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3년~ 형법 주요 판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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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3년~ 형법 주요 판례(3)
  • 이창현
  • 승인 2024.10.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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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형법각론 분야

-> 지난호에 이어

5. 강제추행죄(형법 제299)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대법원 2023.9.21.선고 201813877 전원합의체 판결)

. 사 안

(1) 공소사실의 요지

​<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고인은 2014.8.15. 19:23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안에서 4촌 친족관계인 피해자(, 15)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은 다음 피해자를 침대에 쓰러뜨려 피해자 위에 올라타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며 피고인의 오른손을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속옷을 걷어 올려 왼쪽 가슴을 약 30초 동안 만지고 피해자를 끌어안고 자세를 바꾸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몸에 수차례 닿게 하였으며,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큰일 난다.”며 팔을 풀어 줄 것을 요구하고 방문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약 1분 동안 끌어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한 만져달라”, “안아 봐도 되냐는 등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거나 양팔로 끌어안은 행위 등을 할 때 피해자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물리적인 힘의 행사 정도가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도 단정할 수 없어서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 판결요지 (다수의견)10)

(1)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해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라 한다).

(2)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과 부합하지 않는다.

형법 제298조 및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2항 등 강제추행죄에 관한 현행 규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이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폭행·협박의 정도를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강제추행에서 강제(强制)’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해 추행을 하는 경우 그러한 강제성은 구현된다고 보아야 한다.

강제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해자의 항거곤란이라는 상태적 개념을 범죄구성요건에 포함시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일반적인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의사 억압 상태가 필요하다고 보게 되고, 이는 피해자가 실제로 어떠한 항거를 하였는지 살펴보게 하였으며, 반대로 항거가 없었던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개인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형법상 폭행죄 또는 협박죄에서 정한 폭행 또는 협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고, 이는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법적 안정성 및 판결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동안 대법원은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이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을 심리하면서 고려해야 할 판단 기준과 방법에 관해 판시하여 왔다. 또한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이러한 법원의 판례와 재판 실무는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의 변화를 반영함과 아울러,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현실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바, 한편 그로 인해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범죄구성요건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상 변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 실무와 종래의 판례 법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오해의 소지와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위와 같이 정의한다고 하여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는바, 이는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과 개념적으로 구별된다. 그리고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 등은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 피보호자·피감독자, 아동·청소년을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형법 제302,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6, 7조 제5, 10조 제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을 두고 있는바,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성폭력 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여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과 다른 위력을 범행수단으로 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위력과 폭행·협박의 개념상 차이,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각 보호법익과 체계 등을 고려하면,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은 유형력의 대상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 폭행·협박은 물론,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종래의 판례 법리와 같이 제한 해석해야만 위력과 구별이 용이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3) 요컨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6. 모욕죄(형법 제311)에서의 공연성 판단기준과 전파가능성

(대법원 2024.1.4.선고 202214571 판결)

. 사 안

피고인이 같은 정당에 소속된 상대방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피해자가 같은 정당 소속 의원과 간담회에 참석한 사진을 보내면서 거기에 술꾼인 피해자가 송총이랑 가 있네요 ㅋ 거기는 술 안 사주는데. 입 열면 막말과 비속어, 욕설이 난무하는 피해자와 가까이 해서 대장님이 득 될 것은 없다 봅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송하였다며 모욕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의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 행위가 공연성을 비롯한 모욕죄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다.

. 판결요지

(1) 법 리

()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관하여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11)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해당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특정한 소수에게만 발언하였다는 점은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사정 하에서의 전파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수적이다.12)

구체적인 사안에서 공연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발언의 내용·방법, 행위자의 의도, 행위자·상대방의 태도, 행위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와 지위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한 후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13)

()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모욕죄의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는 필수적이므로, 행위자가 당시에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및 그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였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하므로, 행위자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발언 후 실제로 전파되었는지 여부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14)

특히 발언의 내용 역시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표현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불쾌함을 느낄 정도의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불편한 감정을 거칠게 나타낸 정도의 표현에 그치는 것으로서, 발언에 담긴 취지가 아니라 그와 같은 조악한 표현 자체를 피해자에게 그대로 옮겨 전파하리라는 사정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을 인정함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2) 판 단

특정 단체의 대표에게 단체 업무와 관련한 구성원의 처신, 자질 등과 관련한 사실을 단체의 이해관계자가 제보하는 행위는 해당 단체의 평판 및 건전한 존속, 운영 등과 직결된 사항이므로 전파가능성 내지 그에 대한 제보자의 인식을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닌 점, 피고인과 상대방이 상호 담당하는 지위·역할에 따른 업무상 또는 공식적 관계에서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이유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상대방의 태도·의사·인식 및 메시지 처리 내역에 비추어 보면 공연성을 부정할 만한 소극적 사정이 존재하는 점, 피고인이 전제되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데 대한 자신의 판단·의견을 밝히고 그 타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모욕죄의 공연성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7.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에서의 위력의 의미

(대법원 2023.3.30.선고 20197446 판결)

. 사 안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원불교재단의 후원으로 설립된 학교법인 ○○학원이 운영하는 A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였다. A고등학교는 2017학년도 A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전형요강을 공고하면서 생활기록부 점수 100, 포트폴리오·면접 점수 100점 등 합계 200점을 만점으로 하고 상위 점수 획득자 순으로 신입생 40명을 선발할 계획을 수립하였고, 학생 면접은 학교 교사 4명이 실시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6.11.25.A고등학교에서 학생 면접위원 등을 참여시켜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를 주재하던 중, 면접위원 등에게 생활기록부와 면접 점수 합산 결과 42순위로서 불합격권이었던 B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하였다.

그러나 관련 법령, 전라북도 교육청의 2017학년도 전북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 2017학년도 A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전형요강 등에 비추어, 학교장인 피고인뿐만 아니라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서도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사후에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면접위원들 중 피해자 1, 2, 3B가 면접 태도가 불량한 점 등에 비추어 면접 점수를 상향시켜 신입생으로 합격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화를 내면서 참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 중학교는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한테 권한을 줘서 끝내는데. 왜 그러는 거죠?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께서 결정하십쇼.’하고 넘어가거든요. 왜 이곳은 말을 안 듣지? 왜 그래요?”, “어떻게 고등학교는 정말로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아무튼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야.”, “여학생 하나 붙여요. 남학생 다 떨어뜨리고, 거기서 거기라면 또 엄한 소리 뒤에 가서 하느니 여기서 여학생 하나 집어넣고.”라고 말(이하 이 사건 발언’)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리하여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되어 B의 면접 점수를 상향시켜 신입생으로 선발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력으로써 피해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이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위력으로 피해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 피고인이 당시 A고등학교의 교장으로서 ‘2017학년도 전라북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A고등학교 입학관리 규정에 근거한 학교입학전형위원회의 위원장이더라도 면접위원들인 피해자들에게 이미 산정된 면접 점수를 변경하라고 요구할 권한은 없다.

()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함으로써 피해자들은 모두 피고인의 지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되어 피고인의 지시에 따르게 되었다.

. 판결요지

(1) 법 리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은 반드시 유형력의 행사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지만, 적어도 그러한 위력으로 인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될 정도의 세력에는 이르러야 한다. 한편 어떤 행위의 결과 상대방의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었더라도 행위자가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업무상의 지시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내용이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지만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은 발생해야 하고, 그 위험의 발생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인한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2) 판 단

사정회의는 초·중등교육법령 및 관할 교육감이 공고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근거하여 신입생 전형관리를 위해 구성된 학교입학전형위원회(이하 전형위원회’)로서, 전형위원장인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비롯한 위원들은 모두 최초 총점에 따른 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사정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면접 점수가 조정될 수 있음을 양해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이 특정 학생의 면접 점수를 조정하기로 한 것은 피고인이 발언을 통해 어떠한 분위기를 조성한 영향이라기보다는 전형위원회 위원들이 사정회의에서 논의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피고인의 발언은 전형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최종 합격자 결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면서 합격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발언이 입학전형에 관한 부정한 청탁에 기인하거나 그 밖의 부정한 목적 또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업무방해의 고의로 발언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학교 교장이자 전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정회의에 참석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힌 후 계속하여 논의가 길어지자 발언을 한 것인바, 발언에 다소 과도한 표현이 사용되었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행위의 내용이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거나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

각주)----------------- 

10) 대법관 1인의 별개의견은 폭행·협박 선행형의 강제추행죄에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관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한 ‘종래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강제추행죄의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해석론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11) 대법원 2022.6.16.선고 202115122 판결 등 참조.

12) 대법원 2022.7.28.선고 2020도8336 판결; 대법원 2020.11.19.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3) 대법원 2020.11.19.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1.30.선고 2016도21547 판결 등 참조.

14) 대법원 2020.11.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1.30.선고 2016도21547 판결; 대법원 2004.4.9.선고 2004도340 판결 등 참조.

 

> 다음 호에 계속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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