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에서 빈번한 분점 정부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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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에서 빈번한 분점 정부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 신희섭
  • 승인 2024.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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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를 경험하게 된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번째 정부가 되었다. 다른 정부들은 초기에 ‘단점 정부(unified government)’로 시작했다가 분점이 되거나, 분점에서 출발했다가 단점이 되었다. 분점 정부란 대통령 소속정당(여당)이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의회 다수당과 대통령 소속정당이 불일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통령의 행정부를 장악한 정당과 의회를 장악한 정당이 다른 것이다.

분점 정부는 대통령제의 특징이다. 영국과 독일로 대표되는 의원내각제에서는 분점 정부가 발생할 수 없다.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다수당이 필요하고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 유권자는 오직 한 번의 투표(의원선출만 하는 일원적 정당성)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결정한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가 둘로 나뉠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차단된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만든 미국은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의회를 따로 선출한다. 이처럼 ‘이원적 정당성(두 개의 투표)’이 작동할 때 집합적인 차원에서 유권자는 대통령과 의회를 한 정당에 몰아주는 선택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를 다른 정당에 맡기는 선택 두 가지가 가능하다.

미국 대통령제에서는 중간선거가 반드시 있다. 하원의 임기가 2년이고 상원은 6년 임기로 전체 의석의 1/3을 2년에 한 번씩 선출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4년 임기 중 반드시 중간선거를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투표 성격이 강하다. 즉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업무를 잘하면 여당을 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준다. 반대로 대통령이 실책이 많으면 야당을 다수당으로 밀어준다. 따라서 재선을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 관점에서 중간선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분점 정부는 양당제일 때 보다는 다당제일 때 더 발생하기 쉽다. 다당제 즉 유효정당 수가 늘어날수록 대통령 소속정당의 의석은 과반수를 넘기 어렵다. 스캇 메인웨어링(S. Mainwaring) 교수가 다당제와 대통령제의 조합이 최악이라고 한 여러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양당제에서도 분점 정부는 발생한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그렇다.

한국의 2024년 총선 결과 민주당이 175석 국민의 힘이 108석으로 22대 국회에서도 분점 정부가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분점 정부의 효율성에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비교정치학에서 의견이 갈린다. 1991년 데이비드 메이휴(David Mayhew) 교수는 미국 의회에서 단점정부와 분점정부에서 입법 성과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발표했다. 즉 분점 정부가 되어도 의회에서 여당이 제안한 법률 통과가 단점 시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 의회에서 의원이 교차투표(상대정당을 지지하는 투표)가 가능하므로 초당적인 입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메이휴의 논의 이후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의회에서 입법 성과의 차이에 관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과 동일하게 한국에서도 그 결과는 상이하게 갈렸다, 분점과 단점 사이에는 입법 성과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과 양자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자 논의는 법안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최근의 연구들이 제시되면서 이 쟁점도 정리가 되고 있다. 즉 비쟁점법안(여당과 야당이 모두 선호 차이가 크지 않은 법안)의 경우는 단점이나 분점이나 쉽게 통과된다. 하지만 쟁점법안(여당이나 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법안으로 상대정당이 거부하는 법안)의 경우는 통과율이 무척 낮다. 특히 분점정부에서는 쟁점법안의 통과가 매우 어렵다.

설상가상 한국 의회는 다수결주의를 강화하는 국회선진화법을 2012년 채택했다. 다수결주의에서는 151석을 가지면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초다수결주의가 되면서 국회 재적의 3/5 이상인 181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는 여당이 쟁점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자칫하면 선거에서 결정된 소수가 다수의 지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여지도 가진다.

이런 상황은 단지 이번 정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의회가 합의(consensus)를 통해 운영을 원활하게 하면 좋겠지만, 쟁점법안의 경우는 각 당의 이념적 성향 차이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국 의회가 식물 의회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활용하자는 방안에서 정당의 규율(공천권을 포함한 통제력)을 약화시켜 미국처럼 의원의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방안들도 논의 중이다. 정당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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