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짓가랑이만 붙잡는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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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바짓가랑이만 붙잡는 로스쿨
  • 법률저널
  • 승인 2011.11.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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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정종섭 서울대 로스쿨 원장)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로스쿨 졸업생의 직역확대와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심포지엄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의 25개 로스쿨 원장들이 내년에 쏟아져 나오는 로스쿨 출신의 일자리 확보와 선진 법치사회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 및 광역자치단체의 각 과 단위마다 1명 이상의 법조인력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또 시·군·자치구 및 교육자치기구인 지방교육청의 경우에도 전문법조인력의 채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협의회는 공익적 차원의 공기업 및 공익단체로의 확대도 주장했다.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국가의 손길이 닿은 곳이라면 변호사를 채용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국민의 혈세로 변호사를 먹여 살려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다.

참으로 가관이다. 이런 낮 뜨거운 주장에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경쟁력 있는 전문가는 어디서든 환영을 받을 수 있다. 정부에 세금으로 취업을 보장하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전문성이 없음을 인증하는 꼴이다’, ‘현재 검증되지 않은 로스쿨 졸업생을 위한 어떤 제도적 보장책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로스쿨 교육부터 국가사회와 법률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스스로 내세운 로스쿨의 취지(변호사 수의 확대와 경쟁을 통한 법률서비스 제고)에 정면으로 반한다’, ‘합격만 시켜라 시장에서 평가받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시장은 무섭다고 하는 꼴’, ‘로스쿨 취업사태(?)는 로스쿨의 도입취지상 당연히 예상되었고 또한 그렇게 되는 게 정상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로스쿨생들이 일할 자리는 많다. 로스쿨 인가학교의 교직원, 조교, 법률상담원, 로스쿨입안 교수나 정치인 인턴 등등’, ‘로스쿨 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로스쿨방식을 지지하는 학교와 교수, 정치인과 관료는 스스로의 결과물을 책임져야 한다’, ‘그럼 공인회계사도 경리부로 채용하고 감정평가사도 국토해양부, 변리사는 특허청에서 무조건 과마다 한명씩 채용하고, 의사도 보건복지부에서 무조건 채용하고 뭐 한도 끝도 없다. 드디어 미쳤구나’, ‘로스쿨 도입취지가 국민의 변호사 접근강화 아닌가. 그런데 무슨 정부부처에 취업? 그리고 일개 자격증에 왜 정부가 취업을 책임져야 함? 워드 자격증 있는데 저도 정부의 정보화에 부응하여 취업시켜 주실래요?’ 등 로스쿨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법원 검찰 로펌 공공단체 등에서 흡수할 수 있는 채용인력은 한계가 있는데다가 이마저도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나눠먹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늘려 잡아도 500명 정도밖에 채용이 안 될 전망이다. 그래서 로스쿨 제도의 안착 및 대국민 법조서비스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채용이 필요하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제자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로스쿨 원장들이 이렇게 발 벗고 나선 것일까? 법과대학 시절 제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심포지엄은 커녕 기자회견이라도 한번 한 적이 있던가? 법과대학 졸업자는 국민이 바라는 선진 법치사회와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 실현이 불가능해서 그런가? 그저 사법시험에만 떠밀어 넣고 나몰라라 해왔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서 왜? 논리의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것뿐이다.

내년 로스쿨 졸업예정자는 정원 2000명 대비 75%에 해당하는 1500명을 합격시킨다는 기본 방침에 따라 응시자 대비 90%를 훨씬 웃도는 합격률을 이미 보장받았다.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엄청난 특혜에도 모자라서 자리보장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고시촌과 노량진에서 수많은 고시생과 공시생들이 엄청난 경쟁률에 몸서리치며 공부하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갈 곳이 없는 청년 백수들이 늘려있다. 이보다 사정이 나은 로스쿨 졸업생들은 공무원 자리를 날로 먹겠다는데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로스쿨을 도입하고, 변호사 자격증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 정원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한 이들이,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로스쿨 졸업생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국민들의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며 떼를 쓰고 있는 형국이다.

로스쿨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정부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떼쓰고 시위할 게 아니라 그럴 시간이 있으면 다양성과 전문성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품도 나오기 전에 물건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양질의 법조인을 배출하면 시장은 알아서 찾아 나선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로스쿨 인가를 반납하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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