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4년 법원행시 수석 윤찬우 씨 “고득점의 비결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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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4년 법원행시 수석 윤찬우 씨 “고득점의 비결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6.17 17: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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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법원행정고시 수석 합격 윤찬우 씨상산고·한양대 정책학과 졸업/전북대 로스쿨 3학년
2024년 법원행정고시 수석 합격 윤찬우 씨
상산고·한양대 정책학과 졸업/전북대 로스쿨 3학년

“잘하는 친구들의 공부 방법과 답안작성 적극적으로 배워”
“답안작성은 논리적인 흐름과 서술의 정확성이 가장 중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수험생이 먼저 공부를 시작한 선배들이나 합격수기 등을 통해 공부의 방향을 잡거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한 수험생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지나간 시간이 아깝고 노력도 아깝고 당연히 자존심도 상할 것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스포츠카라도 되는 듯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만 가는 이들도 있지만 수험생 대다수는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은 정체기를 경험한다. 그럴 때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해 보고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에 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바로 2024년 법원행정고등고시 수석 합격에 빛나는 윤찬우 씨의 고득점 합격 비결이었다.

“면접을 치르고 난 후 어떻게든 합격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발표를 기다려 왔는데 수석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너무 깜짝 놀랐고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는 윤 씨의 합격 소감에서 그가 걸어온 시간과 노력의 무게가 느껴졌다.

94년생인 윤 씨는 현재 만 29세로 전북대학교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상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양대 정책학과에 진학한 윤 씨는 법학에 큰 흥미를 느꼈다. 사람들 간의 분쟁을 공식적으로 해소하는 합리적인 도구인 법에 관심을 갖고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법을 제대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법조인을 꿈꾸게 됐다.

그래서 사법시험과 법원행시에 응시해 보기도 했지만 “진지하게 공부하지 않았고 열심히 친구들을 만나며 놀았기에 터무니없는 점수로 불합격하게 됐다”고. 군복무를 마친 후인 2019년부터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인 2021년까지는 5급 공채 출입국관리직과 입법고시 법제직을 준비했는데 1차 PSAT은 수월하게 통과했지만 2차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다시 법원행시에 도전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로스쿨에 진학한 후 민사법에 재미를 느끼면서였다. 특히 민사집행법의 절차가 글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만난 윤 씨는 실무를 통해 더 배우고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법원행시 도전으로 이어졌다.

고득점 합격의 비결을 묻자 윤 씨는 “일단 운이 잘 따라줬던 것 같다. 평소 관심을 두고 공부하던 판례들, 주제들에서 많이 출제됐다”고 답했다. 이어 “전략과목이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며 “평소 민법 과목을 좋아했고 학교 시험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이번 2차시험 민법 과목에서도 합격자 평균보다 약 10점 정도 높은 최고점을 받아 민소법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고득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부 방법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게 윤 씨의 생각이다.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묵묵하게 공부를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는 로스쿨에 다니며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들이 교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윤 씨는 “잘하는 친구들을 인정하는 것은 오랜 기간 법학 공부를 해온 자신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기에 애써 그 친구들의 재능과 노력을 외면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이대로는 발전이 없겠다 생각해 마음을 다잡고 처음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잘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답안을 작성하는지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뛰어난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며 그 친구들의 답안과 내 답안을 비교하면서 판례를 효율적으로 압축 서술하는 기술, 답안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을 체득해 나갔고 매 시험 이후 교수님께 첨삭 지도를 받으며 내 점수와 등수, 부족했던 부분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본서나 강의자료에 수록된 내용을 읽다가 막히는 지점이 생기면 어떻게든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교수님께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필요하다면 판례 전문과 하급심 판결까지 꼼꼼히 찾아 읽었다”며 “로스쿨 1학년 때부터의 이러한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고득점 합격으로 이끌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의 병행은 수험 준비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온전히 수험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윤 씨의 경우 겨울 방학 동안 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 준비, 실무수습, 스터디 참여 등으로 3월에 시행되는 법원행시 1차시험에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평소 교내 객관식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자신감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

헌법은 취약한 헌법총론과 통치구조론 부분의 법원 시행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풀고 오답 정리를 하며 헷갈리는 개념을 명확히 하는 데 주력했다. 민법과 형법은 변호사시험 객관식 시험문제와 OX 문제들을 풀어왔기에 별도로 법원 시행 기출문제를 풀지는 않았다. 다만 과목별로 약한 파트나 중요도가 높은 부분의 기본서를 반복해서 읽고 최신판례를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비했다.

1차에서는 개수형 문제가 많은 형법 과목이 부담이 됐다. 그는 형법을 가장 마지막에 풀기로 하고 헌법과 민법에서 답이 보이면 나머지 선지는 보지 않고 넘기는 방식으로 형법에 50분 정도의 시간을 확보했다. 그 덕에 정오 판단을 꼼꼼히 할 수 있었고 실수로 인한 점수 손실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2차 준비는 학교 수업을 최대한 활용했다. 원서접수를 할 때부터 2차시험에 응시할 것을 대비해 학교 수업 시간표를 구성했다. 행정소송실무 과목을 통해 행정법 과목 대비에 도움이 되도록 했고 검찰실무2 과목으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민사재판실무 과목으로 민법과 민사소송법에 대비하고자 했다.

오전 수업이 있는 전날에는 충분히 자고 오후 수업 직전에는 낮잠을 자는 등으로 휴식을 적절히 취하며 수업에 집중했으며 민사재판실무와 검찰 스터디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판례를 공부하고 중요한 판례 문구를 현출하는 연습을 했다. 민사는 수업에서 제공되는 과제들을, 형사는 10년치 변호사시험 사례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쟁점 파악 능력과 답안 서술 능력을 키웠다.

1차시험 합격자 발표 후 2차까지 약 30일 동안에는 부족하다고 느낀 행정법과 민사소송법에 주력했다. 행정법은 인강을 빠르게 들으며 교재를 읽으며 정리했고 민소법은 민사재판실무강의로 완전히 커버되지 않는 부분을 중심으로 기본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이번 2차시험에서는 다른 응시생들과 같이 형사소송법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꼈다. 4페이지에 달하는 사실관계 속에서 쟁점을 파악하고 답안 구조를 짜는 데 애를 먹었지만 사실관계가 풍부한 만큼 포섭에서 활용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침착하게 알고 있는 법리를 적시한 후 사실관계에 적용해 풍부하게 포섭하려고 했다.

윤 씨는 “시험장에서는 해당 판례 내용을 알지 못한 채로 풀었는데 이후 해당 판례 적시 내용과 작성했던 답안 내용을 비교해 보니 상당히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며 “설령 쟁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답안작성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문제를 여러 번 읽어보고 서술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윤 씨가 답안작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논리적인 흐름과 서술의 정확성’이다. 그는 목차 내에서 조문, (학설), 판례 구조로 일관되게 내용을 작성했고 문장 간 구분을 명확히 해서 매끄럽게 읽히도록 했다. 판례의 표현은 최대한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답안의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윤 씨는 “첫 문제에서 주는 인상이 좋으면 나머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으로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각 과목 제일 첫 번째 문제는 배점 대비 비교적 많은 분량을 공들여 서술했다”고 설명했다.

첫 문제 외에는 시간 내에 배점에 비례해 충실하게 서술했고 특히 10점 배점 문제들은 목차를 결론과 논거로 간략히 서술하는 등 시간 부족으로 서술이 빈약한 문제가 없도록 했다. 그는 “고득점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적당한 분량을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백을 거의 두지 않고 과목당 7~8면 정도 분량으로 답안을 작성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소 6면 이상은 작성해야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면접시험은 학교 수업과 기말시험으로 인해 스터디에 참여하지 못하고 혼자 준비해야 했다. 집단면접을 위해 최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 사법부와 관련된 이슈들, 각종 사법절차 및 재판지원제도를 리서치하며 출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간략히 요약·정리했다. 개별인성 면접에 대한 대비로는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내용 중 질문이 예상되는 부분의 답변을 구상하는 데 주력했다.

윤 씨는 “면접은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집단토론 면접 주제가 대비하지 못한 부분에서 출제돼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간 리서치했던 내용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차분하게, 자신감 있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다”고 면접 경험담을 소개했다.

아울러 “따로 면접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에서 변론을 했던 경험, 로스쿨 내에서 낯선 원우들 앞에서 특강을 했던 경험, 학회에서 발표를 했던 경험들을 통해 자신감 있게 답변할 수 있었다”며 로스쿨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법원행시는 내년부터 1차시험 과목이 대대적으로 변경된다. 헌법, 민법, 형법의 객관식 시험으로 치러지던 것이 PSAT(공직적격성평가)과 헌법(P/F)으로 바뀌면서 윤 씨와 같은 로스쿨 재학생들의 도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수험생들도 바뀌는 제도에 맞춰 새로운 공부 계획을 마련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완 관련해 윤 씨는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 PSAT과 법 과목으로 치러지는 5급 공채와 입법고시를 비교적 오랜 기간 준비한 경험이 있고 또 로스쿨에서 교내 수업들을 활용해 법원행시에 합격할 수 있었기에 로스쿨에 재학 중인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 모두의 입장에서 앞으로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합격수기에서 구체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 풀어 나가겠다”며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도 많아 한 분 한 분 지면상으로나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합격수기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감사를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행시 수석 합격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지만 윤 씨에게는 아직 수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 “내년 1월에 있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후 전문성 있는 법원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다. 그리고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현재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의 원대한 꿈이 실현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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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2024-06-20 15:03:48
늘 묵묵히 성실하게 걸어온 길 끝에 빛나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걸어갈 공직자의 길을 응원합니다.

구위책 2024-06-20 11:38:06
항상 겸손하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뜻하시는 바대로 이루시길 응원하겠습니다 :)

2024-06-17 22:23:52
조금 있다가 사표쓰고 로펌갈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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