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반려견의 수명이 대략 10~15년이라 한다. 반려묘도 그 남짓. 다만 몇 년이라도 수명은 연장되고 있다는데, 이는 섭식, 영양 개선으로 인간 수명이 증가하는 추세와 같은 이유에서다. 노령 고양이가 허리디스크로 다리를 저는 일까지 있다고 들었다. 마치 일평생 밭일하며 자연스레 허리가 굽은 어르신의 사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계, 설비 등 생산현장의 중추적 기능을 하는 유형고정자산의 수명에 관한 최근 연구는 2013년이었다. 한국감정원에서 한국부동산원으로 사명이 변경되기 전, 과거 한국감정원이 발행한 책자였다. 기계류의 수명은 뭘 의미할까. 그때 되면 기능 저하로 더 이상 쓸모없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사용은 가능하지만 교체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사용시한인지. 직접적인 확인방법은, 다수의 기계류 폐기 현황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언제 취득했고 언제 폐기했는지 전수조사해보면 어떤 분포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분포의 중앙 또는 최빈치, 평균, 표준편차 등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 봄 직하다.
기계류의 내용연수를 다루고 있는 신뢰할 만한 기관이 국내 2곳, 해외 한 곳 정도다. 조달청은 각종 법정 내용연수표와 한국부동산원의 내용연수표를 참고하여 내용연수자료집을 작성했고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3년마다 갱신하고 있으나 폐기를 위한 최소 사용기간을 고려한 것이기에 다른 책자에 비해 수명을 짧게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부추계를 위해 내용연수표를 활용하고 있는데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는다. 2012년 ‘자산별 내용연수의 추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내용연수를 간접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자산항목 유형별 평균 내용연수, 중앙값, 표준편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개별 기계기구류의 내용연수를 제공한 것은 아니기에 활용상 한계는 있다. ASA는 미국 대표적인 감정평가사 단체로서 미국 내 여러 내용연수 관련 자료들을 참고해 정성 분석한 자료집을 냈다. 우리나라에 비해 각 유형별 내용연수의 범위가 크고 동일 유형 내에서도 기계기구별로 격차가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국내에 비해 긴 내용연수를 제시하고 있다.
위 기관들이 제시한 내용연수를 단적으로 비교해 보면 그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으로 한정했을 때, 한국은행은 9.9년, 조달청은 12.3년, 한국부동산원은 10~15년, ASA는 5~25년이다. 일본의 법정 내용연수는 5~8년이다. 폐기 데이터를 분석한 한국은행의 내용연수를 가장 신뢰해야 할까?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에 쓰이는 기계류를 ‘기타 특수목적용 기계’로 볼 경우, 한국은행 자산폐기분석자료에 따르면 6,600개 표본이 있었고 이들의 평균수명은 9.9년, 중위값은 8.5년, 표준편차는 6년이다. 쉽게 말해 신뢰도 50%의 구간이면 6~14년, 70%이면 4~16년, 90%면 0~20년이 된다. 표준편차가 6년이면, 진폭이 너무 크다. 결국, 유형고정자산내용연수는 해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들 내용연수가 기계기구류의 장부가액을 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회계상 감가상각에서의 내용연수와 이들의 감정평가 시 내용연수가 다르면, 장부가액 변동이 상당하다. 회계감사인 입장에서도 단순 내용연수 변동만으로 재평가차익이 막대할 수 있고 반대로 재평가손실이 크게 인식되므로 내용연수 조정이 합리적인지 알기 위해 별도의 자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다행히, 2025년 한국부동산연구원에서 여러 자료들을 분석해 업종별로, 기계기구류별 합리적인 내용연수를 담은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새롭게 자산폐기분석을 단행한 것은 아니지만, 10년도 더 된 책자를 개정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기계제작 기술의 발달, 부품소재개선 등으로 수명이 일률적으로 늘어났을까. 반대로 장비의 첨단화, 구동 디지털화, 양산시스템의 업데이트 시기 단축 등으로 오히려 유통기한이 줄어들었을까. 책자에서는 ‘자산의 사용되는 환경, 유지보수의 정도, 사용자의 사용방식’을 수명 단축과 연장의 주요 단서로 본다. 그리고 그걸 감정평가사가 설비담당자와의 인터뷰, 과거 자본적 지출 이력, 구동환경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부연한다.
PS. 골치 아픈 연구를 해 넘기면서 묵묵히 수행한 한국부동산연구원 이성원 박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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