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상태바
[칼럼]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김지림
  • 승인 2024.08.09 11:0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전원합의체, 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 가입자의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라는 취지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직장가입자 소외 김용민의 동성 동반자인 원고 소성욱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지역가입자로서의 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을 위배하여 실체적으로도 위법하다고 하였던 2심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관계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공적 제도가 변화하는 가족 결합과 생활실태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더 나아간 판시를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와 목적 등에 따라 판단할 때 피부양자 지위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 구성 등을 고려하여 변화하여 왔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와 같은 ‘동성 동반자’의 경우, 법률상 혼인신고를 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동거를 넘어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같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차별하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같은 제도 하에 같은 조건을 가지고 제도의 보호 목적에 부합하는 신청을 한 동반자들을 ‘이성 동반자’와 ‘동성 동반자’라는 차이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성적지향에 근거한 차별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며 그 침해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았습니다.

1심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논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대법원은 나아가 피부양자제도는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로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날 가족 결합의 변화하는 모습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원고의 완전한 승리였습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로서의 동성 동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회와 국가가 이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추가적으로 전달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동성 간 결합에 대하여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자신들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고 동성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외부에 공표하는 것은,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더라도 자기 존재를 긍정하고 약속대로 동성 동반자에 대한 애정과 동거ㆍ부양ㆍ협조ㆍ정조의무를 다하겠다는 깊은 고민과 결단의 표명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그들의 실존적 결단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이룬 동반자 관계가 오직 동성 간의 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보호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사회와 국가의 공인된 보호를 받을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인간 그 자신을 이루고 있는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라 스스로 인격을 형성하고 가정공동체를 이루며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할 권리에 대한 감내하기 어려운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중)

안식월 마지막 날 대법원 승소소식을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타지에 있었기에 축하의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패소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던 2심 판결 선고 당시에는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대법원 절차가 남아 있었기에 활짝 웃을 수 없었습니다. 대법원 선고를 듣고, ‘아, 이제 안심이다’ 하며 그제야 마음껏 자랑하고, 마음껏 웃었습니다. 사진 속 원고 부부와 동료들의 표정도 그 걱정을 털어낸 듯 밝아 보였습니다. 며칠 후 귀국해 마주한 한국 사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미동도 없어 보였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 커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나아가 공적 제도에서의 보호 의무를 설시한 이번 판결이 법원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성혼 소송 대리인단이 2017년 동성커플에게 적용되지 않는 구체적인 ‘배우자’의 권리 중 피부양자지위에 주목하여 논리를 준비하기 시작해 2024년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총 8년이 걸렸습니다. 공감 성소수자팀 전원이 대리인단에 투입되어 혼신의 힘을 다해 함께 한 소송이었습니다. 이 판결을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이 아주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소수자의 권리와 관련하여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소송들, 진행 중인 소송들이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후 한국사회를 상상해 봅니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된 오늘만큼은 우리 모두 함께 마음껏 즐거워해도 좋겠습니다.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4년 7월호 제공>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4-08-19 02:37:46
좋은 기사네요~

냥냐랑 2024-08-19 02:34:4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