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84)-비상하지 못한 비상대책위원장의 예고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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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84)-비상하지 못한 비상대책위원장의 예고된 실패
  • 강신업
  • 승인 2024.11.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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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총선백서를 선거가 끝난 지 201일 만에 발간했다. 당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총선백서는 267쪽에 달한다. 백서는 총선 참패 주요 원인에 대해 대통령실과 당 모두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을 폈다. 그러나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총선 패배에 정부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당이 지는 것이고 당 대표가 지는 것이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결론부터 말하면, 비상대책위원회가 비상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비상한 행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비상대책위원장의 실패가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과 사명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한동훈은 그런 능력도 사명도 없었다. 이것이 22대 총선 패배의 결정적 이유다.

한동훈은 먼저 정치적 경험과 능력이 없음에도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그가 선대위원장을 복수로 꾸리지 않고 단독플레이를 한 것은 총선 패배의 결정적 이유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이해찬과 김부겸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여 민주당의 조직 역량을 하나로 묶는 데 성공했다. 그에 비해 한동훈은 총선을 당 장악과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선대위원장을 단독으로 맡았다.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단독선대위 체제는 당이 인적 자원과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실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단독 선대위원장은 한동훈의 나르시시스트적 대선 행보를 가져왔고, 그가 가는 곳마다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를 실종시키고 민주당 현역의원에 대한 심판을 망각하게 했다.

총선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은 한동훈의 무능하고 사악한 공천이다. 그는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모두 실패했다. 말뿐인 시스템 공천과 사실상 사천인 비례대표 공천은 총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다.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광고했지만, 현역의원 재배치 및 국민추천제 모두 실패했다. 지역구 공천에서 과감한 물갈이를 하지도 못했고 공정한 공천을 하지도 못했다. 한동훈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역구의 경우 대부분 현역의원을 재공천했다. 역대 현역의원에 대한 물갈이가 이렇게 적었던 적은 없었다. 한동훈은 또 비례대표 공천에서 절차적 공천이나 공정한 공천을 무시했다. 이례적인 비례대표 연속 공천,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것, 공관위의 비례대표 후보 면접 최종 심사결과 자료가 국민의미래 지도부 및 사무처 실무진과 공유되지 않았고 현재도 남아 있지 않은 점 등은 공천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선 패배를 가져온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승부수도 없고 전략도 전술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시대정신을 담는 거시적 어젠다를 제시하지도, 국민의힘과 당 대표가 정치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그는 정치를 예능처럼 하면서 자신에 대한 연예인적 관심이 표로 연결될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그는 정치와 예능을 구별하지 못했다.

사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이 경우 여당은 프레임을 중단 없는 개혁 등 미래 비전으로 치환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은 이를 망각한 채 야당과 똑같이 심판론을 들고나왔다. 바로 ‘이조심판론’이다. 이재명과 조국에 대해 심판하자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단한 패착이었다. 조국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이미 대선에서 써먹은 것이고 철 지난 것이다. 이재명의 전과나 범죄 의혹 등은 이재명 본인의 선거인 대선에는 영향이 있었지만, 총선에서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이조심판론은 오히려 총선의 성격을 ‘심판 대 심판’으로 몰고 가는 부작용을 낳았을 뿐이다. 여당은 미래 비전 제시 능력과 현실 타개 능력을 보여야 하지만 ‘이조심판론’은 총선을 정권심판론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총선 패배의 책임은 비상대책위원장이자 단독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총지휘한 한동훈에게 있다. 결과적으로 4·10 총선은 한동훈의 능력 부족과 자질 부족 때문에 패배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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