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달인'에게 묻다-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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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의 달인'에게 묻다-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
  • 법률저널
  • 승인 2011.08.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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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함
 
“진솔함이 스스로를 원조로 만든다”
 
국가직, 지방직 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은 면접시험 강화로 방향을 잡고 있다. 블라인드 면접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압박 질문 등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내용도 까다로워 졌다. 이에 수험생들은 더 이상 필기합격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때문에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면 너도나도 면접 스터디를 만들고 지방에서부터 노량진까지 면접 특강을 듣기 위해 상경한다. 필기 불합격 소식보다 면접 불합격 소식이 더욱 충격적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면접을 코앞에 둔 지금, 스터디와 특강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매년 국가행정고시 출제위원, 중앙인사위원회, 한국산업인적자원위원회 운영위원에 역임한 인사 전문가인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은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성면접에서의 ‘진솔한 답변’을 꼽았다. 그는 “피티(P.T)면접이나 토론 면접에서 보인 전문성은 다들 비슷한 선”이라면서 “때문에 개별면접에서 ‘인간성’을 어필함으로써 남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면접자의 첫인상이 좋지 않아도 ‘진솔한 답변’만으로도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을 만나 ‘면접 노하우’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정성 없는 답변하면 불합격 처리되기도....”

-채용 과정에서 주요하게 보는 평가기준이 있다면?
면접자의 ‘진솔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공무원 시험의 경우 채용되면 공직이라는 낮은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자칫 고위공직이 내포하고 있는 직업적 안정성 등으로 인해 자기계발을 소홀히 한다던가 명예욕에만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성이 있다. 즉 사람을 잘못 뽑아놓으면 국가 전체의 손해가 되기 때문에 면접자의 공무원이 되고자하는 올바른 진정성을 주목해 보는 편이다.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면?
“대학시절 어떤 사회봉사 경험이 있는가?”, “어떤 동아리, 학회 활동을 했었는가?” 일반적으로 면접위원들은 면접자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이 사람이 얼마나 공공이익에 관심을 두었는지’ 여부에 대해 파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유추해 보는 것. 일례로 한 면접자는 대학 시절 인도에 있는 ‘마지막 쉼터’에서 장기간 봉사활동을 한 경험을 토대로 답변을 해왔다. 이처럼 남들이 소위 형식적으로 하는 봉사가 아닌 ‘특별한 자기만의 경험’ 및 ‘구체적인 경험적 사실’을 듣고 보니 답변의 ‘진정성’이 잘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케이스는 의외로 드물다. 면접을 위해 당일치기로 이를테면 ‘꽃동네’에 다녀와서 ‘자신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 당일치기의 봉사 경험 속에서도 진정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 면접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면접에서의 구체적인 질문세례를 통해 면접자의 속내를 파고들면 대부분 형식적으로 점수를 채우기 위해 봉사한 표가 난다. 그럴 경우 이 사람이 과연 공무원으로서 적합한 사람인지 약간의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면접자들은 봉사 하나를 하더라도 진지하게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펼치는 거창한 봉사가 아니고 단순히 옆집 할머니를 돕는 일이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 진정성이 없어 보여서 불합격한 경우가 실제로 있었는가?
물론이다. 한번은 면접에서 한 면접자에게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 해보라”는 주문을 했다. 이는 면접자의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알아보려는 의도이자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면접자는 소위 내 놓으라하는 명문대에서 석, 박사까지 마친 사람이었는데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경험 1순위를 공무원시험, 2순위를 운전면허 시험으로 꼽았다. 면접관들은 순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면접관들도 ‘보통 22살, 23살 즈음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고시촌에 파묻어 지낸 면접자들이 50대 면접관을 감동시킬만한 대단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물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치른 면접자들의 평균적인 인생 흐름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들의 과거사가 특별했을 거라는 기대를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면접자들의 상황을 배려해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줬던 책이나 영화 혹은 인물’ 등을 묻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너무 황당했던 것. 물론 운전면허 시험이 쉽고 재밌진 않았겠지만 굳이 면접장에서 ‘인생 통 틀어 말하고 싶은 극복 사례 내지 힘들었던 경험’이라고 밝힐 만큼 일반적으로 와 닿는 소재는 아니었기 때문. 그 답변이 불성실했다는 건 아니다. 단지 앞서 밝힌 이유로 면접자의 사고방식 자체가 무난하지 못하다고 느껴졌으며 살아온 삶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흔적을 도무지 발견해내기 어려운 답변이었기에 불합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굉장히 진지하게 운전면허 시험이 어렵다고 답했으나 설득력이 없었고 되려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공부만 잘 하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처럼 순간적인 답변이 어려운 경우에는 극복사례를 어떤 사건에만 한정하지 말고 차라리 ‘자기 내부’에서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내성적이다. 언제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말하기 연습을 5분씩 했다. 그랬더니 점점 표정도 좋게 변했고 대인 공포증이 사라졌다. 그 결과 대학 시절 동아리 회장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는 식의 답이 있겠다.

- 이밖에도 면접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지난해에 아쉽게 불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몇몇 면접자들이 내 뱉은 경우가 있다. 면접장에서의 긴장감으로 실수로 내뱉은 말이겠지만 이 말은 의외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혹자는 면접관이 이런 정보를 듣고 나서 ‘안쓰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붙여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면접관의 대부분은 “지난해에 떨어졌다고? 올 해에는 붙여주는 게 좋겠지”라는 느낌보다는, 반대로 “이 면접자가 왜 불합격했을까? 하자가 있었나?” 이런 식의 부정적인 정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인성(개별)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면접관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설득력 있는’ 에피소드를 제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기소개서, 말투만 예의바르고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 사람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성을 줄 수 있는 팩트(fact)를 잡아서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팩트는 말 그대로 팩트다. 본인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줬던 중요한 팩트라면 아무리 사소한 일화라 할지라도 진솔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자신만의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게 좋다. 피티(P.T)면접이나 토론 면접에서 보인 전문성은 다들 비슷한 선이다. 때문에 개별면접에서 ‘인간성’을 어필함으로써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성면접에서의 우수답변 사례를 말해 달라.
일반적으로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진솔함을 담은 답변이 첫 인상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면접에서 한 면접자의 첫 인상이 너무 안 좋았던 적이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에 마주친 순간 어두운 표정인데다가 지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어딘 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소위 ‘비호감’ 면접자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바로 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 면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나가자 모든 면접관들이 그 면접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인간적인 호감과 신뢰를 느끼게 된 것. 첫 인상이 부정적이면 웬만해선 뒤집기 어려운데 ‘진솔함을 담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 때 우리는 그에게 “대학시절 무엇을 했으며 어떤 것을 느꼈는가?”하는 질문을 던졌었다. 그러자 그 면접자는 너무나도 차분하게 ‘대학시절 자신은 락 음악에 푹 빠져 있었으며 음악이 너무 좋아서 관련 활동을 했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고백해왔다. 이어 그는 ‘자신이 그렇게 음악이라는 한 분야에 깊이 빠져있던 것처럼 공직에 가도 내가 그렇게 빠질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며 진솔하고 담담하게 말을 풀어나갔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당시 나를 포함한 면접관들이 “그래서 공직에 가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하고 되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이번에도 솔직하게 “아직 공직에 들어가 보지 못해서 지금은 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솔직히 지금 무언 가를 지어내서 멋있게 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건 진심이 아닌 것 같아 꺼려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공직에 어느 분야에 있든지 간에, 대학시절 음악에 한번 취했던 것처럼 앞으로 공직에서도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는 그런 공직 정신에 푹 빠져서 제대로 일해보고 싶다”고 답해왔다.

어떻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일화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는 모습에서 면접관들은 큰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게 좋은 점수를 줬던 것 같다. 여기서 내가 수험생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진솔함이 스스로를 원조로 만든다” 이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소개
 
“동아리 경험 없어도 공직성을 강조하면 O.K"

-‘조직에서 성과’, ‘가능성’ 어떤 능력이 더 중요한가?
나의 경우 면접자의 ‘가능성’을 더 주목한다. 주로 면접자의 과거 행동을 통해서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즉 면접자가 대학시절, 학회나 동아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떤 사고의 패턴과 유형을 보였는지 알아보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동아리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팀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했는가?”, "당시 느꼈던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면?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가?” 이런 식의 질문을 통해 면접자의 가능성을 파악할만한 자료를 수집한다.
 
동아리, 학회 등을 경험 못한 면접자들의 대처 방법은?
동아리, 학회 경험이 없다고 해서 큰 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없던 경험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억지로 꾸며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어떤 것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했는가?’에 대해서도 묻는 질문이기 때문에 있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하되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게 좋다.

가령 “다른 친구들이 동아리나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에 나는 ‘무엇’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습니다”며 답하는 방식이 있겠다. 열정을 가지고 임한 대상이 영화가 될 수도 있겠고 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현재 토익 성적이 좋다면 이를 근거로 동아리나 학회에 참여하는 대신 어학에 관심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즐겨했다고 설명해도 좋다.
 
구체적인 ‘모범 답변’의 예가 있다면?
동아리, 학회 활동 대신 공부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를 들어주면 됐다. 물론 그 근거라는 것이 내포한 의미가 ‘공공이익’ 내지 ‘지원동기’와 관련이 있으면 더욱 좋겠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답변도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직에 나선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쪽 공부를 하면 할수록 준비되지 않은 공직자 한 사람이 공직을 맡게 됨으로써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까 공부에 더욱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아르바이트나 동아리 같은 경험을 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한 점이 생겨 공부의 끝이 없었다. 1차, 2차 시험을 합격하고 왔는데도 아직까지도 내가 완성이 됐는지도 사실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공직에서도 계속 관련 공부를 하며 노력하고 싶다”

이는 동아리, 학회 활동을 하지 못한 상황적 이유와, 공직에 관한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는 답변이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알리는 진솔함과 앞으로도 공부를 할 것임을 보여주는 의지에서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면접자들은 주로 어떤 질문을 어려워하던가?

첫째, “살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며 그 것을 극복했던 방법은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을 가장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신기한 건 면접자 다수가 사설학원에서 사전 교육을 받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에 대해선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준비를 해왔어도 실전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원인은 ‘꾸며서 이야기’를 해서 인 것 같다. 말을 꾸며내다 보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생각이 꼬이면서 답변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차라리 팩트(fact)를 토대로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인간적인 면을 어필하는 데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면접관도 사람이다. 내용이 소박할지라도 진심으로 하는 답변에 감동한다.

둘째,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은 바로 ‘자기소개’이다.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 바로 자기소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사항은 ‘공직에서 원하는 자기소개의 핵심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실제 면접장에선 다양한 자기소개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를 들자면 고사성어, 명언을 하나의 타이틀로 해서 본인을 표현하는 경우, ‘혁신, 창의’ 등의 단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 그리고 스마일(smile)과 같은 단어를 이용해 “저는 S, Smart합니다....(이하 생략)” 이런 식으로 스펠링으로써 표현하는 경우 등이 가장 많다. 그런 답을 들을 때마다 면접관들은 “또야?” 이런 생각이 든다. 미사여구, 달달 외운 답변, 판에 찍어 놓은 것 같은 자기소개는 이제 매력이 없다.
 
자기소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이 창의적 인재라느니 이런 형용사들은 이제 식상하다. 창의, 혁신, 도전 등의 단어는 과거에는 신선하게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설득력이 없는 장황한 말들일 뿐이다. 추상적인 단어를 언급할 거면 차라리 그 뒤에 이를 뒷받침만할 케이스를 제시하면 괜찮다.
추천하는 자기소개 방식은 ‘이 자리(면접)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축약해 답변하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몸이 약했다는 등의 부정적인 정보는 제외해야 한다. 본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정보를 축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자기 소개하는 것처럼 무난한 흐름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고사성어나 명언처럼 거창한 예를 들며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음악에는 전주가 있고 글에도 서론이 있듯이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의 초반은 기본적으로 편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떻게 소개를 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빠르다. 일상생활에서 면접관 정도의 어르신을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라. 보통 고향은 어디인지 궁금해 하지 않은가? 그런 것부터 차근차근 밝혀주면 좋을 것이다.

“어디에서 태어난 누굽니다. 대학에서 이런 전공을 했는데 이 전공을 한 이유는 무엇이며 차후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공직을 가려고 마음먹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이 정도 답변이라면 면접관들은 자연스레 ‘아, 저 친구는 이런 자연스런 흐름과 근거로 여기에 온 거구나’하고 느낄 것이다.
 
-고향을 밝힐 경우 차별은 없는가?
당연히 차별은 없다. 또한 다양한 지역 출신이 면접관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지원동기. 장단점
 
-자신의 '장단점'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면접에서 자기소개, 지원동기와 관련한 질문은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통 질문이다.
먼저 자기소개와 관련해서는 “본인의 장, 단점을 이야기 해 달라”는 질문이 있다. 이를 두고 소위 면접 노하우를 가르쳐준다는 사설학원에서는 ‘단점을 말하되 마지막엔 장점인 것처럼 돌려 말하라’, ‘단점도 장점화하라’고 조언해준다고 한다. 한 5년 전의 면접 트렌드(trend)라면 그 쪽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면접에서는 단점도 단점답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이후의 말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고 해당 면접자에게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면접자들이 주로 제시하는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면접자들은 ‘대인관계가 좋다’는 것을 장점으로 거론한다. 면접관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장기간 공부에만 몰입한 면접자들이 대인관계까지 좋았다고는 기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자 다수가 “대인관계가 좋다”, “유연성 있게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면접관들도 면접자들이 수험생활로 인해 최소 2년 이상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지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면접에서는 다수의 면접자들이 마치 ‘공직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대인관계 좋다고 강조해봐야 면접관들은 그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이유인 즉 앞서 언급한 면접자들의 장기간 수험생활에 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서 그렇다. 또한 많은 수의 면접자들이 자신의 장점으로 원만한 대인 관계를 꼽기 때문에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답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대인관계가 좋다면 그걸 증명할 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제시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작용한다.
이처럼 설득력 없는 ‘사교력에 대한 강조’는 차후 답변의 진정성만 낮추게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달변가가 아닌 이상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 더 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은 면접자의 어떤 장점을 원하는가?
오픈 마인드(open mind)를 가지고 있는 면접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쉽게 말해 ‘열린 마음으로 배울 자세’가 있는 면접자를 의미한다.
면접자들이 이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사회는 공직으로 들어온 ‘초년’들을 충분히 가르치고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장단점을 말할 때 굳이 자신을 ‘대인관계에 적합하며 시간 관리를 완벽하게 하는 인재’라고 강조할 필요는 없다. 물론 정말 그런 장점을 가진 면접자들도 있겠지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남들이 다 이야기하는 장점을 제시했을 땐 항상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주는 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대인관계를 다양하게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는 면접자들의 경우 남들에게 뒤질세라 사교성과 세심함 등을 강조하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든지 ‘배울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 이를 토대로 한 모범 답변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답변 하나를 소개하겠다.

“내성적이고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저의 단점인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스터디도 하고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무난하게 잘 지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내성적인 편이라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했고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이에 비해 사회경험이 부족한 편인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새로운 공부, 새로운 장소, 새로운 상황에 놓였을 때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게 저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했을 때도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용기를 내어서 팀원들과 잘 협력하고 가족처럼 서로 힘이 되어줌으로써 종국에는 팀원 모두 2차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공대 출신이라 공무원 시험 공부도 처음 시작했을 땐 어렵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배우려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열린 마음과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 공직에서도 인간관계라든지 여러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원동기는 어떻게 답변해야 하나?
보통 면접자들은 ‘공공적인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며 자신의 공직 적합성을 강조하는 답변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공직 적합성을 드러낼 수 있는 케이스를 제시하는 프레임(frame)이 천편일률적으로 굳어져 있는 것 같다는 것에 있다.
단편적인 예로 면접자들은 주로 대학시절 농촌 봉사활동이라든지, 태안 봉사활동, 꽃동네 봉사활동 경험을 제시하며 ‘공공적인 일, 봉사활동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말해야만 공직에 맞게 보이는 걸로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이 이런 종류의 대답을 한다. 물론 이렇게 답한다고 해서 안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난한 답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답변만으로는 면접관들에게 감동을 주고 ‘이 친구는 정말 공직자가 되어야 겠구나’하고 생각하게 하는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원동기를 어떤 부분에서 찾으면 좋을까?
공직, 공공성을 찾기 위해 오로지 봉사활동과 공공활동만을 예로 드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스텝만 더 가면 자신이 공직적합성을 찾아낼 수 있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영화나 책 한 편을 보고 읽은 경험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공직성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정의란 무엇인가?’만을 봐도 그렇다. “그 책을 읽으며 공익과 정의에 대한 나만의 사고가 정립될 수 있었고 그 때의 깨달음을 기반으로 공직에 도전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해도 좋은 것이다.
 
무슨 거창한 봉사활동 경험 안에서만 공익과 공직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진짜 제대로 된 ‘원조’ 답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면접자들이 참 많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남들에게는 사소해보여도 본인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나열하며 소탈하게 자연스럽게 답변하는 게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에 있는 면접관들은 매끄럽고 잘 빠진 답변을 이미 많이 들어본 베테랑들이다. 그래서 솔직한 답변이 중요한 것이다. 솔직한 답변은 자기가 아니면 남들이 답할 수 없는 자기만의 답변이기에 특별하다. 그리고  답변 후 면접관으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도 솔직하게 답변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완벽하고 대단한 이야기도 지어서 이야기하면 감동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쉬운 예로 개그맨도 자기 이야기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공감하며 웃는다. 그러나 자기 이야기인 척 하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꾸며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 청중은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어설픈 웃음만 짓곤 한다. 이처럼 솔직한 답변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대화 자세인 것 같다.
 
황선길 (주)잡코리아 본부장은....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은 매년 국가행정고시 출제위원, 중앙인사위원회, 한국산업인적자원위원회 운영위원에 역임한 인사 전문가다. 공기업, 대기업 면접위원 및 면접 기법 교육 강사로도 활동했다. 이밖에도 한겨례, 전자신문, 서울경제신문, 중앙일보 등에서 인사, 취업 관련 칼럼을 연재해 업계로부터 ‘인사 시장의 흐름’을 아는 전문가로 호평 받기도 했다. 한 편 대학 및 직장인 대상 경력개발 및 변화관리, 취업 관련 강의 300회를 기록한데 이어 KBS ‘윤인구의 모닝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경제를 배웁시다’, EBS ‘이익선의 교육매거진 오늘’에 출연, 대중과 호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김포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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