌이켜 봤을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등에 대해서이다.일단, 엄청난 양의무 교육과 대학 교육을 통해 긴 글은 꽤 읽어온 필자임에도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 독해 문제를 처음 접하고 나서는 긴 분량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버거웠다. 단지 지문이 영어라서 그런 것

한국의 대통령제 민주주의는 정치 양극화를 향해 맹렬히 달리고 있다. 한국 혼자만이 질주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옆에는 미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하자 그를 지지한 이들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했다. 2024년 재선된 트럼프는 은혜를 갚듯이 이들을 사면해버렸다. 한국도 비상계엄을 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법원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민주주의 이론가 로버트 달은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에서 의미 있는 주장을 남겼다. 1950년대 이후 안정적인 민주주

2025년 2월 2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젤레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만났다. 실시간 중계로 방송되던 정상회의는 예상과 달리 험악하게 끝났다.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두 정상이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설전을 치렀다는 것 만이 아니다. 권력정치의 본질을 생중계로 보여주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국제정치의 존재적 특성은 무정부 상태 즉 국가들 위에 상위 권위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개별국가는 권력(power)이 아니라 물리적 폭력(force)만을 사용해 국제관계를 운영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뿐만 아니라 언제 선고가 이루어질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결과에 대해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한 탄핵 반대 측도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싶다. 아직 결론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연일 헌법재판소를 비난하고, 심지어 재판관들에 대한 협박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기각을 예상한다면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면 될 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선고기일을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기각을 예상한다면 하루빨리 선고가

Ⅱ. 공판과 증거-> 지난 호에 이어4. 형사조정조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2024.11.14.선고 2024도11314 판결) 가. 사 안피고인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으로 기소되었는데, 형사조정조서 중 ‘피의자의 주장’란에 ‘피해자에게 성추행 및 간음 미수 피해를 입혔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말미에는 형사조정절차에 참여한 조정장과 조정위원 및 출석한 피고인의 각 성명과 서명이 기재되어 있었으며, 간사인 검찰수사관도 형사조정조서의 말미에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을 하였는데, 이러한 형사조정조서의 ‘피의자의 주장’란

국내정치가 답답해서 고개를 돌리면 트럼프가 있다. 마음만 잠깐 내려두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편관세로 우리 주머니를 직접 공격하기도 한다.관세 부과는 복잡하다. 경제적 이익의 계산은 복잡해서 잠깐 제쳐둬도 다른 이유도 걸려있다, 첫째. 역사적 요인이다. 1944년 미국이 브레튼우즈 체제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패권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패권국은 기축통화를 유통시키기 위해 무역적자를 감내해야만 하는 ‘자비로운 무시(benign neglect)’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많은 국가가 미국

이번 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표하여 180일간 FCPA의 집행 중단을 결정하였다. 1977년 제정된 후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와 부정한 회계 처리를 금지해 온 법제로서, 아마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부정부패 규제인 FCPA의 집행을 중단한다는 초유의 상황이지만, 이 조치가 구체적으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FCPA의 지나친 집행으로 인해 미국 기업은 경쟁 기업에 비해 비즈니스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어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하면서, 미국의 국가

요즘 보수적 성향의 시민은 힘들다. 극우가 아닌 보수층이 힘든 것은 선택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 비상계엄은 잘못되었다. 극우성향이 강해지면서 폭동이 일어나고 제도정치를 거부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가장 큰 것은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선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정치학에서 우파인 보수(conservative)와 극우인 반동(reactionary)은 구분된다. 이념적 온건파인 보수는 현재 자신을 대표해줄 정당이나 대표가 없다고 본다. 조기 대선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양대

작년 12월 3일 내란을 목적으로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유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예정된 기일을 넘겨 추가 기일까지 지정되었지만 늦어도 3월 중순쯤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한, 최근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것과는 별개로 그동안의 탄핵심판 과정을 볼 때 탄핵소추가 인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이처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임박해 오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

-> 지난 호에 이어 Ⅱ. 공판과 증거 1. 준강간죄 장애미수의 공소사실에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의 직권인정의 의무성 (대법원 2024.4.12.선고 2021도9043 판결) 가. 사 안피고인이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으나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거부하며 항의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는 이유로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되었다.원심은 피고인에게 준강간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여 준강간죄의 장애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지난달부터 미국 로스쿨의 도쿄 캠퍼스에서 한 주에 하루, 두 시간 반 정도 인터내셔널 컴플라이언스라는 과목명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이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도쿄로 와 있는 30명 가까이 되는 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소소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르치면서 또 배우고 있다.‘부업’으로서 가르치는 일, 본업과의 시너지처음 겸임교수 이야기가 나왔을 때 회사와 팀에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격려를 해주었고 실제로 정기적으로, 부정기적으로 강의를 하는 동료, 선배들도 많은 편이다. 그때 본인도 일본의 대학교 법과대학원

파나마운하, 그린란드 매입, 캐나다의 미국 편입. 미국이 영토 확장을 지속해서 거론하고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사실이다.이런 와중에 의미심장한 법안이 마이크 리, 존 커티스 공화당 상원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핵심 내용은 미국 해군 함정을 동맹국에서 건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920년 Merchant Marine Act of 1920(일명 존스 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보호주의의 상징인 이 법은 미국 내에서 수송에 사용되는 선박은 미국 내에서 제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